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강성노조 탓'하며 떠날 준비?...커져가는 한국시장 포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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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강성노조 탓'하며 떠날 준비?...커져가는 한국시장 포기 가능성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11.23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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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잇단 부분파업 단행에 사측 부평 투자계획 보류 '강대강' 대치
- 누적 적자 1조원 육박...전기차 전환 등 고려시 한국시장 투자 매력 떨어져
- 정규직 전환 관련 소송서 패소...배상금 등 5500억원 소요 전망
- R&D 법인과 생산공장 분리해 구조조정 진행할 것이란 관측

GM의 '한국 철수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지엠 노조의 부분파업이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누적된 대규모 적자와 경직된 고용시스템, 전기차 전환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결부돼 본사가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본사 고위 임원이 '한국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바가 있다.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지난 19일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노조 파업을 언급하며 "단기적으로 한국에서 생산을 중단하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 미래는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GM은 연간 약 5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중국을 포함, 아시아에 다른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결정과 고위 임원은 강성발언을 놓고 "회사 측은 강성노조의 부분파업과 대규모 배상금에 따른 어려움을 산업은행에 토로하면서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며 "노조도 노조지만 산은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공장 폐쇄 여부, 진행 속도 등이 정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키퍼 수석부사장의 발언이 있은 후 한국지엠 노조는 최근 열린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이달 23~25일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한 파업 일수는 총 15일이 된다. 잇단 파업에 한국지엠은 2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측도 이에 맞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6일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을 강하게 우려하며,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예정돼 있던 부평공장 투자계획을 보류하고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업계에선 GM 본사 임원이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 철수 가능성을 거론한 데 주목한다. 그중 일부는 키퍼 부사장의 발언이 부분파업을 강행하는 노조에 대한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고 본다.

실제 2013년 이후 GM이 해외 생산기지를 접은 적은 꽤 있다.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접은 GM은 호주ㆍ태국ㆍ인도네시아 공장을 철수했고, 러시아 생산도 축소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쉐보레 브랜드 철수에 나섰으며, 미국 오하이오ㆍ미시간ㆍ메릴랜드 공장을 폐쇄했고 인도와 태국 생산기지도 매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GM의 발언 배경으로 노사갈등은 표면적인 이유이며 GM이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일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우선 GM 본사는 한국의 고용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GM의 3분기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각종 소송이 패소함에 따라 배상금 등을 포함해 약 5500억원을 지불해야 할 전망이다.

또한 본사는 노조가 적자 속에서도 기본급 인상과 2000만원이 넘는 성과금을 요구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조5000억원가량의 누적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도 33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사측이 노조의 끈질긴 요구에도 부평2공장에 대한 중장기 생산 계획을 내놓지 않은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부평2공장의 경우 2022년 7월까지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기로 돼 있는데, 현재 해당 차량들이 단종될 경우 추가 생산계획이 없는 상태다.

이에 노조 측은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에 구체적인 신차 모델과 배정 물량을 확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GM측은 묵묵부답이다. 일각에선 한국지엠이 산업은행과의 약속 때문에 당장 철수를 결정하긴 힘들겠지만,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한 것처럼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GM 본사 차원에서 전기차 전환을 위한 대비에 들어간 것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노동 생산성과 전기차 공급망으로서의 역할 등을 따져봤을 때 중국이 한국 시장보다 더욱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지엠에서 분리된 R&D 법인에 대해선 본사가 높게 평가하고 있어 향후 생산공장과 R&D 부문을 분리해서 인력 축소 등의 구조조정부터 하고 한국시장 철수까지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한국지엠에서 분리된 R&D 신설 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는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기존 회사 전체 인원 중 엔지니어링과 디자인부문 인력 3000여명이 신설 법인으로 소속이 변경됐다. 현재 한국지엠은 부평공장 등 9000여명의 근로자와 GMTCK 4500명을 합해 총 1만2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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