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삼성 준법감시위 평가' 놓고 특검 vs. 변호인 '치열한 공방전'
상태바
이재용 파기환송심, '삼성 준법감시위 평가' 놓고 특검 vs. 변호인 '치열한 공방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12.21 2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특검 "총수가 두려워할 만큼 실효성 필요"…"'아시타비'식 안돼"
- 변호인 "개별 항목 산술적 평가 비합리적…보완책 지속 마련"
- 재판부, 30일 결심공판…"준법감시제도는 양형 조건 중 하나일 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위원 3인의 평가를 두고 대립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적 운영을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준법감시위에 대한 평가는 전문심리위원별로 엇갈렸다.

최종 변론기일 결심 공판은 코로나19 상황과 상관없이 오는 30일에 열릴 예정이다.

21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5명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특검 측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회계사, ▲삼성 측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전문심리위원 3인이 삼성 핵심 계열사와 이들을 감독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평가를 진술했다.

특검 측은 "삼성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사유로 삼을 수 있으려면 기업 총수가 무서워할 정도로 실효적이어야 하지만, 전문심리위원 의견 전반을 보면 부정적으로 평가된다"며 "실효성이 인정되더라도 징역 5년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사유가 될 수 없고, 피고인 이재용은 형량 범위인 징역 5년~16년 사이에서 양형 영향을 미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검은 "삼성 준법감시제도 최종 결론은 전문심리위원의 개별적 점검사항에 대한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 기준으로는 강 위원과 홍 위원은 매우 부정적 평가를 했고, 이 경우 2:1인데, 최종적 판단을 고려해도 강 위원은 긍정보다는 다소 유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진 위법행위 방지 평가에 대해서는 강 위원과 홍 위원이 모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기했다. 총수 관련 세부평가 항목 9개 중 강 위원은 8개가 미흡하다고 봤고, 김 위원은 6개가 미흡하다고 평가했으며, 홍 위원은 대체로 부정 평가를 내린 점을 언급했다.

이어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가 되려면 기존 제도보다 진일보했느냐가 아닌 총수가 두려워할 정도의 실효성이 검증돼야 하는데, 현재로서 추가적 제도 보완이나 검증이 없는 이상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필요 시 보완할 시간이 있어야 하겠지만, 변호인 측은 재판 지연을 우려하며 비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한 점을 들며,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내로남불'식으로 사람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지면 안 된다고 마무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 측은 전문심리위원의 각 점검 항목이 다른 점 등을 이유로 들어 특검이 개별 항목에 따라 산술적으로 합산하는 방식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특검은 개별 항목 하나하나 O, X로 도출해야 하는 것처럼 주장했는데, 각 위원들의 평가를 칼로 자르듯이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고 종합적인 사항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사의 준법위 협약 탈퇴는 이사회 결의 거치도록 하는 등 보완책 마련했는데, 긍정·부정으로 나누기보다 궁극적으로 이 제도의 위법행위 예방 여부 판단이 중요한 것"이라며 "준법지원인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고 최고경영진 위법 행위가 어려워졌는데, 이를 유형화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홍 위원 의견에 대해서는 "평가 전반에 피고인과 삼성이 노력한 점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재판부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합병 이슈 관련 항목도 포함했고, 법적 강제력 없다는 이유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다른 보완 수단에 대한 언급은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최종 결론에 대해서는 강 위원과 김 위원이 대체적으로 긍정 평가를, 홍 위원이 부정 평가를 내렸다고 평가했다. 

변호인 측은 "그렇다고 2:1이라고 하진 않겠다. 의견이 합리적인지 어떠한 다양한 측면에서 내린 결론인지 봐야 할 것"이라며 "피고인과 삼성은 위원 지적사항 관련 지속 보완하고 시민사회 의견을 경청해 준법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는 전문심리위원 지적사항과 관련 ▲위원회 권고의 실효성 보장 강화 ▲위원회 협약 탈퇴와 관련한 절차적 요건 강화 ▲위원회의 인력, 예산에 관한 권한의 실효성 보장 강화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관련 내용을 반영해 현행 제도를 보완키로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도 유죄로 인정하고 있는 뇌물횡령죄로, 이를 실효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범행 가담자 처벌이 필요하고, 기업 총수가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삼성 준법감시제도는 여러 양형 조건 중 하나이고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은 그동안 주장과 근거, 재판부의 성명에 대해 준비해 최종 변론을 준비해달라"며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최종 변론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