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제 오블리주] 김범수 카카오 의장, 5조원 사회환원에 정몽구·안철수 등 기부 역사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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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제 오블리주] 김범수 카카오 의장, 5조원 사회환원에 정몽구·안철수 등 기부 역사 '재조명'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2.09 0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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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자신의 재산 절반 사회에 기부 약속...우리나라 기부 역사상 사상 최대 금액
- 안철수, 2011년 재산 절반 1500억원 사회 환원...동그라미재단 통해 사회적 난제 등 해결
- 정몽구, 사재 5000억원 출연한 정몽구재단...저소득층 학생 등 지원
-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에 이어 이수영, 김동원, 장병규 등 잇단 카이스트 기부 행렬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인 5조원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등 경제계의 기부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김 의장의 기부액은 1971년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전 재산을 공익 재단에 기부한 이후 시작된 재계 사회환원 역사에서 사상 최대 금액이다. 김 의장 이전에도 기부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기부 물결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 의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면서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천250만주(전날 종가 기준 5조7천억원) 등 총 10조원이 넘어 기부 의사를 밝힌 '재산 절반'은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서 개인 기부 사상 최고 금액이 된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해 카카오톡 출시 10주년 당시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에 더 근접할 수 있다"며 "조금 더 사회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더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떤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기부는 구체적 실천방안인 셈이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천250만주만해도 전날 종가 기준으로 5조7천억원에 달한다. 그가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994만주를 합치면 10조2천102억원에 달한다.

김범수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해 2000년 네이버와 합병시킨 다음 NHN 공동대표를 맡다가 2007년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 2010년 카카오톡을 내놓았다. 2014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해 현재의 카카오그룹을 만들었다. 

경제계에는 김 의장 이전에도 개인 재산 기부 사회환원이 이어져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한 사람들이다. 

김범수 의장 사회환원 방식 안철수 대표와 닮았다...주식 재산 절반 기부 발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기부는 벤처기업가 출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가장 비슷한 방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는 2011년 11월, 안랩 주식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안랩 이사회 의장이기도 했던 안 대표는 안랩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제가 가진 안랩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서 쓸 생각”이라며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고있던 작은 결심의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다. 구성원 개개인의 자아실현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되고, 이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할 때가 왔다”며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 V3 백신 개발자로서 안랩 창업 시절의 안철수 대표

안 대표는 2012년 4월, 보유주식 372만주(지분 37.1%) 중 절반인 186만주를 출연해 동그라미재단을 설립했다. 186만주는 당시 약 1500억원 상당 규모였다. 당초 안철수재단이었는데 아예 이름도 빼고 동그라미재단으로 운영 중이다. 

동그라미재단은 "창의성에 기반한 예비창업자의 혁신적 창업도전을 진작하고, 수평적 기부 문화 확산을 통해 사회적 기회격차 해소에 기여"라는 목표로 벤처스타트업, 사회적기업 등 지원은 물론 국내 6개 기관과 함께 공중보건, 환경 및 생태계, 에너지분야 난제 해결 차원의 ‘혁신 과학 프로젝트’ 진행을 비롯 다양한 분야의 해법 모색에 나서고 있다. 

한편, 안 대표는 기부 당시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뜻 있는 다른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안 대표 이후 잇단 기부는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대표가 석좌교수로 근무했던 카이스트(KAIST)에 특히 기부가 이어졌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은 지난해 7월, 신기술 학문 연구(싱귤래리티) 교수직 신설에 써달라며 평생 번 돈에 해당하는 766억원을 카이스트에 쾌척했다. 카이스트 역대 최고액 기부다. 

이 회장은 “기업가들은 오직 현재와 미래만 생각한다”며 “우리에게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오른쪽)이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 학술문화관에서 자산 기부를 약정한 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오른쪽)이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 학술문화관에서 자산 기부를 약정한 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도 같은해 12월, 카이스트에 사재 500억원 기부 약정을 체결했다. 기부액은 10년간 연차별 계획에 따라 분할 기부되며, 전액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양성과 연구에 사용된다. 

김 명예회장은 기부 약정식에서 “국운은 AI 혁명에 달렸고, 최고 인재와 교수진이 모인 KAIST가 AI 인재를 양성해 AI 선진국의 길을 개척하는 역사적 대업을 수행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도 KAIST기념관 건립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4년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를 설립했다. 카이스트 청년창투는 혁신적 사회적기업 모델과 사업화 역량을 갖춘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고 발굴된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고 있다.

카이스트 기부는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처음이었다. 

정문술 전 회장은 지난 2001년 은퇴한 뒤 카이스트에 사재 300억원을 기부하는 등 지금까지 총 515억원을 기부했다. 벤처기업 1세대로서 모범이자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또 당시로는 유일한 박사 이후 최대 금액 기부였다. 

김범수 의장 이전에 개인 재산 최대 금액 기부는 정몽구 명예회장

한편, 김범수 의장에 앞서 개인 최대 기부 금액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난 2011년 8월, 해비치재단에 사재 5000억원을 기부했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사회적 계층 이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5000억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기탁한다"고 전했다.

해비치재단은 현재 정몽구재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정몽구재단은 저소득층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등 인재 육성과 학자금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대학생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물론 경제계에서는 기부와 사회환원이 자리잡아왔다.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가 1971년 타계하면서 전 재산을 공익재단에 기부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유한재단에서 장학금으로 쓰인 누적 금액은 지난 30여년 동안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부는 잠잠했다가 물꼬를 튼 인물이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었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앞으로 김범수 의장의 기부가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그리고 재계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재계 뉴리더들이 기부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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