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재용 사면’ 전향적 입장 변화 이유는...‘광복절 특사’ 가능할까
상태바
문 대통령, ‘이재용 사면’ 전향적 입장 변화 이유는...‘광복절 특사’ 가능할까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6.03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문 대통령, 4월 "쉽게 결정할 사안 아냐"...5월 "국민들도 많이 공감"
- 반도체 글로벌 경쟁 속 국가 경제 고려...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고무
- 정치권, '광복절 특사' 거론...대선 앞두고 중도층 잡기 '정국 전환 카드'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사면에 대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선 ‘광복절 특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고 언급한 대목을 눈여겨 봐야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여론이 높다는 것을 의식한 표현”이라고 전했다.

3일 정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4대 그룹 총수 회동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 전향적으로 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기에 맞춰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 양극화 등 현실적인 해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부회장의 ‘8.15 광복절 특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이재용 사면론’ 관련 입장은 최근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단이 함께 청와대 경내를 걷고 있다[사진 청와대]

지난 4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공식 건의하자, 청와대 측은 "사면 건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고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후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결코 대통령이 마음대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충분히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단 거리를 두기는 했지만 ‘이재용 사면’에 국민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완화된 입장으로 진전된 모양새다. 한달만에 청와대의 기류가 확연하게 바뀌었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부회장 사면에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5월 2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많은 건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국민정서, 공감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별도의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공감대를 언급하면서 사면에 전향적 입장으로 태세 전환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2일 4대 그룹 총수와의 오찬 회동에서 "(기업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긍정적 표현을 했다.

기존 발언이 부정적 입장이 강했다면 이번 회동에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언급하며 사면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단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이 부회장 사면 이야기는 최태원 SK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운을 떼면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청와대 측이 전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최태원 회장은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달라"며 ‘이재용 사면 건의’에 대해 대통령 입장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도 뜻을 같이 했다. 4대 그룹 총수는 '호형호제'하는 친분 관계다.

문 대통령은 "경제 5단체장의 건의가 뭘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최 회장이 '사면'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문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로부터 ‘사면’ 단어가 나오도록 한 후 ‘국민 공감’을 들어 자신의 뜻도 국민과 같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 "국민 동의가 있고 국가 기여 역할이 있으면 사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여권에서도 ‘이재용 사면’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이 부회장 사면에 긍정적 발언이 늘어나고 있다.

이광재 의원은 이날 "삼성이 사회적 책임과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것을 전제로 국민 동의가 있고 국가에 기여할 역할이 있으면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어제 문 대통령께서 말씀한 것으로 (사면 논란은)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회견에서 내걸었던 게 국민 여론 수렴인데 한 달 만에 사면론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다고 직접 언급하면서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재용 사면’에 긍정적 기류로 변화한 것은 최근 급변하는 정치-경제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1년이 남은 상태에서 사면에 대한 원칙론을 고수하기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침체된 국민 경제를 현실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는 대형 투자결정이 필요하다“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사면을 통해 기업과 국가 경제에 힘을 실어달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더욱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이 대규모(44조원) 투자를 단행한 것에 박수갈채를 보내자 문 대통령도 감명받았다.

문 대통령은 오찬에서 "방미 순방 때 4대 그룹이 함께 해준 덕에 한미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첨단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 도움을 주는 동반자적 관계가 됐고 그 과정에서 4대 그룹의 기여가 컸다",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 등 수차례 고마움을 표했다.

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임기 초반엔 ‘재벌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국제 무대에서 국내 기업들의 성과를 목격하면서 임기 후반 들어 순환출자규제 등 기업 규제에 완화된 입장으로 변화했다.

국민들의 ‘이재용 사면 찬성’ 여론은 문 대통령에게 명분을 주기에 충분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10∼12일 전국 성인 1천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 사면 찬성 의견이 64%로 압도적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용 사면’이 정국 전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중도층 표심 확보가 여권의 최대 정치 현안이라는 점에서 경제·민생 해법으로 사면 카드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