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 거리두기 해제에도 재택근무 유지 … “직원 안전·업무효율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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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거리두기 해제에도 재택근무 유지 … “직원 안전·업무효율 고려”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4.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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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재택근무 유지 계획 … 하이브리드·거점 오피스 도입도
일부에선 전면 출퇴근 추진했으나 직원들 부정적 반응에 ‘회군’
“업무 공간이 중요한 시대 지나” 지적에 사용자·근로자 공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노동 형태로 자리 잡을 듯
네이버 제2사옥 '1784'의 전경. [사진 제공=네이버]
네이버 제2사옥 '1784'의 전경 [사진 제공=네이버]

거리두기 해제되지만 재택근무 계속 … 하이브리드, 거점 오피스 등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속속 해제되면서 ‘일상의 정상화’가 진행 중이지만, 재택근무는 새로운 근무 방식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전면적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IT 업계에서는 재택근무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출퇴근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제도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영업시간, 모임 인원 제한 등의 규제가 사라지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17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일상 회복’이 사회의 화두가 되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불안함 속에서도 오랜만에 누리는 일상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도 있다. 바로 지난 2년 동안 활성화된 재택근무 이야기다. 직종과 사업장에 따라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못한 곳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부분적으로라도 재택근무가 도입된 데다 전면적 재택근무를 실시한 곳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분야가 IT 업계다. 포털, 게임, 통신 등으로 대표되는 IT 분야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해왔다. 전면적인 재택근무를 실시한 업계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거리두기 완화 기조가 가시화되면서 이들 업계에서도 재택근무 종료와 출퇴근제로의 복귀가 검토됐다. 하지만 재택근무 유지를 바라는 직원들의 여론에 기업들 역시 재택근무의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6월까지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이후 새 근무체제를 채택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출퇴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설문조사에서 하이브리드 형태 이상의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사내 설문조사에 따르면, 52% 정도가 하이브리드 근무를 원했으며, 47%가 전면 재택근무를 원했다. 사실상 전 직원이 전면 출퇴근제에 반대한 셈이다.

카카오 역시 6월 말까지 재택근무를 유지할 계획이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워크숍, 동호회 활동, 외부 업무 미팅 등은 재개했지만 오프라인 회의와 회식은 최소화하도록 권고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역시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근무를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T와 KT 등 통신 업계는 ‘거점 오피스’로 대응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디지털 워크’로 표현되는 상시 유연근무제와 거점마다 설치된 공유 오피스 등의 시스템을 활용해 직원들이 본사까지 출근하지 않고도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혁신을 지속할 계획이다.

SKT 거점오피스 '스피어' 전경 [사진 제공=스파크플러스]
SKT 거점오피스 '스피어' 전경 [사진 제공=스파크플러스]

“업무 공간 중요치 않아” 공감대 … 새로운 노동 형태로 자리 잡을 듯

직원들은 지난 2년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이 업무 공간과 업무 효율성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는 반응이다. 카카오에 재직 중인 직원 A씨는 “예전에는 회사에 출근해 얼굴을 보고 일해야 일이 진행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재택근무를 해보니 생각보다 지장이 없고 오히려 효율적이었다”며 “수도권 교통을 고려하면 출퇴근으로 인한 비효율도 큰 문제”라고 짚었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도 재택근무에 대한 호평과 함께 전면 출퇴근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한 사용자는 “각자 집에서도 충분히,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확인됐는데 굳이 사무실에 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고, 또 다른 사용자는 “누구를 위한 전면 출퇴근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더 이상 업무 공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IT 업계 등 많은 기업 역시 이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재택으로 가능한 업무를 굳이 나와서 하라고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내부적으로 많았다”며 “앞으로도 업무 형태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들이 전면 출퇴근제를 시행하려다 직원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결국 구글과 애플 등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 비율이 높은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 및 효율성이 높게 나타나면서 기업들도 이를 일정 부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인력 확보와 유출의 관점에서도 이는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향후 입사 또는 이직을 준비할 때 재택근무 시행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사무실 출근 지시가 직원들의 집단적인 퇴사로 이어진 사례도 미국에서 다수 나타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 사회적 흐름을 무시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이러한 흐름은 출퇴근제 복귀를 고려하는 국내 대기업들 역시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직원들의 재택근무 관련 질문에 “앞으로도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공유 오피스 자율 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 방식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원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전면 출퇴근제가) 회사가 직원 안전을 포기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곧 새로운 변이가 나온다는 예상도 많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재택근무가 새로운 노동 형태로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가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는 모습이다. 출퇴근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적절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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