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우리 경제 영향은① IT·전자] 중국 견제 정도에 따라 상황 변화...높아지는 경영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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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 우리 경제 영향은① IT·전자] 중국 견제 정도에 따라 상황 변화...높아지는 경영 불확실성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1.05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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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 IT산업 죽이기가 계속될까...다소 완화된 형태로 중국 제재 지속 예상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등에 대한 거래중단 조치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
미국이 중국 추가제제는 안할 가능성 높아...국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호재를 잃게 됐다는 분석도

미국 대선 실시간 개표 결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에게 미칠 여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IT·전자업계와 친환경성이 대두되는 화학,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등의 업체들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경영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IT·전자, 화학·배터리, 자동차 등 세가지 산업에서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국내 기업들에게 어떠한 변화가 올까. [편집자 주]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내 IT·전자업계에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은 바이든 당선 뒤에도 미국의 중국 IT산업 죽이기가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자존심' 화웨이를 줄기차게 공격해왔다. 결국 올해 9월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생산하는 반도체에 대해 미국 정부 사전 승인없이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게 만들었다. 화웨이는 반도체 공급선을 잃어버렸고,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폭락 중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국 화웨이에 이어 SMIC에도 반도체 제재를 가했다. 

이러한 조치로 9월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와 삼성·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화웨이에 납품을 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잇달아 미 상무부에 화웨이 수출에 관한 특별허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뿐이다. 

이들 업체들은 화웨이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 화웨이가 재고 확보를 위해 3분기에 대량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구매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실적이 일시적으로 좋아졌지만 4분기 이후 화웨이라는 대형고객 이탈로 인한 단기적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중국 견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탈중국화' 기조는 미국의 일반 정서를 반영한 초당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입장에서 미국 내 강력해진 ‘반중 정서’를 외면하기 어렵다. 불공정한 무역정책과 기술·지적재산권 도용, 전세계 공급과잉 이슈에 이어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중국을 확실한 위협으로 바라보는 미국의 반중 정서가 뚜렷한 상황이다.  

바니 프랭크 전 미 하원 재정위원장(민주당)은 “미국에서 중국과의 갈등은 정치적 상징이 된 상태여서 바이든이 ‘우리는 다시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의 반(反)화웨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바이든이 원한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이미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시작됐고,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에도 정책 기조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계속 이어지면서 당분간 불확실한 대외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본인 역시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 2014년 초 미국 부통령 시절 한국에 온 적이 있다. 당시 바이든은 중국 화웨이가 LG유플러스에 LTE망을 공급하는 것을 두고 우려를 표명했다. 바이든은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해왔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앞으로 중국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트럼프 행정부처럼 강경하지 않고, 누그러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기술 패권을 위한 미·중 무역분쟁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방식과 정도는 트럼프 시절보다 덜 거칠어질 분위기로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이든은 국제통상 질서를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처럼 직접적인 대중 제재에 나서기보다 동맹국과의 연합을 통한 대중 견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바이든 캠프에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낸 기업 7곳 중 5곳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대 IT 업체들이다. 이들 빅테크 기업은 중국과의 공급망 연결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바이든을 후원했고, 바이든이 이들의 요구를 묵살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다소 누그러진 형태로 미국의 중국 제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내  IT·전자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써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반 중국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누그러진 반 중국 기조로 한국 IT·전자업계, '손안대고 코푸는' 호재는 기대 어려울 것

업계에서는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등에 대한 거래중단 조치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 특별허가를 승인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전 정부에서 제재를 결정한 사안을 새 정부가 금방 승인해준다면 여러 비판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역시 트럼프 대통령처럼 IT, 전자, 반도체, 통신 등 첨단 산업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꿈꾸고 있다. 여기에서 화웨이 등 중국이 빠지는 자리를 국내 IT 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 점은 장기적으로 호재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대규모 정부 재정지출을 통한 인프라 투자와 신재생 산업 육성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돼 국내 5G 통신장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수혜를 볼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호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화웨이, SMIC 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IT·전자업체들까지 제재를 가하며 중국의  IT·전자 산업을 찍어누를 생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바이든 당선 이후엔 이미 제재가 이뤄진 화웨이, SMIC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다소 완화되고 다른 중국 IT·전자업체들에게까지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에 기초한 시나리오다. 

이는 IT·전자업체들에 있어서는 장기적으로 볼때 호재를 잃는 격이다. 한국을 바짝 추격하던 중국을 미국이 대신 때려주던 형국이었는데 바이든은 무력(제재)보다 대화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IT·전자 기업들은 다시 중국의 추격에 쫒기는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만 미국은 화웨이 뿐만 아니라 SMIC 등 장래에 위협이 되는 중국의 IT, 전자업체들까지 제재해 반도체 굴기를 꺾어버릴 생각이었고, 이는 중국에게 쫒기던 국내 IT·전자업체들에게는 호재였다"라며 "하지만 바이든 당선 이후엔 이러한 추가적인 제재조치들이 일어나지 않고, 제2의 화웨이가 야금야금 성장하면서 다시 국내 기업들을 추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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