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창우 건축구조기술사회장 "후분양제, 건축 안전에 도움...용역대가기준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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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창우 건축구조기술사회장 "후분양제, 건축 안전에 도움...용역대가기준 마련할 것"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2.03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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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광주시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와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건축물 안전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녹색경제신문>은 건축물 안전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집단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회장 고창우)를 찾아 국내 건축물의 안전을 한단계 높이기 위한 대안에 대해 물었다...<<편집자주>>

지난달 19일 정식으로 취임한 고창우 건축구조기술사회 제18대 회장(58)은 지난해말 약 1150여명의 건축구조기술사들의 투표로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

고창우 회장 [사진=녹색경제]

◇최근, 서울시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아파트 후분양제를 강화하면서, 소비자 권리 확보와 아파트 안전사고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달라

- 지금까지 선분양제가 주택공급에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세계적 위상이 높아졌다. 경제 질서는 공평해야 한다.

선분양제를 하다보면 입주일이 정해져있어 공기에 쫓기기 쉽고, 그로 인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건설사 입장에서는 후분양제를 하기 위해서는 자금부담과 미분양에 대한 부담때문에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건물이 지어진 다음에 구매를 결정할 수 있어 유리하다. 

일부 소비자는 선분양을 통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사회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어가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후분양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주택공급량에 촛점이 맞춰지다 보니 건설사의 논리가 많이 반영됐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관점에서는 후분양제가 분명히 낫다고 할 수 있다.

재무적으로 부담이 적은 SH가 먼저 90% 후분양제를 한다고 하니 결과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품질 관점에서는 꼭 그렇다고 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하자는 골조보다는 마감부분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후분양제를 통해 분양가가 높아지거나 품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반길지는 의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의미에 대해 다른 나라의 건축안전 책임제도와 비교해 평가해 달라

-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장 관리자가 아닌 경영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다. 그런데, 경영자가 전문경영인인지 최대주주인지 애매하다. 

영국의 경우을 살펴보면 2007년 중대재해처벌법과 유사한 기업과실치사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사고율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차 하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이 법의 취지는 경영자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비용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안전보건에 대한 예방조치를 해야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예방조치를 해야 하는지 분명치 않다. 

이법에서는 50인미만 사업장은 제외했는데, 사실 건설중대재해는 50인미만 사업장에서 80% 정도 발생한다. 

이런 점들이 이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물론, 시행해나가면서 개선해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법률시장만 확대하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고의적으로 사고를 내는 사람은 없을 텐데,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사고율을 낮추자는 것이라면 보다 근본적인 사고의 원인을 잘 따져보면서 개선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원인과 대안에 대해 짚어달라 

- 가장 문제가 많은 부분은 현장에 대한 확인이 없다는 것과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이다. 전문건설업을 세분화시켜야 한다. 

지난번 광주시 학동 철거현장 사고의 경우 철거공사비로 현대산업개발이 지급한 돈은 60억원인데, 실제로 공사현장의 철거업체는 1/4 이하의 금액을 지급받았다고 한다. 그러면 안전에 대해 충분히 신경쓰기 어렵다.

전문 건설업은 하청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전문화와 세분화때문에 하도급은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다단계로 이어지는 관행적 재하도급 구조에서는 정당한 공사비용이 보장되기 어렵다. 분업과 협업의 범주를 벗어난 과도한 중개비용이 문제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확인밖에 없다. 

- 日서 도입한 건축법 VS 美서 도입한 기술사법 서로 상충...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 발생

국내건축법은 1962년에 만들어지면서 일본법을 들여왔다. '모든 설계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일본에는 구조를 하는 건축사와 설계를 하는 건축사가 있다. 

그런데, 이후 기술사법이 생겼는데, 이것은 미국에서 들여왔다. 이 두법이 상충된다. 

국내에서는 건축사들이 설계와 감리를 한다. 모든 설계는 건축사들이 하도록 건축법에서 정했기 때문에 전기기술사나, 설비기술사들이 건축사들에게 소속돼 하청을 받는 구조였다. 그러다가 이들 분야는 자기들이 감리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그런데, 유독 건축구조기술사는 여전히 하청을 받는 구조다. 건축을 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안하는 셈이다. 

국내법에 따르면 시행, 시공, 설계하는 사람들이 건축의 주체다. 따라서 이들이 요청할 때만 구조기술사가 갈 수가 있다. 그래서 건축구조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아이파크 붕괴사고도 사고가 나기전에 구조기술사를 불러야 하는데, 사고가 난 뒤에 불렀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다. 

-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이후 특수건물은 건축구조기술사 협력의무화...아파트는 0.25% 비용문제로 아직

지난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많은 젊은이들이 사망하자, 특수구조 및 고층건축물은 공사 중 건축구조기술사와 협력을 의무화했다. 

그런데, 민간 아파트 건설에서는 비용문제로 구조기술사의 확인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을 확인하는 비용을 따지면, 전체 건축비의 약 0.25%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분양가가 올라간다는 이유로 안전을 외면하는 것은 후진적인 사고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화정동 아이파크의 경우는 39층인데, 법(건축법시행령 제19조제3항제1호)대로면 5층마다 공사감리를 하게 돼있다. 39층이 게스트하우스와 스카이라운지가 있어 용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하중이 달라진다. 그런데, 법대로 하면 39층은 확인에서 누락된다. 그러니까 설계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확인했어야 한다. 

설계사의 의도를 현장에서 확인하지 않고 시행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외국의 경우에는 건축을 하는 경우에 설계사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 

건축사고가 나는 경우는 여러가지 문제가 조합될 때 발생하기 때문에 몇가지만 짚어서는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른 요인들이 조합될 경우 이번처럼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신임 회장으로서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업무는 무엇인지 말해달라

- 용역대가기준 법제화다. 구조기술사회가 제시한 기준은 공정위는 담합이라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토부는 기준 마련을 외면한다... 이는 구조설계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우려된다.

구조건축기술사의 용역비용에 관해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예를 들어 1000평짜리 아파트를 짓는다면 공사비는 기준이 있다. 그런데, 구조설계는 명확한 대가 기준이 없다. 

공정한 용역비용 기준이 마련돼야 과도한 경쟁도, 바가지 용역비도 근절된다. 그런데, 우리가 정해서 제시하면 담합이라고 하고, 국토교통부에 대가기준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 외면한다. 

용역 대가기준 법제화는 건축구조에서는 숙원사업이다. 건축구조기술사 간 저가 경쟁, 체불 문제 등으로 건축구조기술용역의 품질이 낮아지는 것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공정위는 건축구조기술사회가 지난 1994년 참고용으로 마련한 내부 대가기준에 대해 가격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우리 협회는 400명이 넘는 회원들의 모금을 통해 과징금을 냈다. 그리고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고등법원에서는 패소했다. 정부에서 만든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취지다.

그러면 정부가 기준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 발주가 많은 토목 분야에서는 대가기준이 있다. 그런데, 민간분야는 다양하고 폭이 넓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구조설계비가 많은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공사비가 100억원이라면, 설계비는 5%인 5억원 정도 되고, 구조설계비는 이 금액의 5%, 즉 총 공사비의 0.25%다. 정작 아파트 분양원가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건축구조설계에 대해 적정기준없이 최저가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고창우 회장 [사진=녹색경제]

고창우 회장은 한양대에서 건축공학학사를 취득하고 동(同)대학원에서 구조공학 석사를 수료했다. 2000년 제60회 건축구조기술사 시험에 합격해 오랜기간 건축구조기술사회 임원으로 활동했고, 17대회장단에서 정책위원회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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