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칼라일에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이유는...신뢰 관계 기반, 지배구조 개편 과정 '파트너'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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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칼라일에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이유는...신뢰 관계 기반, 지배구조 개편 과정 '파트너' 역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2.01.06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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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정몽구, 현대글로비스 지분 10% 칼라일에 매각
- 정의선-이규성, 깊은 신뢰...2019년 칼라일 대담 함께 하기도
- 공정거래법 개정안 일감몰아주기 문제 해결에 도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물류계열사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10%를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 매각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과 이규성 칼라일 회장 사이의 깊은 신뢰가 협력 관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각각 123만2299주(3.29%), 251만7701주(6.71%)의 지분을 칼라일 특수목적법인(SPC)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 리미티드'에 매각했다. 

이번 딜로 정의선 회장은 2009억원, 정몽구 회장은 4103억원을 확보했다. 주당 매각가는 16만3000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의 지분은 기존 23.29%에서 20%로 줄었고,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주주 명단에서 빠졌다. 

칼라일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10%를 확보해 현대글로비스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현대글로비스는 최대주주 정의선 회장에 이어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11%)가 2대 주주다. 이어 현대차(4.88%), 현대차정몽구재단(4.46%)이 각각 4, 5대 주주다.

정의선 회장이 칼라일에 지분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재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 20%)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던 기존 규제를 상장사 20%로 강화했다.

칼라일은 현대차그룹의 우군으로 분류돼 우호 지분을 갖게 된 셈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규성 칼라일그룹 대표와 친분이 깊다.  이규성 회장은 운용자산 규모가 300조원에 달하는 칼라일의 한국계 CEO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 칼라일이 주최한 좌담회에 참석하는 등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의선, 확보한 현금은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할 전망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이규성 칼라일그룹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칼라일그룹 콘퍼런스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이규성 칼라일그룹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칼라일그룹 콘퍼런스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칼라일은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경영권 승계 과정에 필요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확실한 도우미 혹은 파트너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칼라일이 전 세계에 보유한 투자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현대글로비스와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국내외 우량 기업 인수·합병(M&A)과 제휴 활동도 적극 지원할 가능성도 크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인수 과정에서 칼라일은 이사선임권 외에도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매각할 시에 함께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는 태그얼롱(동반 매도) 권리도 부여받았다. 이는 정의선 회장과 이규성 회장 간에 깊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의 주주가치를 높이고,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이번 딜로 6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하게 되면 최대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 총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되는 것.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정의선 회장은 상장 과정에서 공모를 통해 534만주 가량을 처분해 최대 4000억원이 확보하게 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42만주를 매각해 최대 1000억원의 자금 확보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측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 및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지분 21.4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며 "정의선 회장이 확보한 자금으로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 7.2%를 승계받기 위한 세금으로 사용하거나 직접 모비스 지분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다. 따라서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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