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국제 경제 '태풍의 눈' 우크라 사태...미·러 원하는 건 '전쟁 아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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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국제 경제 '태풍의 눈' 우크라 사태...미·러 원하는 건 '전쟁 아닌 긴장'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2.17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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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요청이 발단...이면에는 푸틴·바이든의 '지지율 추락'
- 佛, 외교 주도권 노려...獨, 에너지 부족에 긴장 완화 간절

최근, 국제 원자재 시장과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경제도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러시아군이 약 13만~15만명에 이르는 정예 지상군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지역을 포위한 채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요청을 철회하라며 전쟁을 공언하면서 전운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핵포기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요구에 푸틴 발끈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연방(소련)이 해체됐던 30여년전 1900여개의 핵탄두와 2500여개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했던 군사강국이었다. 이는 당시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핵무기 보유량이었다. 

미국과 유럽열강은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책임지겠다며 이를 해체시켰다. 당시 러시아와 러시아의 군대는 붕괴된 상태였다. 

문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20여년 동안 러시아가 다시 군사강국이 됐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을 제외하면 러시아가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다고 본다.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러시아의 군사력에 안보 위협을 느낀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을 요구하자 푸틴은 발끈했다. 나토에 우크라이나가 가입하면 그 동안 완충지대격이었던 우크라이나에 나토의 군사력이 배치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의 턱밑에 칼끝이 놓이는 셈이다. 

더구나 우크라이나는 소련 시절 러시아의 최대 연방국이었던 만큼 러시아인들이 많이 이주했고, 동부지역 일부는 4명에 1명이 러시아계일 정도다. 지금 러시아군이 포위한 지역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이다. 

나토, 우크라이나 가입하면 러와 전쟁...외면하면 비핵화 명분 상실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CNN화면 캡처]

미국과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요청에 난처한 상황이 됐다. 우크라이나 비핵화 당시 안보를 책임지겠다고 한 약속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면 푸틴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가입시키지 않으면, 이란과 북한의 비핵화는 명분을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을 포함한 주요 우방국들의 핵무장을 말리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는 핵무기 감축을 위해 그 동안 쏟아부었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셈이다. 

미·러, 전쟁아닌 긴장을...유럽·우크라, 긴장 대신 평화를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 실제 주도권을 쥔 미국과 러시아는 긴장을 유지시키고 있고, 에너지 가격 상승에 유럽 국가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상황파악에 주력하면서 긴장 국면을 유지시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군사적 긴장은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일부 철군이나 훈련 종료를 마치고 부대가 복귀하고 있다는 발표도 하고 있지만 나토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푸틴은 유가와 가스값이  오른 상황이 싫지 않은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긴장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과 직접 만나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엄격한 중립국가로 만드는 것)를 제시했고, 푸틴은 여지를 남기는 반응을 보였다. 

15일(현지시간)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을 직접 만났다. 푸틴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서 "서방과의 합의를 원한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도 "유럽의 지속적 안보는 러시아에 반해서가 아니라 러시아와 함께 할 때만 가능하다"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바이든·푸틴, 낮은 지지율에 대외 관심사 필요...EU, 에너지·경제 위기에 초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우선 주범은 코로나19다. 코로나19가 3년째 지속되면서 대다수 국가의 국민들은 피로감을 노출시키고 있다. 여기에 양적완화와 함께 장기간 지속됐던 초저금리로 인해 인플레이션 현상이 더해졌다. 

코로나19로 생산성은 떨어졌는데, 소비는 줄지 않았고, 각국 정부는 경제지표 개선을 위해 앞다퉈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CNN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의 국정지지율은 지난 9일 조사 기준 39.8%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푸틴도 올해 들어 평년 80%대를 유지했던 지지율이 60%대로 떨어지면서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둘은 강력한 군사력이 있기 때문에 전쟁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군사적 긴장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가장 절박한 입장에 처한 독일은 긴장 완화를 절실히 원하는 입장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은 에너지 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심각하다. 그런 이유로 러시아와 독일을 직통하는 북해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를 완공시켰다.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스관 밸브를 닫아놓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국제정세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호주 잠수함 사업건을 비롯해 방위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관측된다. 

갈등의 주도권 쥔 미·러, 군사적 긴장 필요...전쟁은 어려워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타협해야 한다. 그런데, 바이든이나 푸틴에게는 적어도 당분간은 군사적 긴장이 도움이 된다.

따라서 조속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기싸움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할 가능성을 높게 보기도 어렵다. 

현대전에서 기습전을 포기하면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더구나 상대는 미국을 포함한 나토군(軍)이다. 러시아의 지상군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지만, 핵을 쓰지 않는 한 전쟁의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도 계량화된 군사력으로는 러시아의 상대가 안 되지만, 과거 체첸이나 아프가니스탄, 조지아에서 러시아군이 겪었듯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의 악명 높은 해빙기 진흙탕은 탱크 위주의 대대급 전술을 구사하는 러시아 지상군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외신의 지적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아이들과 할머니 여성들까지 사격훈련을 하며 강력한 대항을 경고하고 있다. 

푸틴은 노련하다. 전쟁에서 이겨도 승자로서 얻을 것 보다는 전쟁을 일으킨 대가를 더 크게 치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나토국가들도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바이든이나 푸틴 중 어느 한쪽이 평화를 원하는 시점이 되면 실질적인 타협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CNN화면 캡처]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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