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메모리 고속 성장세’에 웃고있는 삼성-SK...미-중 반도체 전쟁에 복잡해지는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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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메모리 고속 성장세’에 웃고있는 삼성-SK...미-중 반도체 전쟁에 복잡해지는 셈법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07.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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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트럼프 이어 중국 ‘반도체 굴기’에 본격 제재...국내 반도체 기업도 비상
-삼성전자, 중국 시안에 2개 공장 짓고 6세대 낸드플래시 양산 중...미국 수출제한 조치에 영향 받을까?
-인텔 메모리 사업부 인수로 더 큰 도약 노리는 SK하이닉스, 중국의 영문 모를 시간끌기에 발목 잡혀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 단단히 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가운데, 최근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만들어진 냉랭한 국제정세가 이들의 앞길에 자칫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제재를 가하면서 형성된 양국 간 대결 구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미국의 수출 규제가 있으면 전반적으로 산업 한쪽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반길만한 상황이 아닌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은 안 해도 서플라이 체인 등 공급하는 과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산업 쪽으로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라고 전했다.

미-중 반도체 전쟁 과열...낸드플래시 공략하는 삼성-SK '촉각'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시장 전망치가 높은 낸드플래시에 적극 공략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반도체 수출 제한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치는 미중 간 대결 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사업을 키우기 위해 글로벌 굴지의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은 그런 중국을 당연히 견제하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이들 양국의 상호견제로 다른 글로벌 기업의 시장 확대와 기술 개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최대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에 중국 수출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UV는 반도체를 생산할 때 필요한 미세공정의 핵심으로써, 파운드리 생산과 더불어 최근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양산에도 활용도가 크게 주목받는 기술이다.

트럼프 정부의 수출 제한 요청 이후 2019년 6월부터 ASML에 중국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던 네덜란드 정부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여전히 수출 제한 압박이 들어오자 쉽사리 규제를 풀지 못하는 모양이다.

앞서 올 4월에는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산하 인공지능(AI) 위원회가 중국에 액침불화아르곤(ArFi) 기반 심자외선(DUV) 장비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반도체 ‘최대 고객’ 중국에 걸린 미국 제재...삼성 시안 공장과 SK 인텔 인수에도 영향?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실제 중국은 우리 기업의 반도체 수출 최대 교역국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액은 62억 1000천만 달러(한화 약 7조 1613억원) 수준이며, 각 수출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가격 상승세가 뚜렷한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중국을 공략한 투자를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 시안에 지은 1공장에 이어 최근 2공장까지 짓고 6세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확대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지 생산라인을 통해 삼성전자가 확보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웨이퍼 기준으로 월 25만 장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생산량에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 역시 ArF 노광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미국의 해당 장비 중국 수출 제한 여부에 따라 삼성 역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 중국 공장은 대부분 현지 내수용으로 쓰이는 반도체를 만들고 있어 수출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비 공급하는 과정에서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업계에서도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추진 중인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 인수 건과 관련해 중국이 장기간 승인을 내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금의 미중 관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 인수를 추진 중이며 국제 규정에 따라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로부터 반독점 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심사 대상 8개국 중 최근 싱가포르의 승인까지 받으면서 7개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완료했다.

남은 곳은 중국 하나다. 중국은 SK하이닉스의 이번 인수 심사를 9개월 넘게 끌고 있는 반면, 최근 자국계 사모펀드운영사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 건에 대해서는 단 한 달여 만에 승인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수출 제재를 받고 불만을 품은 중국이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나오며 심술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 승인이 늦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미국의 중국 수출 제한 움직임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중국 내부에서 어떤 고려가 있어서 승인을 미루는 건지는 몰라도 각 국가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으로 반도체 역량이 쏠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중국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하기보다는 현재 국가별로 차례차례 심사를 받는 과정인 것”이라며, “연내 승인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모든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SK하이닉스가 시장에서 입지를 더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집중 공략 중인 낸드플래시 시장의 성장세와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낸드플래시 제품은 디지털 카메라, USB드라이브, 차량용 내비게이션, SSD,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이 대용량 정보 저장이 필요한 모바일 기기 등에 주로 들어가는데, 비대면 시대에 이르러 재택근무 및 온라인 교육 등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 제품의 수요 역시 급증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1분기까지 점점 감소 폭을 줄이다가 2분기에 들어와 3~10% 상승으로 전환됐으며, 오는 3분기에서도 2분기 대비 5~10% 상승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5년째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킬 만큼 입지가 견고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가 4.6% 증가하면서 153억 달러(한화 약 17조 6300억원)를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점유율 33.3%를 차지하며 이번에도 최정상 자리를 지켰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점유율 12%로 4위에 머물렀지만,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1.7%로 고순위권 기업 중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번 인텔의 낸드 메모리 사업을 인수함에 따라 시장이 단기적으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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