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현대차는 노사 화해무드인데 기아차 노조는 쟁의 찬반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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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현대차는 노사 화해무드인데 기아차 노조는 쟁의 찬반투표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11.03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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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3일, 3만여명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밤 10시경 결과 나와
- 노조, 기본급 인상·전동화 부품공장 사내 신설 등 요구...사측과 대립각
- 기아차, 코로나19 여파로 1~9월 영업이익 전년동기比 44.7% 감소
- 이병훈 교수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해당 요구안 관철에 부정적"

기아차 노동조합이 투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노조가 9년 연속 파업수순을 밟으면서 '습관성 파업'이라는 지적마저 나오는 가운데, 이번 투표 결과에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형님' 격인 현대차 노조가 화해무드를 보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는 이날 밤 10시경 나올 예정이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6일 임시 대의원 회의를 열어 쟁의대책을 논의한 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오는 4일께 조정 중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중노위에서 노사간 입장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이번 투표 결과 찬성률이 50%를 넘기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 [사진 연하뷴스]
기아차 소하리 공장. [사진 연합뉴스]

기아차 노사는 지난달 22일까지 9차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 외에도 여러 현안들에 대해 사측의 수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는 임단협서 전기·수소차 부품 공장의 사내 유치를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전환 등 산업 변화에 따른 인력감소는 업계 종사자 대부분의 우려사항이지만,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전동화 부품 공장을 사내 신설하라고 압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의 노조의 경우 전동화 부품을 울산공장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동일한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사측과 시간을 두고 협의에 임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이외에도 ▲잔업 30분에 대한 실질적 임금 보장 ▲정년 연장(60→65세)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아차가 올 3분기 실적에 세타2 엔진 결함 관련 1조2592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것을 두고 회사 실적을 고의로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경영진 사퇴를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에 파업권을 확보해 사측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인 뒤, 임단협 협상에 본격적으로 임할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내부 소식지를 통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시킨다면 2020 임단협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며 찬성 투표를 독려했다.

기아차 노조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업계 안팎에선 기아차 노조가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올해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자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조는 2012년 이후 9년 연속 파업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습관성 파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아차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거뒀지만, 타격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 1~9월 영업이익은 784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4.7%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4.5% 급감한 5260억원을 기록했다. 판매 실적은 같은 기간 총 186만4137대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10%가량 떨어졌다. 

또한 '형님' 현대차가 임단협을 조기에 마무리 지으면서 기아차도 무분규 합의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터라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9월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며 올해 임금 협상을 파업없이 타결한 바 있다. 이에 현대차는 노조의 전향적인 태도에 화답해 지난달 30일 정의선 회장 등 경영진이 현대차 노조 지부장을 만나 발전적 노사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동반생존을 위해 뜻을 다지는 모습도 보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외환위기 때는 회사들이 정리해고 등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에 대해 조합원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파업이 불가피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코로나19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가 해당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까지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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