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열전②]범LG家 장자승계 원칙 74년만에 깬 아워홈, 구지은-구본성 ‘남매의 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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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열전②]범LG家 장자승계 원칙 74년만에 깬 아워홈, 구지은-구본성 ‘남매의 난’ 이유는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6.08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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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지은 대표, 두 언니 지원 받아 오빠 구본성 부회장에 경영권 분쟁 승리 후 대표이사 맡아
- 구본성 부회장, '보복운전'으로 실형 악영향...최대주주 및 사내이사 유지 '분쟁 재연 가능성'
- 5년 만에 경영권 되찾은 구지은 대표 "미래 성장동력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
- 공정위, 대기업의 급식 개방 권고...LG그룹 납품처 잃을 위기 맞은 아워홈

범LG가(家) 장자승계 원칙이 74년만에 깨졌다.

식자대 유통 및 단체급식 기업 ‘아워홈’이 ‘남매의 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 구자학 회장의 막내딸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을 해임하고 대표이사에 올랐다.

구인회 창업주가 1947년 LG를 세운 이래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범LG가에서 여성이 대표이사(총수)에 오른 것은 74년 만이다. '인화'를 강조하는 범LG가에서 경영권 분쟁도 이례적인 일이다.

아워홈에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구지은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아워홈 임시주총과 이사회에서 오빠 구본성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구 대표는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아워홈은 전통과 철학을 무시하는 경영을 해 왔다”며 “신임 대표로서 아워홈을 빠르게 되살리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구지은 아워홈 대표

구지은 대표(지분 20.7%)가 표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장녀 구미현(19.3%)씨와 차녀 구명진(19.6%)씨가 막내 편에 섰기 때문이다.

구지은 대표 등 ‘세 자매’의 지분은 59.6%이고 구본성 부회장의 지분은 38.6%이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 자리에서는 밀려났지만 아워홈의 단일 최대주주이고 부회장과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 과반 결의로 가능하지만 사내이사 해임에는 3분의 2 이상의 지분 동의가 필요해 당장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보복 운전 사건이 빌미였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보복성 운전으로 특수재물손괴,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3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 5일 오후 12시 35분께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운전하던 중 끼어든 피해자 A씨의 차량을 다시 앞질러 급정거했다. 두 차량은 충돌했고, 구 부회장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도주했다.

A씨가 10여분의 추격 끝에 구 부회장의 차 앞에 내려 "경찰에 신고했으니 도망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지만, 구 부회장은 차를 앞으로 움직여 A씨의 배와 허리를 쳤다. A씨가 손으로 차를 막아섰지만 구 부회장은 다시 차를 밀어붙여 A씨의 허리·어깨 등을 다치게 했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

또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사보수한도 상향 안을 상정한 점 등 방만 경영 논란도 이어졌다.

당초 구지은 대표는 2004년 아워홈 입사 후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았다.

그런데 2016년 구본성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구자은 대표는 외식기업 캘리스코로 좌천돼 이동했다.

그러던 중 2017년 경영권 분쟁이 처음 발생했다. 구 대표는 구 부회장의 전문경영인 선임안에 반대하며,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당시 장녀 구미현 씨가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줘 주총 소집은 무산됐다.

구 대표는 2019년 이후에도 구 부회장의 아들인 구재모 씨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이사 보수 한도 증액안을 반대하며 재차 분쟁이 이어졌다.

결국 구 대표가 이번에 아워홈 대표이사에 선임돼 범LG가의 장자승계 원칙이 처음으로 깨지게 됐다. LG가는 그간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양자를 입적하기도 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친부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인데 아들이 없던 구본무 LG 회장에게 양자로 입적한 후 회장직에 올랐다.

구지은 대표는 5년만에 아워함 경영권을 되찾은 셈이다. 구 대표는 구자학 회장의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으며 후계자 1순위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구 대표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 구자학 회장과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딸 이숙희 여사의 막내 딸이다.

구 대표는 LG유통에서 분리된 아워홈을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 구자학 회장이 2000년 아워홈을 설립한 후 LG유통으로부터 푸드 서비스 사업을 양수해 전문식당, 식재영업 단체급식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구 대표는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보스턴대학 HR(Human Resource) 과정 석사를 수료한 이후 2004년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아워홈

구 대표는 아워홈에 입사한 이후 구매 및 물류, 글로벌유통 및 외식 사업 등을 맡아 경쟁력 강화에 나선 이후 ▲FD(외식)사업부장 ▲ 글로벌유통사업부장 ▲구매식재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신규 브랜드 론칭과 시스템 개발 분야에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서 언제든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보복운전으로 실형을 받은 만큼 당장은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올해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구 부회장에게 불리한 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구 대표가 주주 이익 차원에서 아워홈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 대표에게 실적 회복과 미래성장사업 발굴은 과제다. 아워홈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2019년 매출 1조8791억원, 영업이익 715억원을 거뒀으나 2020년에는 상반기 8041억원 매출,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쪼그라들었다.

아워홈은 LG그룹 납품처를 잃을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기업들에 급식 시장을 외부에 개방하라고 권고하자 LG그룹은 급식사업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아워홈으로서는 위기다. 공정위에 의하면 아워홈은 2019년 기준 단체 급식 시장 점유율 17.9%로 삼성웰스토리(28.5%)에 이어 업계 2위다.

재계 관계자는 “구지은 대표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범LG가 장자승계 원칙이 무너진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그간 재벌가에 남아있던 가부장적 문화도 시대 변화와 함께 사라지면서 후계자도 남녀평등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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