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車톡-시승기] 정통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 전기차 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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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의 車톡-시승기] 정통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 전기차 시장 노린다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11.1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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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출력 284마력/6400(rpm) 최대 토크 36kg·m /4400(rpm)
- 전장 5600mm, 전폭 1935mm, 전고 1850mm, 공차중량 2305kg
- 축거 3490mm 휘청거림 적고 안정감 느껴져...저속 험로에 안성맞춤
- 긴 회전반경, 넓은 진입각 및 탈출각은 차 특성...오프로드의 대명사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사전적 의미로 '검투사'다. 험난한 전쟁터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이 서로 닮았다. 지프의 글래디에이터는 검투사처럼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달리는 픽업트럭이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지프의 적은 수납량을 보완하기 위해 1963년에 탄생했지만 1971년에 단종됐다. 그러다 픽업 트럭의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다시 지프 브랜드의 라인업에 합류하기에 이른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초기형 (1962~1971) [사진=네이버 백과사전]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부활은 전기차 시대와도 연관이 있다. 아웃도어와 전기차 시장이 함께 큰 폭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넓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프'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랭글러'가 담당하고 있다. 오프로드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다. 지프가 첫 전기차를 랭글러로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프의 글래디에이터도 '랭글러'의 얼굴을 하고 있다. 차후에 글래디에이터가 전기차로 출시된다면 그 활용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동화가 가능한 상황에서 지프 픽업트럭의 부활은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Exterior

글래디에이터는 오프로드의 특성이 외관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난다.

첫 느낌은 '큰 차'라는 느낌이 매우 강하다. 전고는 1850mm로 웬만한 SUV 차량들보다 높다. 높이도 높이지만, 차의 길이가 더욱 압도적으로 느껴진다. 무려 5600mm에 달하는 전장은 이 차가 단순한 도심용 차량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앞모습은 영락없는 랭글러다. 보닛의 형태나 툭 튀어나온 범퍼까지 차이점이 없다. 보닛을 여는 투박한 잠금장치도 멋스럽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녹색경제신문]

 

옆면에는 험난한 오프로드 코스 테스트를 통화했다는 징표인 빨간색 4x4트레일 레이티드 뱃지가 달려있다. 

적재함은 가죽커버로 씌워져 있으며, 테일게이트를 열고 안쪽의 손잡이를 이용해 잠금장치를 풀면 수동으로 커버를 접을 수 있다. 적재함의 용량은 1005L로, 최대 300kg까지 실을 수 있다.

혹시나 비가 오면 물이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가 됐지만 커버와 차체가 맞닿는 부분에 홈이 파여있고 고무 실링이 돼있어 물이 들어갈 염려는 거의 없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녹색경제신문]

 

적재함을 비추는 카고라이트는 적재함의 옆면에 있다. 이유는 3피스 하드탑 구성 때문이다. 글래디에이터는 랭글러와 같이 3피스 하드탑이기에 전체 탈거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카고라이트를 루프쪽 대신 사이드에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이유로 보조 브레이크등 역시 테일게이트에 붙어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녹색경제신문]

 

17인치 휠에 타이어는 32인치 급의 255/75R17 BGF 머드터레인 KM2 타이어로 루비콘 순정과 같은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녹색경제신문]

 

다만 아쉬운 점은 국내 출시 모델에는 히치리시버가 삭제됐다는 점이다. 그나마 북미 출시모델과 동일한 범퍼가 국내에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원하는 경우 순정 히치리시버에 장착할 부품을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장착할 수는 있다. 히치리시버는 견인을 할 수 있는 장치다.

기본 수입모델(왼쪽)과 히치리시버를 부착한 모델(오른쪽) [사진=녹색경제신문]

 

Interior

글래디에이터는 분명 투박하고 거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모델이다. 많은 부분에서 수동으로 작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하드탑의 경우  나사를 풀어 일일이 떼내야 한다. 어딘가에 정차해 천장을 보면서 떼다 보면 요즘 같은 시대에도 이런 차가 있나 싶을 정도다. 의자 각도 조절 레버의 경우 지프를 처음 타는 사람은 황당할 정도로 독특하게도 좌석 끝에 장착된 끈을 당겨 조절하게 돼있다.

디지털과는 거리가 있는 지프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아날로그 감성 때문이다. 편안함과 안락함 보다는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차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녹색경제신문]

 

차량에 올라앉아 시동을 켜기 전에 대시보드를 한번 훑어보면 또 한번 오프로드에 대한 욕구가 치솟는다. 오프로드 주행을 극대화하는 기어와 스웨이바 버튼이 '쓰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차량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스웨이 바 버튼이 눈에 띈다. 스웨이바는 스테빌라이져라고도 불리우는 부품으로, 차가 오프로드와 같은 상황에서 휠이 상하로 더욱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차를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보통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는 차주들은 이 스웨이바를 아예 떼버리고 도로주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프 랭글러 루비콘에는 이 스웨이바를 버튼 하나로 비활성화 시킬 수 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녹색경제신문]

 

4H 모드에서 분리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2H 모드에서는 자동으로 링크 연결이 이뤄진다. 또한 4H 모드에서 시속이 40km/h 이상으로 올라가면 해제돼 있던 스웨이바 링크가 다시 연결된다. 다시 연결하고자 할 때는 비교적 평탄한 구간에서 버튼을 누르고 계기판의 안내등이 소등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유선으로 연결하면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오토와 연결되며, 이는 대시보드 가운데에 배치된 터치 스크린 방식의 8.4인치 모니터를 통해 조작할 수 있다. 

내부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적잖이 놀란다. 흰색 스티로폼 같은 플라스틱 내장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래디에이터의 천장은 손으로 뜯어내는 방식의 3피스 하드탑이라 천장이 조립식 장난감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적재함에 짐을 실을 수 있지만, 좀더 가까운 곳에 보관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2열의 시트 아래에 보관할 수도 있다. 2열 시트를 들어 올리면 플라스틱 소재의 제대로 된 사물함이 나온다. 신발이나 베낭 혹은 구급의료기기와 같은 물건을 실어놓기에 적당한 크기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녹색경제신문]

 

본격적으로 주행을 해보자.

글래디에이터는 전장이 무려 5600mm에 달하며, 축거도 3490mm나 된다.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의 축거인 3010mm이고, 큰 차에 속하는 포드 익스플로러의 축거도 3025mm인 것과 비교했을 때 글래디에이터의 축거는 상당히 긴 편이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녹색경제신문]

 

차체길이와 휠베이스로 인한 승차감은 몸으로 크게 와닿는다. 일단 매우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기본적으로 휘청거림이 적다. 극대화해서 표현하자면, 버스에서 앞바퀴와 뒷바퀴의 중간 위치에 해당하는 자리에 앉으면 바퀴의 충격이 크게 전달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속 주행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긴 휠베이스는 승차감을 편안하게 한다. 다만 휠베이스가 길기 때문에 회전반경이 길거나, 진입각 및 탈출각이 좀 더 넓다는 특징이 있다.

 V6 3.6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장착되면서 소음도 확실하게 줄었다. 8단 미션과 맞물리면서 실내의 소음 수준이 확연하게 내려갔다. RPM을 올려도 부드럽게 올라간다. 그렇다고 힘있게 치고 나가는 맛도 없다. 풀가속을 해도 속도가 매끄럽게 올라가진 않는다. 

다만 공차 중량이 2.3톤이 넘는데도 밟았을 때 육중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험한 길에 최적화 돼있다 보니 거친 타이어의 소음은 고속에는 적합하지 않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녹색경제신문]

연비는 3.6엔진인 만큼 낮은 편이다. 실제로 고속도로와 오프로드 주행시 7.1km/l가 나왔으며 공식 복합연비는 6.5 km/l다.

개성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드림카가 아닐까.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녹색경제신문]

 

정기자의 덧붙임

간단하게 지프의 역사를 살펴보자.

지프는 2차대전에 등장했다. 특수 정찰차량의 개발로 미군에 납품되면서 지프는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윌리스MB 모델은 2차대전의 영웅으로 불린다. 33만5500여대가 생산돼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한국 전쟁에서는MB를 개선한 M38A1이 활약하기에 이른다. 지프는 해당 모델을 1957년까지 10만대 넘게 생산했다.

한국전에서 맹활약했던 M38A1 지프 [사진=Public Domein]
한국전에서 맹활약했던 지프 M38A1 [사진=Public Domein]

 

당시 지프의 가장 큰 단점은 수납이었다. 응급환자나 군용품 등 짐을 실을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M38A1의 휠베이스를 늘린 M170이 등장해 야전구급차로 사용됐다. 일각에서는 M170을 CJ-6의 밀리터리 버전이라고도 부른다.

M38A1의 휠베이스를 늘린 M170 지프. 주로 야전구급차로 사용되었다. [사진=Public Domain]

전쟁이 끝나면서 지프의 활용도는 더욱 넓어지게 됐다.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농·축산업용으로, 그리고 레저용으로까지 활용되면서 지프는 1945년 8월에는 최초의 민간용 지프 CJ-2A를 발표, 1963년에는 픽업트럭에 집중한 글래디에이터를 출시했다. 하지만 판매 부진으로 출시 8년만에 단종되고 만다.

CJ-2A에는 운전석만 장착됐고 조수석을 비롯한 나머지 모두가 옵션인채로 민간에 판매됐다. [사진=Willys-Overland]

 

이후 스크램블러(CJ-8), 그리고 코만치로 이어졌던 지프의 픽업트럭 계보에 글래디에이터가 다시 출현했다. 

글래디에이터는 2005년에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랭글러 TJ 기반의 2도어 콘셉트 트럭으로 등장했으며, 13년이 지난 2018년에 드디어 양산차로 출시됐다. 많은 사람들은 글래디에이터의 출시를 앞두고 '스크램블러'라는 이름이 다시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을 깨고 글래디에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됐다.

글래디에이터의 등장 원인 중 하나로 전기차 시대의 도래가 꼽힌다. 아웃도어와 전기차 시장이 함께 큰 폭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넓히고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프는 최근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를 전기차로 출시했다. 향후 글래디에이터의 전기차 출시를 기대해본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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