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오너 리스크'로 재편 속도 내는 항공산업...박삼구·이상직 '몰락' VS 조원태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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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오너 리스크'로 재편 속도 내는 항공산업...박삼구·이상직 '몰락' VS 조원태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5.14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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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전 회장, 모기업 부당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 부실 초래
-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 비리 혐의로 구속...인수 '난항'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산업은행 '백기사'...경영권 분쟁 종지부

'오너 리스크'로 기인한 항공업계의 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됐고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전 오너가 잇따라 구속되면서 재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박삼구 전 회장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이상직 전 의원은 횡령·배임 혐의를 받아 지난 4월 28일 구속됐다.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이스타항공 전 회장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은 일찌기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회사가 매각되는 상황까지 초래한 것은 '오너 리스크'에 따른 것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전했다. 

박삼구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이용해 총수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금호홀딩스)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받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이용해 금호고속 등 부당 지원 혐의로 구속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2016~2017년 해외 업체의 금호고속 투자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사업권을 넘겨주는 거래를 체결했다. 그런데 거래가 지연되자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로부터 담보 없이 저금리로 1천306억원을 빌렸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부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 전 회장의 경영 방식이 아시아나항공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고 금호그룹 재건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등의 계열사를 부당하게 이용하면서 결국 계열사들이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앞서 박 전 회장은 2009년에도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위기에 빠뜨렸다. 박 전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했다. 그러나 충분한 자금이 없었던 상황에서 금호그룹 전체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아시아나항공까지 자금난에 봉착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4년간 채권단 관리를 받다가 2014년 자율협약 절차가 종료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까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금호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자금 지원을 이어오다가 2019년 4천437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박 전 회장이 2019년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자체 회생 불가 판정을 받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 협상을 진행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업계 불황으로 지난해 협상이 무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 아래 놓였고, 3조원 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결국 지난해 11월 경쟁 업체였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사라지게 됐다. 

이상직 의원, 이스타항공 주식 저가 매도 등 혐의로 구속...비리기업 '꼬리표' 초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은 지난 2015년 11~12월 54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만주를 이스타항공홀딩스에 저가 매도해 이스타항공에 약 43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 전 의원의 자녀들이 이스타홀딩스 주주로 있었다.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 회장을 지낸 이 의원이 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회사 운영에 관여하며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밝혔다. 

조종사 노조는 이 의원이 170억원의 횡령·배임을 했다며 추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조종사 노조는 "이 의원이 이스타항공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71억원 상당의 외상 채권을 발행해 손해를 끼쳤다"며 "이스타항공의 돈이 이 의원 차명 회사로 의심되는 IMSC와 타이이스타젯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은 2019년 경영난에 빠져 제주항공과 매각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인수 계약을 해지했다.

이스타항공은 인수자를 찾지못하자 올해 1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스타항공 관리인이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4배 이상 높은데다 부채도 2천억원에 달해 새로운 인수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는 상태다. 

'이상직 리스크'가 인수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의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약 10년이 지났고 구속까지 됐지만 비리기업이라는 꼬리표가 이어지기 때문. 아울러 매각 협상 과정에서 직원 정리해고 등을 두고 노사 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조원태, 산업은행 투자로 '날개'...조현아, 주식 매도 '경영권 분쟁' 마무리 수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핵심인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경영권 분쟁 지분율 구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KDB산업은행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는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추진한다. 산업은행은 이를 위해 한진칼에 총 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진칼은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포함해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렇게 유상증자로 마련한 2조5000억원 중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1조5000억원에, 영구채를 3000억원에 각각 매입해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일단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한다. 대한민국 국적으로 세계 항공사 순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투자로 한진그룹 경영권분쟁도 사실상 종결되는 분위기다. 고 조양호 선대 회장이 2019년 갑자기 별세하면서 자녀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유훈에 따라 조원태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았지만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반기를 들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3월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경영권을 지켰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강성부펀드(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지분을 늘렸다. 조 회장 측이 우호지분을 포함해 41.14%의 지분을 확보한 반면 조현아 씨 등 3자 연합은 지분율 46.71%로 지분 면에서는 오히려 앞선 상황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투자로 조 회장은 지분율에서 다시 앞서게 된다. 산업은행이 약 10%의 지분을 확보해 조 회장 편에 서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백기사'인 셈이다. 

그러자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자신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15만7500주를 매도했다. 약 87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 납부용일 수 있다"면서도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는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세계적 항공사로 올라서고, 이스타항공 등 중소형 항공사의 구조조정과 이합집산을 통한 항공업계의 재편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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