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海썰]HMM 임단협 타결의 의의와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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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海썰]HMM 임단협 타결의 의의와 남은 과제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9.02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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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샘협상 끝 극적 타결...수출기업, 노사정 모두 승자
- 화주·동맹과의 신뢰 지킨 것 중요...46년 무파업 전통 이어가
- 해운물류난 극심 여전...경영정상화까지 남은 과제 많아

수많은 수출기업들의 애를 태우던 HMM 임금 및 단체협상이 2일 아침 8시경 밤샘협상 끝에 77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HMM 관계자는 이날 "임금인상 7.9%, 격려금 및 생산성 장려금 650%, 복지 개선 평균 약 2.7% 등에 노사가 합의했다. 또한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임금 경쟁력 회복 및 성과급 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타협안은 최종 중노위에서 임금인상 8%, 격려금·장려금 500%를 주장한 사측 안(案)과 임금인상 8%, 격려금·장려금 800%를 주장했던 노조측 안의 중간선에서 이뤄진 것이다. 

HMM 로비에서 만난 김진만 노조 지부장 [사진=녹색경제]

어려운 협상 과정 속 수출대란 우려가 노사 합의 동력으로

당초 이번 임단협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결정권이 없는 경영진과 한국노총 소속의 해상노조(위원장 전정근)와 민주노총 소속의 육상노조(지부장 김진만)로 나뉜 노조 지도부가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았다. 최대주주이자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보수적인 국책은행이라는 점도 장애요소로 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원들이 노조지도부에 전권을 위임한 점과, 해운협회가 노조지지를 천명하면서 협상력이 높아진 점이 합의 도출에 큰 역할을 했고, 지난달 수출이 523.3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4.9% 증가하며 역대 8월 수출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산업은행이 나름 파격적인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HMM 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께 자칫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코로나 등 어려운 상황과 해운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할 수 있었다”며 “이번 임금협상을 계기로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 해운 재건 완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출기업, 노·사·정 모두의 승리...46년 무파업 전통 이어가며 파국 막아

이번 최종 협상 직전 만난 노조지도부와 회사 관계자, 해운업계 고위 임원은 한결같이 수출기업들의 피해를 우려했다. 이같은 공감대가 파국을 막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사상최대의 수출실적에도 국제적인 해상물류난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실제 파업이 이뤄질 경우, 줄도산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는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정부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노조도 이번 협상으로 큰 수확을 거뒀다. 6~8년의 임금 동결을 깨고 큰 폭의 임금상승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는 산은 관리기업으로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이기도 하지만,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리기업이라도 뛰어난 성과를 낼 경우, 충분치는 않아도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동기부여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견해다. 

경영진도 산은의 직접적인 개입없이 협상을 마무리함으로써, 상당한 입지를 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도 기존의 관례를 깨고 협상을 수용하는 수준의 유연성을 보인 것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여러 산은 관리기업들과의 형평성에 대해 상당히 고민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산은이 관리기업에 대해 이 정도 수준의 임금인상을 수용한 적은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해수부의 설득작업이 있었을 것으로 업계관계자는 짚었다.

이로써 HMM은 46년 무파업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배재훈 대표 [사진=배재훈 대표 SNS 갈무리]
배재훈 대표 [사진=배재훈 대표 SNS 갈무리]

▲화주·해운동맹과의 신뢰 지킨 것은 큰 수확

해운업계 고위 임원은 이번 임단협 타결로 HMM이 화주와 디얼라이언스 동맹과의 신뢰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해운업계의 주요 화주는 오랜 세월 동안 다져진 유대와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만일, 한번의 파업으로도 수십년씩 다져온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만일 파업으로 이어졌다면 주요 화주들에게 피해가 갔음은 물론, 신뢰를 회복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 어렵게 가입한 해운동맹과의 신뢰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의미가 크다. 정부의 해운재건계획에 힘입어 20척의 초대형선을 확보한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디얼라이언스 정회원 가입이 있다. 

실제 HMM물량의 70% 이상은 동맹해운사의 화물이다. 실제로 파업이 이뤄지고 장기화됐더라면 동맹에 대한 피해를 끼칠 수 밖에 없었고, 퇴출도 거론됐을 것이다. 

 

남은 과제도 많아...HMM 경영정상화에 공감대 이뤄야

극적으로 타결은 됐지만, 이번 임단협에서 드러난 문제들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세계8위의 원양해운사가 당연해보이는 의사결정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쟁기업은  메탄올 추진선 등 차세대 친환경선박을 발주하고, 우수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한 반면, HMM은 소모적 논쟁을 이어왔다. 

이는 신속한 민영화를 통해 합리적이고 유연한 의사결정체제를 갖춰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이와 관련해서 HMM의 상환능력이 충분한 만큼 콜 옵션 조항이 있는 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의 6000억원 규모 영구채 상환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HMM의 경영이 정상화되려면 무엇보다도 경영진의 책임과 권한이 강화되야한다. 노사과정에서 이원화된 노조와 결정권 없는 경영진은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경영권도 정상화돼야 하고 아직은 미흡한 임금도 더욱 정상화돼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의 해운재건 계획대로 고효율·친환경선박을 추가 확보해 200만 TEU의 선복량을 갖추고 세계 5위권의 해운사로 성장시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 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선적하는 모습 [사진=HMM]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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