삼성도 못 피한 ‘인권 논란’ 광고 실패...왜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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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못 피한 ‘인권 논란’ 광고 실패...왜 반복되나?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2.05.12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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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싱가포르 ‘여장남자’ 광고 논란 이어 영국서 ‘여성 새벽 조깅’ 광고 비판...“여성 안전 무시한 현실성 없는 광고”
-LG전자·폭스바겐 등도 여성·인종 차별 논란 실패 경험...KT는 ‘목소리찾기’ 캠페인 광고로 장애인단체 오해 사기도
-“광고 효과 위해 아이디어만 앞세운 탓, 현지 문화·사회적 배경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
삼성전자의 '올빼미족 사람들' 갤럭시 광고 일부. 삼성은 여성이 새벽 2시 혼자서 어두운 거리를 조깅하는 모습을 광고 영상에 담자, 현지로부터 "여성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캡쳐]
삼성전자의 '올빼미족 사람들' 갤럭시 광고 일부. 삼성은 여성이 새벽 2시 혼자서 어두운 거리를 조깅하는 모습을 광고 영상에 담자, 현지로부터 "여성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캡쳐]

최근 기업들이 지역사회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인권 문제에 휩싸여 국내외에서 광고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생활권 및 인권, 개인정보 침해 등 사적 영역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광고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다소 민감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광고가 제품을 넘어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하는 고객들과의 가장 직접적인 소통 수단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문화와 인권에 대한 기업들의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2일 문윤수 목원대 광고언론학부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광고를 기획할 때 인문학적 소양을 배제한 채 아이디어에 대한 창의성만 생각해서 그런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며, “광고를 통해 보여줄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 분야에만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그 외의 분야는 경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인문학 분야에 대해 고리타분하다며 경계하는 경향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 침해 논란으로 기업들이 광고에 실패하는 사례는 결국, 광고 효과와 이슈화를 노리고 아이디어만 앞세워서 나오는 결과”라며, “현지에서 광고를 제작한다면 적어도 그 사회의 사회문화적인 배경과 지식을 확실히 이해하고 나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조언했다.


삼성, 싱가포르 ‘여장남자’ 광고 논란 이어 영국서 ‘여성 새벽 조깅’ 광고 비판...“여성 안전 무시한 현실성 없는 광고”


'여장남자' 성소수자 출연으로 싱가포르에서 논란이 일었던 삼성전자의 광고 중 일부. [사진=핑크닷 페이스북]
'여장남자' 성소수자 출연으로 싱가포르에서 논란이 일었던 삼성전자의 광고 중 일부. [사진=핑크닷 페이스북]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도 몇 차례 광고 실패를 경험해봤다. 지역 반감으로부터 시작한 인권 침해 논란에 의한 것이었다.

올 1월 삼성전자는 싱가포르에서 여장남성(드래그퀸) 성소수자가 출연하는 광고를 SNS에 실었다가, 이슬람 단체의 강한 반발에 사과하고 즉시 삭제 조치한 바 있다.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갤럭시워치를 홍보하는 광고였는데, 여기에는 드래그퀸 자녀가 히잡을 쓴 어머니에게 “당신은 여장하는 아들이 있다고 사람들의 시선에 동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이를 들은 어머니가 아들을 안아주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깨자는 감동적인 메시지였지만, 이슬람 교도가 많은 싱가포르에서는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페이스북에 “이 동영상이 우리의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무신경하고 모욕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으며, 우리가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라는 글을 개재하면서 모든 플랫폼 내 해당 광고를 삭제했다.

해당 광고를 내리자 이번에는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삼성이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내놨다가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에 입장을 꺾어버렸다는 비난의 목소리였다. 이 사태를 두고, 애초 삼성이 지역 정서를 파악하지 못한 광고 실패의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영국에서 방영된 갤럭시 광고 ‘올빼미족 사람들’이 현지 매체와 인권단체로부터 뭇매를 맞는 일도 있었다. 해당 1분짜리 광고 영상에는 새벽 2시 여성이 혼자서 갤럭시 버즈를 착용한 채 도심 거리와 어두운 골목을 달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이를 두고 BBC 등 현지 매체가 영국 지역 밤거리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내용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영국 여성 안전 관련 단체에서는 지난 1월 아일랜드에서 23세 여교사가 오후 운하 주변을 달리다가 살해된 사건을 언급하며, 삼성전자를 향해 기업이 여성들의 안전에 무신경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삼성은 성명을 통해 “올빼미족 광고는 개성과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응원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것”이라며, “여성 안전 논의에 둔감한 의도는 절대 아니었다”라고 사과하고 해당 광고를 내렸다.

LG전자 폴란드법인의 불법 몰카 촬영을 소재로 해 논란이 됐던 광고 중 일부. [사진=틱톡 캡쳐]
LG전자 폴란드법인의 불법 몰카 촬영을 소재로 해 논란이 됐던 광고 중 일부. [사진=틱톡 캡쳐]

LG전자·폭스바겐 등도 여성·인종 차별 논란 실패 경험...KT는 ‘목소리찾기’ 캠페인 광고로 장애인단체 오해 사기도


LG전자는 이른바 ‘스마트폰 몰카 촬영’ 광고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야 했다. 지난 2020년 LG전자 폴란드법인에서 공식 틱톡 계정에 게재한 광고 영상이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치마를 입고 계단을 오르는 여성을 뒤에서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됐는데, 스마트폰 듀얼스크린·펜타샷 기능을 사용해 셀카를 촬영하던 것으로 속여 상황을 면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당시 폰아레나 등 외신은 “여성을 대상으로한 부적절한 사진을 동의 없이 찍는 소름끼치는(Creepy) 변태를 묘사한 영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LG전자 폴란드법인은 해당 콘텐츠로 불쾌함을 느끼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영상을 곧바로 삭제했다.

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은 인종차별 논란으로 곤혹을 겪어야만 했다. 트위터 및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간 ‘8세대 골프(The Golf 8)’ 모델을 광고한 영상으로, 그 속에는 차량에 타려는 흑인 남성을 백인의 손으로 가로막고 들어서 옮기고 손가락으로 튕겨 날리는 등 장면이 장난기 가득한 배경음과 함께 연출됐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흑인 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폭스바겐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사과하고 광고를 철회했다.

2020년 게재됐던 KT의 '마음을 담다' 광고. [사진=KT]
2020년 게재됐던 KT의 '마음을 담다' 광고. [사진=KT]

국내에서는 장애인단체가 들고 일어서 논란을 제기했던 광고가 있었다. KT가 2020년 4월경 내놨던 인공지능(AI) 목소리 찾기 캠페인 ‘마음을 담다’ 광고가 그 주인공이다.

KT는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목소리 찾기 신청자를 모집하는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실제 선천적 장애를 겪는 김소희씨를 섭외하고, AI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목소리를 선물하는 내용의 광고 영상을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 장애인단체는 KT의 해당 광고에 대해 수어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퍼트릴 수 있는 내용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광고 방영을 유보해달라고 진정을 냈다.

KT는 이후 장애인단체 측에 기업이 펼치는 장애인 CSR 사업 취지의 진정성을 전달하며 지속 협의를 이어갔고, 현재 인권위 진정은 최종 철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KT 관계자는 “당사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그간 진행한 장애인 CSR 사업과 목소리 찾기 사업에 대한 취지를 지속 설명했으며 지금은 서로 간 오해가 해소된 상황”이라며, “현재 청각장애인이나 수어를 쓰시는 분들 외에도 루게릭환자 혹은 거동이나 발화가 어려우신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도 지원을 확장하고 있으며 수혜자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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