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사장, 부회장 승진 및 연임 '통신망 장애 사태' 영향 받나...내년 대선·정권도 큰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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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사장, 부회장 승진 및 연임 '통신망 장애 사태' 영향 받나...내년 대선·정권도 큰 변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10.2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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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 KT맨' 구현모, 내년 임기 마지막 3년차 맞아 부회장 승진 및 연임 도전 중 사고 터져
..."약관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보상책을 마련하겠다" 거듭 사과
- 아직 1년여 임기 남아 있어...장애 사태태 수습 매끄럽게 처리한다면 전화위복 계기
- "KT는 민영화됐지만 국민연금 지분이 높아 내년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뀔 경우 오히려 큰 변수"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5일 발생한 '전국적 통신망 장애사태'로 인해 부회장 승진과 연임에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KT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구현모 사장이 그간 부회장 승진과 연임을 위해 노력 중인데 유일한 걸림돌이 지난 2014년 국회 로비 사건 당시 연루된 임원이었다"며 "그렇지만 구 사장은 과거 사건은 (주도자가 아니라서)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는데 이번 통신망 장애 사건이 터졌다"고 밝혔다. 

구 사장이 부회장 승진과 연임을 노렸으나 이번 유무선 통신망 장애 사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구 사장은 황창규 회장에 이어 지난해 3월 취임해 내년이면 임기 마지막 3년차를 맞아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구 사장은 외부인사가 아닌 '정통 KT맨'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구 사장은 이날 서울 연건동 KT혜화타워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후속대책을 논의한 뒤 “전적으로 KT의 책임이다. 믿고 이용해준 고객들께 사과드린다”며 “약관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보상책을 마련하겠다. 내부 이사회를 거쳐 조속히 보상 일정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구 사장은 "사고 원인은 망 고도화에 따른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작업을 하다 발생한 오류였다"며 “야간 (작업) 승인을 받았는데 주간에 작업을 하다 문제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에서 통신망 장애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구 사장은 26일에도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장애로 불편을 겪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CEO로서 KT를 믿고 서비스를 사용해 주시는 고객님들께 장애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구 사장이 관리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또 다시 터진 대형 사고여서 구 사장은 뼈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구 사장이 전적으로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터질 수 있는 통신사업자의 숙명이기 때문에 향후 대책 등을 잘 마무리한다면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솔루션 적용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작업은 통화량이 적은 새벽 2~4시에 하는데 낮에 실시한 것은 '안전불감증'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구 사장이 이번 사태 수습을 매끄럽게 처리한다면 1년여 시간이 있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이 설비 투자를 줄여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KT새노조는 “경영진이 아현국사 화재 사태 이후 통신구 이중화 등의 투자 없이 장비만 집중시킨 결과인데 반성 없이 3년 간 설비투자비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며 "임원들은 3년 간 1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장기성과급으로 챙겨왔다"고 주장했다.

KT의 시설 투자액은 지난 2019년 3조 2570억원에서, 구 사장 취임 이후 2020년 2조 872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2조원 수준이 예상된다.

KT 관계자는 "설비 투자가 줄은 것이 아니다"라며 "KT는 이미 기가인터넷 등 인터넷 영역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에 잘 구축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KT는 다른 통신사 보다 먼저 더 많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최근 투자가 적게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 사장에 대한 평가는 이사회 소관이기 때문에 경영성과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좋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사업을 잘해서 주주 이익 극대화 등 경영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구 사장은 전통 통신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미디어 등 '탈통신'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구 사장 취임 후 KT 주가는 약 2배 급등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구 사장의 운명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대선과 정권 변화를 꼽기도 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KT는 민영화됐지만 국민연금 지분이 높아 내년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뀔 경우 오히려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정권 교체기에는 임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구 사장 본인만 잘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이용경(2002년 8월~2005년 8월), 남중수(2005년 8월~2008년 11월), 이석채(2009년 1월~2013년 11월), 황창규(2014년 1월~2018년 3월) 등 4명의 회장이 정권에 의해 바뀐 '흑역사'를 갖고 있다. 이 중 황창규 회장만 연임에 성공해 6년간 재임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구현모 KT 대표 리더십 원천은 내부 출신이라는 데 있다. KT에 사원으로 입사해 회장 비서실장, 경영기획부문장, 커스터머부문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며 "구 사장이 이번 통신망 장애 사태는 물론 정치권 외압을 이겨내고 연임에 성공할지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KT 직원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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