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한국지엠, '여론의 뭇매'에도 부분파업 강행...그들의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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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한국지엠, '여론의 뭇매'에도 부분파업 강행...그들의 속사정은?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11.20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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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 19일 오는 24~27일 부분파업 결정...특근도 전면 거부
-한국지엠 노조 "부평2공장 공장폐쇄 및 구조조정 우려"...사측 중장기 생산 계획 부재
-"고용불안 겪는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려는 고민도 필요"

한국지엠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결국 부분파업을 결의했다. 코로나 시국에 벌이는 노동조합의 집단행동을 두고 차가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단순한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19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오는 24~27일 1직과 2직 근무자가 각 4시간씩 파업하기로 했으며, 특근도 전면 거부키로 했다. 2011년 이후 9년 연속 파업이다. 

업계에선 기아차 노조가 코로나19 사태와 여론 등을 고려해 올해는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해 이어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영 성과를 냈음에도 사측이 임단협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고 판단, 부분파업을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사측은 현대차 노사가 지난 9월 합의한 내용과 비슷한 수준의 타협안을 전달했지만 노조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최근 교섭에서 성과급 150%와 무분규 타결 시 우리사주, 코로나19 특별 격려금 120만원 등을 제시했다. 

한국지엠에 이어 기아차까지 부분파업이 결정되자 업계에선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깊어졌다. 기아차는 이번 부분파업으로 1만대를 훌쩍 넘는 생산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한국지엠도 최근 부분파업으로 1만3400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 [사진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인터넷상에선 '배가 불렀다', '귀족 노조', '적당히 해라' 등의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거나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부분파업은 집단 이기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아가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속사정이 있다는 데 주목한다. 완성차 근로자들이 코로나 시국에 파업을 결정할 만큼 고용 불안감이 크다는 것.

업계 한 전문가는 "여론의 악화 속에서도 완성차 노조들이 파업 수순을 밟는 것은 그만큼 고용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며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대규모 실직에 대한 우려가 기저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들 사이에서 인력감축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하는 얘기다.

실제 기아차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12만원)뿐만 아니라 기존 공장 내 친환경차 부품공장 설치를 포함한 고용안정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는 약 3만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에는 부품이 2만개 정도만 있으면 된다. 부품이 줄면서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노조 측은 내연기관차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용 안정을 위한 하나의 장치로 사내 친환경 부품공장 신설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 생산공장. [사진 연합뉴스]

한국지엠도 노사갈등의 중심에 부평2공장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임금문제도 하나의 이유지만 노조의 부분파업 단행은 사측의 중장기 생산계획 부재도 컸다.

부평2공장의 경우 2022년 7월까지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기로 돼 있는데, 현재 해당 차량들이 단종될 경우 추가 생산계획이 없는 상태다. 향후 부평2공장 폐쇄 및 소속 근로자 구조조정 관측이 나오는 게 억측이 아닌 이유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구체적인 신차 모델과 배정 물량을 확정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그러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 형국이다. 한국지엠은 노조의 부분 파업이 진행되자 차세대 신제품 생산을 위해 예정된 부평공장 투자 비용(약 2100억원)의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심지어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과의 '10년 공장유지' 약속이 끝나는 2028년 이후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노조의 파업을 무조건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하기보다는 그들이 왜 강경한 태도를 견지할 수밖에 없는 지를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 "친환경차 전환도 좋고 미래 전략 차원의 경영상 판단도 중요하겠지만 노동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려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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