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쌍용차가 사라지지 않는 진짜 이유"...쌍용차 평택 공장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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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쌍용차가 사라지지 않는 진짜 이유"...쌍용차 평택 공장 방문기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2.04.15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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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의 상장폐지 유예기간 1년 지나...7영업일 안에 이의신청 진행
- 야심작 J100 7월 공개...양산 준비는 끝났다
- 선목래 위원장 "기득권에 대한 부분 내려놓고 소통에 집중"

쌍용차의 상장폐지 유예기간 1년이 지났다. 에디슨모터스와의 M&A를 완료하고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려 했지만 상황이 틀어지면서 원점으로 돌아왔다. 쌍용차는 오늘부터 7영업일 안에 이의신청을 진행한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에서 렉스턴 스포츠 칸이 기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정은지 기자]

비가 오락가락 하는 아침.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에서 쌍용차의 야심작, 렉스턴 스포츠 칸이 기자들을 맞았다.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이 해제되고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주인을 맞기 위한 준비와 의지가 충만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주인도 많이 바뀌고 했죠. 저랑 차부장이랑 둘이 새카매지도록 기자분들 다 만나고 발로 뛰고 그랬어요." 쌍용자동차의 생산공장이 있는 평택으로 가면서 곽팀장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입사하고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이야기로 시작해 회사의 현재 상황, 주변에서 바라보는 쌍용차에 대한 시선, 그리고 직원들의 회사를 살리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 등을 두런두런 나누다 보니 금새 평택공장에 도착했다.

여기가 사진으로만 보던 쌍용차 공장 입구구나. 
직접 마주한 쌍용차의 입구는 사진보다 웅장하고 견고했다. 세월의 흔적이 훈장처럼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정문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정기자님, 이쪽입니다." 곽팀장의 부름에 사무실로 이동해 방문증을 받았다.

쌍용자동차 입구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의 역사

쌍용차는 1954년에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로 설립됐으며, 1986년에 쌍용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1988년에 쌍용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규모를 키워나갔다. 그러나 체어맨의 막대한 개발비와 IMF가 맞물리면서 쌍용그룹은 공중분해 되고 만다.

쌍용차는 대우와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로디우스, 카이런, 액티언 등의 신차를 출시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맛봐야 했다.

조립1팀의 변응연 직장은 "상하이는 실제로 100억도 안되게 투자했다. 상식적으로 10년간 2000억원 투자한 마인드라도 너무했다. 회사를 살릴 마음이 없었던 것"이라며 "복지나 이런걸 바라는게 아니다. 설비투자가 들어가서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회사가 돌아가고 경쟁력이 있는 공장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종업원 수는 3월 기준 4380명이다. 연구개발과 생산, 사무관리를 모두 아우르기에는 부족한 인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쌍용차는 정년의 도래로 인해 감소하는 인원을 연 150명으로 보고 있다. 새 주인을 맞을 때 까지 현상을 유지하면서 감원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립1팀장 송영승 부장은 "버티기 힘든 사람들은 나갔고, 남은 사람들은 회사가 다시 정상화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퇴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성심이 더욱 커진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그들이 이토록 애사심을 강하게 갖는 이유는 뭘까. 송 부장은 '함께 해온 삶'을 꼽는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3년~4년만 다녀도 모교 그리워하지 않나. 그런 감정이다. 그런데 지금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평균 근속년수가 25년정도 된다. 쌍용차에 입사해서 결혼하고 자식도 낳고 젊은 날을 보내왔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작업복을 입고 술마시러 가고 그랬다. 쌍용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서다.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회사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거다."

그의 나지막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땀과 눈물이 배어났다. 왜 애사심을 갖게 되셨는지에 대한 질문이 부끄러워졌다.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는 "쌍용차가 다시 정상궤도로 올라가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로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 30년 전 우리가 미래를 바라봤던 것 처럼 다음 세대에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이 더 좋은 회사에서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쌍용자동차가 7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중형 SUV ‘J100(프로젝트명)’ 스케치 이미지. [사진=쌍용자동차]

"J100은 어떤 차인가요?"

한 기자의 질문에 갑자기 활기찬 분위기가 형성됐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근심이나 걱정은 온데 간데 없고 J100의 디자인, 크기, 특징, 가격, 생산, 사전예약 등에 대한 이야기에 모두의 눈빛이 열정으로 빛났다. 다른건 몰라도 J100은 어쨌든 최고라는 분위기다.

"제가 PR해도 되겠습니까?"

조립1팀 박진하 직장이 벅차는 가슴을 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J100의 매력을 어필했다. 박 직장은 "제가 25년 이상 쌍용을 다녔지만, 여기 직원이기 이전에 고객으로서, 전 J100 삽니다. 우람하고, 디자인 측면에서 정말 멋진 찹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강하게 말했다.

차체1팀 안종석 과장은 "티볼리가 젊은 감성에 집중했다면 J100은 볼륨업을 했다. 티볼리에는 골프가방이 2개가 들어가진 않는다. J100은 골프가방 2개가 넉넉히 들어간다. 그렇다고 렉스턴 처럼 크지도 않다. 그 중간 사이즈로 포지셔닝 한 것. 비어있던 틈새를 노렸다"고 말했다. 산타페나 소렌토 정도의 사이즈로 출시된다. 

안 과장은 "J100은 지금 P2(파일럿 카) 단계다. P1 단계에서 100~150대를 만들고 그 차로 데이터를 뽑아서 인증을 받는다. 인증 받고 P3 지나면 양산단계에 돌입할 것. 7월 출시예정이다"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명인 J100의 제품명은 5월 정도에 나온다. 

 

쌍용차의 조립 라인

쌍용차에는 조립 라인이 세 개 있다. 이중 2라인은 신규 프로젝트를 위해 2019년 3월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며 1라인과 3라인만 가동중이다.

1라인에서는 코란도와 티볼리, 티볼리에어, 코란도 이모션을, 3라인에서는 올 뉴 렉스턴, 뉴 렉스턴 스포츠&칸을 생산하고 있다. J100은 1라인에 투입된다.

두 라인에서의 생산 능력은 연간 25만대 수준이지만, 2022년에는 49%인 12만3330대만 생산할 계획이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라인별 생산 능력 [자료=쌍용자동차]

기업회생절차 진행 여파로 경영적자 상태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자구노력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부품 수급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으로 출고 적체가 심화되면서 판매량은 줄었지만 무급휴업 시행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영업손실 규모 또한 점차 개선되는 상황이다.

곽 팀장은 "반도체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부품사가 작업을 못하다 보니 쌍용이 직접 반도체를 구해서 부품사에 주고 제품을 생산해 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품협력사와의 공조를 통한 반도체 물량 확보를 통해 적체 물량을 해소하면서 쌍용차는 4분기 연속 판매량을 늘려 나가고 있다. 지난 4분기에는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료=쌍용자동차]

 

생산공장 내부

생산공장 내부는 생각보다 수많은 기계들로 빡빡하게 차있었다. 차체1팀 안종석 과장은 "공장은 엔진룸에서 언더바디와 바디빌드를 지나 사이드 공정을 거쳐 바디 완성 단계로 흘러간다. 초반 작업은 90%넘는 공정이 자동화 돼있고, 뒷 공정은 78% 정도가 자동화 돼있다"라며 작업 전반을 설명하고 공장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중간중간 J100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장비나 박스가 눈에 띄었다. 진짜 나오긴 나오는구나.

차체라인 [사진=쌍용자동차]

"Adaptive Inverter Controller는 적응형 용접기에요. 일률적으로 용접을 하는게 아니라 가장 효율적이고 필요한 부분에 용접을 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여주는 기곕니다" 안 과장과 송 팀장이 돌아가면서 차량의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바닥과 옆면을 결합하는 메인벅 부터 LG에너지 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되는 모습, 도어가 조립되고 연비 스티커가 붙는 모습까지 조립의 전반을 훑어볼 수 있었다.

티볼리&코란도 조립 [사진=쌍용자동차]

 

눈에 띄는 것은 의외의 장소에 비치된 '빨간 밥솥'이었다. 식사를 하시는건가.

견학 그룹에 뒤따라 오던 또다른 쌍용차 직원은 "온도가 낮으면 플라스틱 같은 부품은 너무 딱딱해지거나 잘못하면 깨질 수도 있다. 좀 더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밥솥에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밥은 안드셔도 물은 드셔야 할텐데. 다행히 45~50m 간격으로 정수기가 배치돼 있었고 곳곳에 냉장고도 마련돼 있었다. 더운 여름, 물로는 해소가 안되는 갈증엔 시원한 음료가 필요한 법. 

티볼리&코란도 조립 [사진=쌍용자동차]

화장실은 라인의 양 끝과 중간에 있고, 화장실이나 다른 이유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는 '직장'이 해당 작업을 대신 맡는 구조다. 

라인 위로는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관이 설치돼 있고, 3m 간격으로 선풍기가 배치돼 작업의 고단함을 날려주고 있었다. 

곳곳에 보이는 사물함을 보며 '개인의 삶이 채워지는 공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공장 투어가 마무리 됐다.

티볼리&코란도 조립 [사진=쌍용자동차]

 

선목래 위원장과의 대화

투어가 모두 끝나고 서울로 복귀하는가 싶었는데 깜짝 이벤트가 열렸다. 선목래 위원장님이 직접 기자들과의 시간을 갖으신다는 것.

위원장실로 가는 길에 많은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마련된 자리로 이동했다.

선목래 위원장은 현재 상황 가운데 외부 노조 분위기를 가장 우려하고 있었다. 선 위원장은 "권고사태에 대한 부분들에 대해 쌍용자동차에 비쳐지는 부분이 강하다. 그런 부분들을 탈바꿈 하고 싶다"라며 "노동조합 또한 우선협상자가 결정되면 삼자협의에 대한 부분들이 진행 될 것 같다. 노동조합 또한 열어놓고 이야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쌍용차는 기업노조와 전국금속노조 등 복수노조로 이뤄져 있다. M&A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함께 진행할 것"이라며 "지금까지와는 달리 기득권에 대한 부분을 내려놓고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최대생산 최대판매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14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재매각 추진을 허가받았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재매각을 진행한다. 인수 예정 후보로는 KG그룹, 쌍방울그룹,파빌리온PE, BYD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돌아오는 길

오전에 왔다 그쳤다를 반복하던 봄비가 어느새 그치고 연두색 새싹이 서울을 감싸고 있었다. 공기는 찼지만 이제부터는 더워질 일만 남았다. 갖은 풍파에도 J100이라는 꽃을 피우는 쌍용차에도 봄날이 깃들길 간절히 바라 본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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