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권 보장’ 동참 애플, 자가수리 허용해도 ‘아이폰 신상’ 바꿀 사람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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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권 보장’ 동참 애플, 자가수리 허용해도 ‘아이폰 신상’ 바꿀 사람은 바꾼다?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11.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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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스마트폰 제조업체 수리권 보장 행정명령...애플, 내년부터 자가수리 허용 방침
–“스마트폰 유저들, 늘 신제품 원해”...수리권 보장도 교체주기 개선에 실효 없을 거라는 지적
-스마트폰 폐기물량 감축, 수리권 보장의 제도적 강화 더불어 개인 소비습관 개선도 뒤따라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스마트폰 고장 나서 바꾸냐고요? 사실, 그건 핑계죠...1년에도 몇 번씩 고퀄리티의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오는데 빨리 신상폰을 영접하고 싶어서 합리화하는 말이죠.”

스마트폰 폐기물량 감축을 위해서는 제조사들에 수리권 보장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러한 정책이 실제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주기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관측이 많다.

이미 새 문물을 받아들이는 게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소비 행태를 고려하면, 수리권을 보장한다고 해서 스마트폰 신제품 구매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시리즈가 바뀔 때마다 카메라, 디스플레이, 칩셋 등 기존 기능이 향상되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이 생기는가 하면, 심지어 새로운 형태의 폼팩터까지 등장하며 스마트폰이 매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라며, “얼리어답터를 지향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신상 스마트폰에 대한 욕구에 항상 목말라하고 있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고장 여부와 상관없이 기회만 있다면 새 제품으로 교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수리가 쉬워진다면 소비자들이 굳이 새 제품으로 교체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일부 있지만, 이는 좁은 차원에서 내다본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며 폐스마트폰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이폰13. [사진=애플]
아이폰13. [사진=애플]

수리권 보장이 폐스마트폰 감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증은 이번 애플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등 자사 제품 일부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자가수리(Self Service Repair) 프로그램을 전격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가수리를 원하는 사용자가 애플 전용 웹사이트에 접속해 배터리나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부품과 필요한 공구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수리 기술을 지닌 소비자라면 굳이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스스로 수리할 수 있으며, 직접 부품을 구매해 수리하는 것이므로 비용도 줄어들 전망이다. 애플은 우선 내년부터 아이폰12와 아이폰13 제품에 한해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그해 후반에 들어서 지원 대상 제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애플의 이러한 방침은 근래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수리권 보장 강화의 움직임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올 7월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자가수리를 제한하던 애플 등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에 소비자들의 수리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으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에 화답해 관련 위원회 정책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현재 미국에서 자가수리권 보장 관련 법안이 발의된 주만 27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으로 폐스마트폰 문제가 해결될 것을 크게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을 중심으로 수리권 보장 정책이 확산한다는 건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이것이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주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IRP에서 실시한 애플 자가수리 프로그램 관련 애플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그래프. [사진=CIRP]
미국 시장조사업체 CIRP에서 실시한 애플 자가수리 프로그램 관련 애플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그래프. [사진=CIRP]

미국 시장조사업체 CIRP의 보고서를 인용한 애플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구매한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현재 수리할 필요 없이 양호한 상태로 제품을 사용 중이라는 의견이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부문 각각 65%와 60%(종일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34%, 하루 이상 사용도 가능하다 26%)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돼 수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디스플레이 부문이 6%, 배터리 부문이 14%에 그쳤다. CIRP측은 이들만이 애플의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쉬 로위츠 CIRP 파트너 겸 공동 설립자는 “액정이나 배터리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장 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대부분 소비자가 기존 쓰던 아이폰도 쓸만한 상태이면서 새 모델을 찾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용자들이 언급한 구형 아이폰 교체 조건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소수 이용자만이 새 모델을 사는 대신 수리 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역시 신모델 구입을 늦추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수리권 보장 관련 규제 강화와 기업들의 책임, 개인의 노력 삼박자가 맞춰져야 실제적인 스마트폰 폐기물량 감축에 일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녹색경제신문에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로 수리권이 보장된다는 환경하에 제조업체의 적극적인 보상방안 마련이 중요하며, 소비자들도 무조건 새 기기로 바꾸기보다는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도록 소비습관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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