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 삼성·SK, 美 정부에 정보 제공..."문제는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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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란] 삼성·SK, 美 정부에 정보 제공..."문제는 지금부터"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11.09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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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 요구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67업체 이상 응답..."민감한 정보는 공개 안해"
-美, 삼성에 반도체 내부정보 또 요구할 수도..."문제는 지금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whitehouse 인스타그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에 반도체 공급망 관련 기업 내부 자료를 제출했다. 미국 정부가 제시한 45일을 꼬박 채웠다. 공개해야 하는 정보가 회사 차원에서 매우 민감한 부분인 만큼, 공개 수위에 대한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반도체 공급 부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자 미국 행정부는 어느 부분에서 반도체 유통에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명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전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에게 공급망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설문지 형태의 보고서는 제품별 매출, 재고, 고객사 정보 등 26개 문항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객사 정보는 제외하고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미국의 자료 활용이 단순 병목현상 해소에만 머무르진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기밀을 입수하게 된 상황에서 미국은 전세계 반도체 산업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민감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국이 추가적으로 자료를 요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의 자료 조사가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한 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미국 정부는 (세계 기업들로부터) 받은 정보를 미국 기업에 몰래 제공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가격 면에 있어서 얼마나 남기는지 등과 같은 모든 정보를 보고 시장에 대응하기가 매우 수월해진다"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관련 한 업계 관계자 역시 녹색경제신문에 "미국이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인텔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日 반도체 산업 무너뜨린 美...이번엔 한국 차례?

이같은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는 미국이 이미 과거에 한차례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무너뜨린 전적이 있어서다. 

1945년 8월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이후 일본은 미국의 도움으로 반도체산업을 키워 나갔다. 꾸준히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킨 일본은 1980년대에 접어들어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기에 이르렀다. 

로열티를 받으며 반도체 기술을 공유하던 미국은 상황이 오히려 역전되자 급기야 일본을 압박하기에 이른다. 

이 때 미국이 사용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환율 정책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다른 하나는 무역보복이다. 

미국의 환율 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높아진 일본은 가격 경쟁력에서 미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1987년 미국은 일본정부가 미일 반도체 협정을 지키지 않는다며 무역 보복까지 실시한다. 이것이 바로 슈퍼301조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현재 반도체 기업들에게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정보는 사실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는 고급 정보다. 과거 슈퍼301조에 버금가는 요구다"라며 "미국은 조달부터 판매까지의 모든 공급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거래관계는 기업이 단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공개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1981년에 전 세계 산업의 공급망에 대한 분석을 이론적으로 마쳤다. 이후 자체 보고서를 토대로 세계 기업들에게 공급망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에는 자동차 부품사와 관련해 30페이지 분량의 설문지를 요구한 적이 있다. 

그는 "(2018년 자동차 부품사 설문지 관련)우리는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설문지가) 상세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번에도 미국은 우리가 만들어내지도 못할 정도로 상세한 설문지를 채우라고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에 정보를 안줘도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고, 정보를 주면 가격 경쟁력을 미국이 확보하게 되다 보니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나 저러나 문제다"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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