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검찰, '에버랜드CB에서 국정농단까지' 삼성 경영권 승계 '25년 악연'...'최후의 전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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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검찰, '에버랜드CB에서 국정농단까지' 삼성 경영권 승계 '25년 악연'...'최후의 전쟁' 시작됐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9.03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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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에버랜드 사건 이후 25년간 검찰 수사 이어져 
- 이재용, 자녀에게 승계 않겠다 약속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 검찰과 마지막 전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정 합병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검찰과 경영권 승계 관련 25년 '악연'이 조명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입장인 만큼 이번 기소는 경영권 승계 관련 검찰과의 마지막 전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지난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을 시작으로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물산 합병 의혹'에 이르기까지 무려 25년 동안 검찰과 '사법 리스크' 전쟁을 치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1일 이재용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5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관계자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2018년 11월 20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삼성 측은 '프로젝트 G' 문건 그 어디에도 불법적인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으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 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경영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삼성 변호인단은 "합병이 부정한 목적으로 추진됐다는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구속영장도 기각되고 수사심의위원회도 압도적 다수로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이라며 "경영권 강화 혹은 합병 자체가 위법한 승계작업이라는 검찰의 잘못된 시각이 재판과정에서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검찰 기소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지난 2017년 2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 된 이후 3년 6개월 만에 다시 법정 다툼을 이어가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난히 가혹한 검찰과의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 25년 전쟁을 살펴본다. 

이재용 부회장과 검찰의 전쟁 시작...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이재용 부회장과 검찰의 25년 전쟁의 서막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이었다. 

지난 2000년 6월, 당시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등 전국 법학과 교수 43명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발행해 상속한 혐의로 이건희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 1996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현저하게 싼 가격에 발행하여 이재용 등 자녀들에게 인수하게 함으로써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이전했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왼쪽)과 이재용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검찰 수사는 배임 공소시효(7년) 직전인 2003년 12월까지 3년간 이어졌다. 당시 채동욱 특수2부장은 삼성 임원진 허태학·박노빈 전 사장 2명만 '불구속 기소'했다. 이건희 회장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그룹 차원의 지시나 공모행위가 있었는지 밝히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기소된 허태학·박노빈 전 사장은 법원 1심과 2심까지 거쳤다. 결국 2007년 5월, 유죄가 선고됐다.

김용철 변호사 '비자금 폭로', '삼성 특검' 시작...이건희 회장, 대법원 무죄

그런데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끝나지 않고, 전직 삼성 간부에 의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007년 10월 29일,  전 삼성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불법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을 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당시 "삼성그룹이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고 수차례 폭로했다. 

김용철 변호사[사진 연합뉴스]

결국 '삼성 특검' 수사가 이뤄졌다. 2008년 1월 출범한 조준웅 특검팀이다. 조준웅 특검팀은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등 핵심 경영진에 이어 이건희 회장까지 소환했다. 

그리고 2008년 4월, 특검은 이건희 회장을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삼성 특검은 그룹 회장의 승인과 그룹 비서실 재무팀의 조직적 개입 없이는 이같은 일이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및 실권에 이어 이재용 남매의 인수 절차가 진행됐다는 것.

다만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대표이사, 홍라희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홍라희 등 에버랜드 법인 주주의 대표이사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전환사채 발행경위, 발행가 적정 여부 등을 몰랐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2009년, 대법원에서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받게 된 전환사채는 기존 주주들이 인수청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국정농단 사건', 2016년 '특검'...이재용 구속, 1년만에 풀려나

그러나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타깃으로 칼을 겨눴다. 

'삼성 경영권 승계'는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계기도 검찰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단초는 '국정농단' 뇌물 수사에서 비롯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대한 지원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016년 12월 박영수 특검이 출범한 배경이다. 

이어 2017년 1월, 이재용 부회장에게 청구됐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하지만 그해 2월, 다시 청구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치소에 입감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특검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면서 최종 판결이 늦어지고 있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해달라는 목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라면 유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내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 경영진을 겁박하고 피고인들은 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이들의 요청을 거절 못한 채 수동적 뇌물 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경영권 승계'로 수사 확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칼끝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도 향했다. 

삼성바이로직스 수사는 '분식회계' 수사로 출발했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발한 것.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사진 연합뉴스]

그런데 검찰은 '삼성 승계'로 수사를 키웠다. 검찰은 "회계부정의 배경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있었고, 그 합병의 목적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주장한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상 가치를 끌어올리면 제일모직의 가치도 커지게 된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면,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게 되는 구조라는 것. 

삼성, 25년 '전쟁' 배수의 진...이재용 "자녀에 경영권 승계 않겠다"

그리고 검찰은 지난 1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과 관련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했다.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그리고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사회 단계 △주주총회 단계 △ 주주총회 이후 단계에서 각각 위법행위가 수차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위법행위의 배경에는 '삼성 승계'가 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국민들의 뜻에 어긋나고,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마저 무시한 기소는 법적 형평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를 믿고 그 과정에서 권리를 지키려 했던 피고인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승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 활동이다. 합병 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등에서) 확인됐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혀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계열사의 연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검찰의 기소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4년 째 재판을 받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과 이 사건을 동시에 법정에서 다투게 됐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7년 2월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은 2심 판결을 받은 2018년 2월이 돼서야 풀려날 수 있다. 구속 353일만이었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가 맡아 심리해 왔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법원은 특검의 재판부 기피신청에 대한 재항고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한편 법원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된 다른 재판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또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금융당국 제재의 정당성을 따지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건의 재판 결과는 이재용 부회장의 공소사실과도 연관돼 있어 추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지난 1996년부터 이어져 온 검찰과 삼성의 '25년 전쟁'은 이제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린 것은 저의 부족함과 잘못 때문”이라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 “최근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경영권 승계 때문”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과 2대 이건희 회장,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졌던 삼성 오너 가문의 경영권 승계가 끝난다는 얘기다.  

결국 삼성으로서는 경영권 승계 관련 검찰과의 전쟁은 이재용 부회장이 마지막이 되는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재판은 앞으로 또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이후 경영권 승계 관련 검찰과의 전쟁은 더 이상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총수 부재는 코로나19,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삼성의 최대 위기'이기 때문.

정계 관계자는 "유독 삼성에 가혹한 잣대는 우리나라 주류로 떠오른 586 운동권 세력이 재벌에 대한 극렬한 반감과도 관련이 있다"며 "이미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 등은 운동권의 '흑백논리' 잣대에 따라 인민재판하듯이 재벌 대기업을 재단하는 일들이 서슴없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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