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헌동 SH사장 "건물만 분양, 땅 있다...100년 쓸 집 지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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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헌동 SH사장 "건물만 분양, 땅 있다...100년 쓸 집 지을 것"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2.27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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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시장, 주택품질 향상 주문...100년 쓸 수 있는 집 지을 것"
- "분양원가.후분양제 이어 '건물만 분양' 추진할 것...다가구도 검토 중"
- "SH, 종부세·재산세 年1000억...임금 총액은 800억"
- "공공임대 13.5만채 가격 5배 이상 올라...자산 공개 준비 중"

취임 100일이 지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의 행보가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15일 SH사장에 취임한지 한달만에 첫 분양원가 공개에 이어 지난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신년 업무보고회에서 두번째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 강화를 발표했다. 

그리고 취임 100일째인 지난 24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강남구 세곡2지구 분양원가를 세번째로 공개했다. 이번에는 후분양제와 함께 그간 관심을 끌었던 '건물만' 분양에 대한 추진 의지도 밝혔다. 

김헌동 사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시민운동을 통해 주장해왔던 약속을 하나씩 하지만 속도감있게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집은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 이라는 개념과 공기업은 국민의 것이라는 신념을 펼쳐가고 있다...<<편집자 주>> 

김헌동 SH 사장 [사진=녹색경제]

 이번 기자설명회에서는 그간 관심을 모았던 '건물만분양'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데...

- 그 동안 많이 주장해왔던 만큼 질문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에 대해서는 공약으로 밝힌 만큼 공급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그 분들이 하려는 것과 SH가 하려는 '건물만분양'이 같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세차례의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밝힌대로 기본형 건축비용은 평당 600여만원이 든다. 25평의 경우 1억5000만원이다. 

'건물만분양'은 오세훈 시장이 신년업무보고에서 강조한 대로 품질을 대폭 향상시킬 계획이어서 건축원가는 기본형보다 높아질 것이다.

100년이 갈 수 있는 고품질의 주택을 지으려고 한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강남지역 30평 아파트의 경우 5억원 정도의 분양가를 예상한다. 이에 따라 토지임대기간도 100년으로 늘리려고 한다. 이것은 서울시와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미국은 보통 토지임대기간이 99년이다. 

택지가 있느냐는 질문이 많은데, 마곡, 위례 등에 SH가 보유하고 있는 땅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택지를 조성할 것이다. 

넓은 땅이 필요한 아파트 외에도 다가구, 단독 등 여러 형태의 '건물만 분양'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공개하겠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서울시의회와의 갈등을 염려하기도 한다. 서울시의회는 카드뉴스를 통해 SH의 분양원가를 홍보해주는 등 잘 협조하는 분위기다. 지자체와는 지속적인 소통으로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토지지분 없이 강남에 5억원이면 가격은 적정한 것인지, 투자가치가 없어 미분양이 나오지는 않을지 궁금하다.

김헌동 사장이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녹색경제]

강남에 5억원에 공급하면 가격이 너무 싸서 로또가 아니냐는 얘기를 듣는다. 실제로 LH가 강남에 공급했던 일부 단지는 몇배씩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그 기간 중에 강남에서 가격이 그 정도 오르지 않은 아파트는 없다. 굳이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을 염려해서 SH의 주인인 서울시민에게 폭리를 취해야 할 이유는 없다. 

건축원가를 밝혔듯이 '건물만분양' 방식으로 5억원에 분양하면 SH도 충분한 이익을 볼 수 있다. SH가 보는 이익은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아파트 운영 등에 사용된다.

SH가 운영하는 임대아파트는 약 13만5000채다.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임대료는 오르지 않았는데, 공시지가가 올라 400억원 이하였던 종부세와 재산세가 연간 1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늘었다. SH임직원 1500여명의 총급여액 800억원보다 더 많다. SH도 적정한 이윤을 남겨야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 

재건축을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SH의 설립목적은 투자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이 편히 살 수 있는 좋은 집을 정직하게 공급하고, 주택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좋은 집을 정직하게 공급하는 만큼 미분양을 걱정하지 않는다. 만일 미분양되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된다. 

SH가 세번째로 공개한 강남 세곡2지구 분양원가내용 [사진=녹색경제]

임대아파트 운영에 따른 손실이 크다면 임대료를 올려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경영에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종부세와 재산세가 늘어난 것은 부담스럽지만, 공공임대 13만5000채의 가격이 건축 당시보다 5배 이상 올랐다. SH의 재산이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시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집값이 안정되면 안정되는대로 정기적으로 SH의 정직한 자산을 공개할 계획이다. 

분양원가공개·후분양제강화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 그런데, 한번에  모두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이유가 궁금하다.

한번에 할 수도 있지만, 직원들의 업무량을 고려했다. 한편으로는 일과성으로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양원가는 기본적으로 공기업인 SH의 주인인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다. 후분양제 강화도 SH의 주인인 서울시민의 소비자 주권을 위한 것이다. 단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공기업의 주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사회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LH(토지주택공사)같은 다른 공기업에서도 분양원가와 후분양제는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이 강화되기를 바란다. 

다음달에는 내곡지구, 4월에는 마곡지구의 분양원가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헌동 SH 사장 [사진=녹색경제]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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