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대란③] '국가 전략자산'으로 급부상한 반도체...국가 패권 경쟁에 반도체 지형도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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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대란③] '국가 전략자산'으로 급부상한 반도체...국가 패권 경쟁에 반도체 지형도 요동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4.21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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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전쟁, 갑자기 시작된 건 아냐...바이든, 미국 반도체 육성 및 자립 역설
'백악관 반도체 회의', 美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포함한 경제 대책 논의
반도체 공룡들 역대급 투자… 글로벌 ‘패권 다툼’ 치열
K 반도체, 美·中은 유치못해 안달인데...정부 지원도 '절실'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반도체 공급난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각종 재해, 수요 급변으로 일어난 '반도체 대란'은 주요 산업계를 덮쳤다.수요 예측 실패로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재난과 재해까지 겹치면서 생산차질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GM, 도요타, 폴크스바겐, 스텔란티스, 포드, 르노, 스바루, 닛산, 혼다, 마즈다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테슬라도 최근 2주간 보급형 세단인 모델3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장정보 업체 IHS마킷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인해 올해 자동차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가까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차질과 수급 악화, 이로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여러 기업들. 그리고 생산라인, 가동중단에 달라지는 반도체 지형도를 3회에 걸쳐 심층 취재하도록 한다. <편집자주(註)>

반도체는 대표적인 전략 자산에 속한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미국의 산업 생태계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린 미국은 이번 사태를 긴급한 국가 안보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이른바 핌피현상(PIMFY,Please In My Front Yard, 집앞에 공장을 짓겠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이 멈춘 미국과 독일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반도체가 없으면 나라 경제가 셧다운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반도체 패권전쟁, 갑자기 시작된 건 아냐...바이든, 미국 반도체 육성 및 자립 역설

미국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에서 열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메리칸 잡스 플랜' 관련 청문회에서 "이 순간 우리 공급망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과장이 아니다"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러만도 장관은 "불과 그렇게 오래전이 아닌 시기에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칩 생산에서 세계를 이끌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미국 내 칩 생산량은 0%"이라며 "이건 국가 안보 위기이자 경제 안보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실 반도체 패권전쟁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을 이유로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세계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의 80%를 아시아가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미국은 12%에 불과하다는 것과 외국 정부의 보조금이 미국 반도체 산업에는 큰 불이익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미국은 파운드리 공장을 국내로 유입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반도체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자체 생산 확대를 위한 공급망 재편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올해 1월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켜 반도체 연구개발 및 투자에 연방정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를 포함한 4대 핵심 제품의 공급망을 100일간 조사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재검토 행정명령을 승인하면서 미국 반도체 육성과 자립을 역설했다. 지난 4월 1일 발표된 2조달러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건설투자 계획에도 국립반도체기술센터(NTSC) 설립 등 반도체 투자비 500억달러가 포함돼 있다.

미국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 [사진=CNN]

'백악관 반도체 회의', 美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포함한 경제 대책 논의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일자리 계획과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포함한 경제 대책을 논의하며 삼성전자와 TSMC의 ‘미국 내 초대형 투자’를 제안했다. 

삼성은 17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로 하고 텍사스·뉴욕·애리조나주 등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시를 유력 후보지로 놓고 시 당국과 전력·수도 리스크 등을 감안한 새로운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삼성전자에 신속한 투자 결정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투자 규모 증액, 미국 기업에 반도체 우선 공급안 등을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은 긴급회의를 계속하며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 중이다.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일자리 계획과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포함한 경제 대책을 논의하며 삼성전자와 TSMC의 ‘미국 내 초대형 투자’를 제안했다. 

반도체 공룡들 역대급 투자… 글로벌 ‘패권 다툼’ 치열

이런 상황에서 어쨌든 파운드리 업체들은 공장을 풀가동 하며 반도체 생산에 정신이 없다. 반도체 품귀현상 덕분에 계약은 이미 완료된 상태다. 이에 따라 TSMC에 일감이 쏠리자 경쟁 업체들이 역대급으로 투자에 나서며 파이 뺏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40%를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정책을 고려중이고, 500억 달러(약 56조원)를 반도체산업 육성에 투자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이에따라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20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애리조나에 공장 2곳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최근 중국 선전시와 손을 잡고 23억 5000만 달러(약 2조 6000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TSMC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제시했던 연간 280억 달러(약 31조원) 투자 규모를 지난 15일 330억 달러(약33조원)로 높여 잡았다. 올해 신규 채용 인원도 9000명으로 최대 규모다. TSMC는 지난해 약 120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입해 애리조나에 공장 2곳을 짓겠다는 발표도 한 상태다.

낸드플래시에서는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세계 점유율 19.5%인 키옥시아의 인수 문제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인수전에 나선 웨스턴디지털(14.4%)이나 마이크론(11.2%)이 키옥시아를 품으면 3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낸드 1위·파운드리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당장 32.9%의 점유율의 낸드 분야에서 2위 그룹에게 바짝 쫓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상반기 중에 확정짓고, 하반기에는 경기 평택 제3공장에 투자 계획도 내놓을 전망이지만 연간 기준으로 TSMC의 투자액을 상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령탑인 총수가 부재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TSMC 본사 [사진=TSMC 홈페이지]

K 반도체, 美·中은 유치못해 안달인데...정부 지원도 '절실'

한국은 미·중 반도체 패권 싸움의 한복판에 휘말린 신세다. 반도체 없이는 어떤 산업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국가 안보와도 직결돼 있어 사활을 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자국에서조차 제때 공장을 못 짓는다면 ‘반도체코리아’의 미래는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한편으로 중국 제재 시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상태다. 삼성은 2019년 ‘반도체 2030 비전’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육성과 파운드리(수탁생산) 생태계 조성 의지를 밝혔지만, 개별 기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쟁사인 TSMC, 인텔 등이 이미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더 이상 투자 발표를 미루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청구서’에 화답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 설립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며 “격변의 시기에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자료=트랜스포스, 그래픽=녹색경제신문]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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