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GOS 카드’를 꺼내 들었나?...의혹 두 가지
상태바
삼성은 왜 ‘GOS 카드’를 꺼내 들었나?...의혹 두 가지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2.03.08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드웨어 제조 기술 한계?...“삼성 파운드리, AP칩 발열 개선 실패한 것”
-원가절감 위해서?...“기술 완성됐지만 제품 가격 동결 위해 꼼수 부려”
-소비자들, 근본적인 대책 요구...삼성은 SW 업데이트 말고 추가 입장 없어
삼성전자의 갤럭시S22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갤럭시S22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의 이번 GOS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이를 성능 측정 조작으로 판단했다.” -스마트폰 벤치마크, 긱벤치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시리즈의 역대급 흥행몰이를 이어가던 중 예상치 못한 커다란 벽에 막혀 난감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GOS(Game Optimizing Service) 앱 강제 실행으로 인한 소비자 기만 논란 때문이다.

해외 유명 전자기기 벤치마크(성능측정) 전문 사이트인 긱벤치는 최근 GOS 논란에 휩싸인 갤럭시S22 등 삼성의 스마트폰을 평가목록에서 제외했다. 삼성의 이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 갤럭시폰 내 GOS가 적용되는 1만여개의 앱 중 긱벤치 등 벤치마크 측정 프로그램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 기만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삼성멤버스 커뮤니티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스마트폰 커뮤니티도 여전히 뜨겁다. 기기를 받고 환불을 요청하는 소비자부터 전 물량을 리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이번 GOS와 관련해 삼성에 집단 소송을 예고한 소비자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번 논란이 커지자, 삼성 주주총회에서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삼성은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해명에 나섰지만 정작 여론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삼성이 굳이 GOS 카드를 꺼내 들어야만 했던 그 속 깊은 이유는 무엇일까?

8일 녹색경제신문은 이번 GOS 사태를 둘러싼 삼성의 속내가 무엇인지, 업계 정통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의혹 두 가지를 중점으로 짚어봤다.


1. 삼성, 하드웨어 기술 한계 봉착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먼저, 삼성이 자사의 하드웨어 제조 기술력이 한계에 부닥치니까 더는 발열 개선이 어려워지자 GOS라는 꼼수를 들이 내민 것 아니냐는 의혹이 빗발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사실 이번 사태로부터 소비자들이 더욱 분노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삼성이 하드웨어 기술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줄곧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 역시 이번 GOS 기능 의무화 결정에 대한 표면적인 이유로 ‘안전’을 꼽았으며, 이 자체가 시스템 성능을 강제로 다운시켜야만 발열을 관리할 수 있다는 수준의 자사 기술력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삼성은 이번 신형 스마트폰 광고에서 최고의 성능과 발열 문제 개선을 함께 잡았다고 자신했으며, 제품 출시 후 터져 나온 GOS 사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인정이나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삼성이 정말 하드웨어 제조 기술력에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로는, 전작 갤럭시S21 시리즈부터 줄곧 논란이 불거졌던 삼성 파운드리를 꼽을 수 있다.

삼성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1 시리즈에 들어갈 AP칩으로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된 퀄컴의 스냅드래곤888을 도입했었는데, 당시 발열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그러나 정작 삼성의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TSMC에서 제조된 스냅드래곤은 별다른 발열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삼성 파운드리의 제조 기술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지금도 높다. 자체 최신 AP칩 ‘엑시노스 2200’과 관련한 수율 저조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갤럭시S22 시리즈에 삼성은 퀄컴의 최신 AP칩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자체 엑시노스 2200을 지역별로 나눠 탑재해 제품을 출시했으며 이번 역시 모두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이 여전히 파운드리 기술력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퀄컴과 자체 AP칩에서 발생하는 발열 문제를 개선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GOS라는 대안을 갖고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 AP칩에서 전작과 똑같은 발열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제조 역량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라며, “삼성이 자체 파운드리의 생산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다 해도 자사 스마트폰에 들어갈 막대한 양의 AP칩 물량을 경쟁업체에 맡길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 기술은 완성됐지만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출시 행사에 참석한 현지 미디어, 소비자, 파트너들이 갤럭시S22 시리즈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출시 행사에 참석한 현지 미디어, 소비자, 파트너들이 갤럭시S22 시리즈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이 원가절감을 목적으로 이번 GOS 카드를 내밀었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퀄컴의 최신 AP칩을 탑재함으로써 최고 성능을 구현하고 신소재 개발을 통해 발열 개선 기술까지 확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선 전체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22 시리즈 언팩 당시 삼성이 공개한 역대 최고 수준의 성능과 발열 개선 기술을 고려하면 제품 가격 인상이 당연한 수순이었을 텐데, 결과는 전작과 동결이었다”라며, “이는 애초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구조였으며, 삼성은 뒤늦게 GOS 기능을 통해 꼼수를 부리려다가 이번에 공론화되면서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 언팩 당시 삼성에 따르면 기업은 전작에서 문제가 불거졌던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두고 집중적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며, 마침내 이를 해결하는 혁신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이번 갤럭시S22 시리즈에 처음 도입했다. 특히,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2 울트라의 경우 신소재로 구성된 젤 팀(TIM)과 나노팀을 통해 열전달 속도 개선과 AP의 전자기장 간섭을 차단하는 데 효과를 거뒀으며, 쿨링시스템인 베이퍼 챔버 구조를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열 전달 효율화를 극대화했다.

실제 제품 공개 후 각종 온라인 채널에서 갤럭시S22의 발열 개선 정도를 실험하는 영상들이 게재되는 등 극찬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이번 GOS 기능 의무화 업데이트 이후 소비자들의 감탄은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를 두고 삼성이 지나치게 소비자들의 시선을 의식해 가격 인상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최적화된 신소재와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에 있어서는 부인할 수 없지만, 이 신소재를 대량 활용하는 것에는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삼성은 스마트폰 대중화를 선언한 글로벌 대표 플래그십폰 제조사로써, 쉽게 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삼성에서 이번 GOS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추측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 [사진=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 [사진=삼성전자]

한편, 소비자들은 GOS 기능 사용을 의무화 한 이번 삼성의 조치에 반발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삼성은 ‘성능 우선’ 옵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추후 실시하겠다는 공지 말고는 아직 별다른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저는 “지난 갤럭시S21 당시에도 발열 문제가 커졌을 때 삼성은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을 시도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을 모두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라며, “삼성은 GOS 기능을 없애든지, 정말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아예 전량 리콜을 결정하든지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진정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