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초대석]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실패보다 가만히 있는 비용이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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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초대석]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실패보다 가만히 있는 비용이 더 커"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4.2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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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경험한 젊은 직원들에게 마음껏 실패할 수 있는 가상공간 필요"
- "꼭 정부가 주도하는 국방 클라우드 시스템 갖춰야...물리적 망(網) 분리는 한계 있어"
- "가족같은 회사는 없어져야...아나로그 세대 경영진이 디지털 세대 직원들 경험치 수용 필수"
- "올해가 가장 중요한 전환기...ESG경영 강화하고 글로벌 OEM 대비해야"

다쏘그룹의 핵심 기업 중 하나인 다쏘시스템은 2018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지속가능한 기업' 세계1위에 선정한 바 있다. 다쏘그룹은 유명한 프랑스의 라팔전투기를 생산하는 다쏘항공을 비롯해 프랑스의 저명한 일간지 르피가로 등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집단이다.

1981년 설립돼 전세계 3D 설계솔루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거대기업이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분야의 독보적 기업이다. 

조영빈 대표는 2007년부터 15년째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방위산업의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일반에 공개됐고, 올해 첫 시험비행을 앞둔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설계와 가상현실 성능시험에서 다쏘시스템의 소프트웨어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나 선박 등은 물론, 도시 설계와 의료 분야까지 가상공간의 활용은 거침없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녹색경제는 가상공간을 활용해 ESG경영과 지속가능성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다쏘시스템코리아의 조영빈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편집자 주>>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사진=녹색경제]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이 선언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기업들이 당황스러울만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조언해 달라.

2년간의 코로나19로 재택학습과 재택근무를 경험한 젊은 직원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 비지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6월말 경 MBSE(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 Model Based Systems Engineering)와 관련한 행사를 준비중이다.  

MBSE는 모델에 기반해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수행하는 개념인데, 시스템 복잡도를 관리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및 모빌리티, 항공우주, 하이테크 산업에서 MBSE가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상당히 뜨거운 주제인데, 아직 한국에는 본격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주요 국내 방산업체들과 만나면 규제 개혁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 80~90년대 업무방식이 실무적으로 많이 남아 있어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 등의 팽창정책 등으로 인한 국제정세 불안으로 방산수출이 늘면서 방산이 이전의 국방수요 범주를 벗어나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하이테크 기업으로 혁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기업 내부의 관점에서는 청년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방산이 돼야 한다. 이를 테면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는 청년은 많아도, 전투기를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진 청년은 드물다. 가상공간에서 전투기를 만들어보고 발사체나 인공위성을 만드는 경험을 제공하면 방산은 물론,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항공우주산업은 지금 따라잡아야 한다. 늦었지만 그래도 지금이 가장 빠른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10년이 지나면 중국을 따라잡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재택 근무로 인해 이직률이 높아졌다고 한다. 청년들 중에는 급여보다도 재택근무가 가능한지로 이직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청년들의 생각이 변했다. 재택근무를 통해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방산 분야에서도 가능한지를 봐야 한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갖추면 되는데, 이것은 반드시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방산은 국방안보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방산 부문은 개인 데이터 정보에 대한 시각도 중요하다. 한국의 국방과 방산 보안시스템은 망(網) 분리 등 물리적 관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보안의 핵심은 사람이고 교육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직원들의 직무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비결을 말해달라.

우리 회사는 직원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제공된다. 새로운 일을 원하면 새로운 기회를 계속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일을 하다보면 실패도 많이 하게 되는데,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같은 실패만 아니라면 실패는 용납된다. 다만,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의 비용은 사실 얼마 안된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비용이 훨씬 크다.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해 가만히 있는 것은 귀한 시간과 자원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프랑스 본사의 최고경영자도 '대한민국은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국내 기업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보기 드문 것 같다. 

굳이 비결이라고 말한다면, 새로운 도전과 실패의 공유를 권장하는 기업문화라고 하겠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방산 수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방산제품은 실전에서 검증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 시절 '녹색 성장'이라는 화두가 있었다.

녹색 성장을 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자원을 아끼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녹색 성장'에 도움이 된다. 녹색성장이 결국 ESG이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새로 개발하는 전투기의 시험비행이나 발사체 탄도 실험을 컴퓨터가 90% 이상 수행할 수 있다. 그러면 그만큼 환경과 자원에는 이득이 된다. 또한, 시간과 비용, 사고 위험도 줄인다. 그것이 친환경이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국내 기업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겉으로는 ESG경영을 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아직 아니라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늦지 않게 ESG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 

글로벌기업의 관점에서 코로나19 이후의 근무환경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제 젊은 직원들에게 가상공간의 경험은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그들의 경험치는 그대로 남아 있다. 비대면 업무환경의 경험은 단순한 코로나19 이전으로의 복귀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방산기업들이 청년 구직자에게 구직 유인을 가지려면 가상공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직원들의 생각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변했는데, 근무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근무하기 힘들다. 

그 이전부터 오랜 기간 현실세계의 업무환경에 익숙한 경영진과 어쩌면 코로나19의 재택근무 환경이 경험의 전부인 젊은 직원들이 생각하는 포스트코로나는 매우 다를 수 있다. 직원들의 디지털화(化) 경험치에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이) 실패에 대한 부담을 없애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상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는 실패에 따른 부담이 없다. 

스프레드 쉬트(spread sheet)로 많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엑셀에는 '언두(UN DO, 되돌아가기)' 기능이 있다. 현실에서는 되돌아가기 기능이 없다. 현실의 실패에는 비용과 댓가가 따른다. 

유럽의 한 기업은 50개 팀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년 동안 직원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만 해볼 수 있게 회사가 지원했다. 그랬더니 회사가 아닌 직원이 고민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됐다. 실패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이 성공한 사례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감은 낮은 반면, 자존감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가상공간을 통해 실패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 중에는 '가족같은 회사'를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런 회사는 없어져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열정 페이'와 같은 맥락이다. 아나로그 세대인 경영진과 디지털 세대인 직원들간의 격차를 줄이려면 경영진이 직원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기업은 미래로 향할 뿐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식의 기준도 변하고 있다. 더 다양한 생각을 수용할 수 있는 기업이 더 지속가능하다.

10%의 경영진이 90%의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프레임 워크(Frame work)를 플랫폼으로 만들어주면 지속가능한 회사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앞으로 2~3년 내에 이뤄져야 한다. 

올해 경영 전략에 대해 말해 달라.

올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올해 어떻게,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한 시기다. 

ESG경영이라는 것도 관점에 따라서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게임의 규칙같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승부에서 이기려면 이 규칙에 따라야 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더 선진화돼야 하고 ESG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어떻게든 해내겠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2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체제로의 전환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정권 교체를 하게 됐다. 

지난 2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겉으로는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았지만, 가상공간과 가상공간을 활영한 영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다. 

우리 회사 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2,3년 후에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정부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또, 이 기간이 향후 10년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글로벌 OEM에 대비해야 하고, 전환기적 관점에서 보다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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