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성달 경실련 국장 "후분양제, 안전·품질 향상과 투기 억제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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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성달 경실련 국장 "후분양제, 안전·품질 향상과 투기 억제에 도움"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2.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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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분양해도 마감 민원 있을 것...마감은 수선할 수 있지만 골조는 손대기 어려워"

광주에서 잇단 붕괴사고로 건축물 안전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됐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여전히 다른 분야보다 훨씬 많은 인명피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김헌동)가 분양원가 공개에 이어 기존의 후분양제를 강화해 90% 공정을 마치고 분양에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14일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찾아 김성달 정책국장에게 후분양제의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편집자 주(註)>>

김성달 정책국장 [사진=녹색경제]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 [사진=녹색경제]

 

무엇보다도 중대재해처벌법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안전이다. 후분양제가 건설현장과 건축물의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는 더욱 엄격해질 수 밖에 없다.

선분양구조에서는 착공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분양하기 때문에 시행사(발주처), 시공사(원청) 입장에서는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안전관리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같은 이유로 품질도 선분양제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보지도 못하고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품질에 최선을 다할 이유가 없다. 건축후 분양을 한다면 잘지은 상품을 시장에 내놔야 팔리기 때문에 품질관리에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설계변경이나 기후조건의 변화 등 건축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선분양을 한 경우에는 입주시기까지 작업을 마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안전관리가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후분양을 하게 되면 그럴 이유가 없다. 

또한 후분양을 하면 안전이나 품질관리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지금처럼 불법다단계하도급이 아닌 원청의 직접시공(건설노동자를 원청이 직접고용계약을 맺고 시공)이 확산되고, 사업자들이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성이 있는 아파트를 공급하도록 스스로 충분히 검토하고 사업에 뛰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에 건설사업자의 경쟁력도 강화되고 금융시스템도 발전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분양제의 장점에 한계가 있고,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달라.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분양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염려가 있는데 근거가 없다.

선분양에서는 소비자 분양대금으로 사업추진이 가능하지만 후분양때는 사업자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비 조달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으로 분양원가는 인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 선분양을 하고 있지만 분양가 규제가 엄격하지 않아 원가와 상관없이 주변 시세에 따라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SH가 건축비 원가를 공개했는데 송파오금2단지(2017년 6월 분양) 건축비가 평당 542만원, 구로 항동 3단지(2018년 5월 분양)는 평당 598만원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민간아파트의 분양가 중 건축비는 디에이치라클라스(2018년 분양) 평당 1580만원, 디에이치아너힐즈(2017년 분양)는 평당 1210만원으로 Sh 원가의 2~3배 수준이다.

때문에 선분양을 하더라도 분양가가 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해서 책정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양가상승은 선분양, 후분양이 아니라 정부의 엄격한 분양가 관리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선분양을 하면 정부가 손놓고 있지만 후분양을 하면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보고, 주변 환경(교통망 구축 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상황을 함께 판단하고 신중하게 구매여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지금처럼 묻지마식으로 고분양가를 책정하면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에 사업자들도 팔릴 수 있는 가격으로 책정하게 된다. 그런 것이 시장원리에 더 부합한다고 본다.

▲아파트 품질 관련 민원이 대부분 마감 품질에 집중되고 있어 완공후 분양이  아니면 큰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SH의 90% 후분양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나?

의미가 있다. 수도권에서건설되는 20층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 경우, 80% 공정률은 내장공사가 대부분 완료되고 건설중인 아파트 내 모델하우스 설치가 가능한 시점이다. 아파트 공정이 90%  마무리되면 사실상 중요한 마감도 마무리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마감부분은 입주자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민원이 많다. 그런데, 민원이 제기되면 수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골조는 다르다.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입주가 된 이후라면 수선이 어렵다. 

또한, 분양을 받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줄어 도움이 될 수 있다. 입주시기의 주택가격 변동에 따른 부담도 줄어든다. 투기나 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는 변수가 줄어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어 후분양제가 유리하다. 

사업자가 재무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후분양제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선진국이 된 만큼, 재무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택공기업들부터 후분양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후분양제가 주택보급의 일반적인 형태다. 건축의 안전과 품질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후분양제에 대한 논의가 제법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집권초기에 후분양제를 약속했던 것으로 아는데 특별히 이뤄진 것이 없다. 무슨 이유인지 말해달라. 

이번 정부 초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선분양은 건설자금 조기확보로 주택공급을 촉진하는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소비자의 주택선택권을 제한하고 분양권 전매를 통해 투기를 야기시키는 등 부작용도 크다고 보고 아파트 후분양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부동산정책의 초점이 주택시장의 가격관리에 맞춰지면서 투기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규제 강화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후분양제는 잊혀진 것 같다. 

김성달 정책국장 [사진=녹색경제]
김성달 정책국장 [사진=녹색경제]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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