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롯데손해보험이 롯데 떠난 지 1년, '점령군' 사모펀드의 성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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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롯데손해보험이 롯데 떠난 지 1년, '점령군' 사모펀드의 성적은?
  • 윤덕제 기자
  • 승인 2020.10.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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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롯데지주에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로 대주주 변경 완료
- 신임 최원진 대표 취임,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선언하며 체질개선에 박차
- 보험환경 악화에 CEO의 경영 역량과 리더십 더욱 중요···롯데손보의 밸류업(Value-up) 변화에 업계 관심↑

지난해 10월 10일. 롯데손해보험은 임시주총을 열고 JKL파트너스의 최원진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가 롯데지주에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로 변경된 것이다.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기한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이로써 '롯데'라는 기업집단 계열사에서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뀐 롯데손해보험은 40대 최원진 대표를 중심으로 회사 밸류업(Value-up)을 향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롯데손보 M&A를 진두지휘한 후 지난해 10월10일 롯데손보 임시주총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원진 대표[사진=롯데손보]

 

◆ 그날

- 사모펀드 대주주로 맞아 홀로서기 본격화

지난해 10월 10일 롯데손보는 서울 중구 남창동 소재 회사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최원진 JKL파트너스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전 10월 2일 금융위원회가 롯데손보 인수 주체인 JKL파트너스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을 승인한 지 1주일 만이다.

그날, 롯데지주는 롯데손보 지분 58.49% 중 53.49%의 지분을 3734억원에 JKL파트너스에 넘겼다.

롯데그룹의 롯데손보를 포함한 금융계열사 처분은 이미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기정사실화된 일이었다.

지난 2017년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롯데손보 등 금융계열사를 외부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며 "롯데와 전략적 방향을 같이하면서 롯데 임직원을 보호하고 존중할 최적의 인수자를 신중하게 찾을 것"을 선언했다. 

이로써 롯데지주의 롯데손보 등 금융계열사 매각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는 지난 2008년 롯데그룹이 금융 분야 강화를 위해 대한화재를 인수해 롯데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한지 10년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 업계 시장점유율 3% 수준의 롯데손해보험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및 메리츠화재로 이어지는 손해보험업계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이 워낙 단단해 실적 반등이 쉽지 않았고, 롯데그룹이 인수 당시 기대했던 그룹 내 시너지 효과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높아 매각설이 종종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비율 강화 기조에 맞추려면 향후 추가 증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인수 대상 기업이 추가적인 자금 조달까지 감내하려면 대형 금융사가 아니면 쉽지 않다는 분위기였던 것. 여기에 대부분의 기업 인수 합병에 동반되는 임직원의 고용안정 요구가 롯데손보 매각에도 역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 함께 거론되고 있었다. 

이런 여러 사정은 손해보험업 진출을 시도하던 금융지주사들이 막판에 등을 돌린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금융지주사들은 한동안 비은행 부분 강화를 위해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이었으나 인수 후 추가 투입해야 할 자금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자세를 바꿨다는 게 보험업계 시각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등장한 인수 후보가 사모펀드다. 시장은 부실회사에 투자해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매각으로 차익을 남기는 게 속성인 사모펀드가 금융지주사들이 관망 태도를 보인 보험사 M&A에 큰 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사모펀드는 보험사 인수 후 가치 상승을 통한 재매각으로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보험사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사모펀드의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윈윈관계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지난해 5월 롯데그룹은 롯데손해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롯데 관계자는 "임직원 고용보장, 인수 이후 시너지와 성장성, 매수자의 경영 역량, 롯데그룹과의 협력 방안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선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롯데손보는 국내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중 하나인 롯데그룹에서 사모펀드를 대주주로 맞이하며 홀로서기를 본격화했다.

 

◆ 그후

- 신임 최원진 대표,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선언하며 체질개선과 수익성 강화에 박차 

신임 최 대표는 지난해 10월 롯데손보 임시주총에서 "롯데손보가 작지만 강한 회사, 최고급 손해보험사로 성장해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 있도록 책임 경영에 힘쓰겠다"며 "롯데손보의 체질개선과 수익성 강화 행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손보를 인수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가장 먼저 375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섰다. 금융당국으로부터의 대주주 변경 승인 조건이기도 하지만,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 경영을 통해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여 적정주가를 회복하겠다는 JKL파트너스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에서는 "롯데손보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지급여력(RBC)비율은 194.9% 수준에 달하게 돼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훌쩍 넘어선다"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에 토대가 되는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이후 최 대표는 작년말 희망퇴직과 조직개편 실시 등 전열 정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며 체질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혁신을 시도했다. 변화에 민첩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조직슬림화를 단행하고 '결재판 수거, 폐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일하는 문화로의 혁신 작업을 주도했다.

아울러 대주주 변경 이후 자본시장과의 소통 노력도 강화하는 모양새다. 올해 3월에는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했다. 이는 회사의 체질개선에 따른 가치 제고와 함께 성장의 과실을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임직원들의 소속감과 사기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JKL파트너스는 이어 지난 3월 20일 정기주총에서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 확보와 내재가치가 높은 상품에 집중하겠다며, 향후 배당가능이익 발생 시 자주사 매입, 배당 등 주주가치 극대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손보, 대주주변경 첫 정기주총 개최...최원진 대표, "주주환원정책 약속"

보험업계에서는 롯데그룹에서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뀐 롯데손보의 주요 지표들이 개선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원진 대표가 취임 이후 드라이브를 건 강력한 수익성 개선 작업이 순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1098억원, 영업이익 900억원, 당기순이익 63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롯데그룹 계열사 시기인 전년 동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72.2%, 당기순이익은 58.5% 성장한 수치다.

이같은 실적은 장기보장성보험이 전년동기 대비 15.4% 성장함과 동시에, 손해율 개선과 사업비의 효율적 집행 등 체질 개선의 효과가 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내실경영과 더불어 사업비 효율화를 통해 이익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한다"며 "상반기 영업이익 900억원 달성으로 연초 가이던스 공시를 통해 밝힌 올해의 실적 예상치인 매출액 2조1577억원, 영업이익 1135억원과 대비해, 영업이익은 상반기에만 79.3%의 수준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최근 최원진 대표의 롯데손보는 '사람'에 촛점을 맞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경영관리·상품개발·인수정책수립·채널전략 및 자산운용 등 전 분야에서 전문자격 인력과 업계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새로 도입될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를 앞두고 보험계리사 인원을 기존 14명에서 21명으로 7명을 추가 확보했고,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를 위해 공인회계사 3명과 세무사 1명을 신규 채용해 계리·재무·회계 업무의 전문성을 더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대주주 변경 전에 비해 전체인원은 400여명 감소했으나, 업무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임직원의 비중은 기존 16.3%에서 현재 18.9%로 2.6%p 증가하며 인적자원의 역량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 그리고 앞으로

- 경영환경 악화에 CEO의 경영역량과 리더십이 더욱 중요

 

실적 개선이란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롯데손해보험의 앞날이 장밋빛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보험산업의 전망 자체가 그리 밝지 않다는 본원적인 문제가 있다.

사실 보험 산업은 업계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로서는 보험업계의 성장 모멘텀이 딱히 보이지 않아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대체적 공감대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시장 포화로 제로성장이 예상되며,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로 해가 갈수록 영업손실이 늘어나는 추세다.

손해보험사들은 과열경쟁에 따른 장기보험 사업비 증가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으로 보험영업손실이 확대된 결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회사의 당기순이익은 보험영업손익 악화로 전년 대비 26.8%p의 큰 폭으로 하락하며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당국 역시 저성장·저출산·저금리의 3중고에 직면한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이한 보험산업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위축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며, 경기불황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하로 초저금리 진입이 예상돼 향후 투자수익률도 악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면서 자본확충이 시급한 보험사들이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어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닌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과거 고금리를 약속하고 팔아둔 저축성 상품이 많은 보험사들은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부채가 늘어나면서 재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지급여력(RBC)비율이 100%대에 머물러있는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 투자심리가 좋지 못해 자본확충을 위한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응이다.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RBC비율은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감독당국은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한 사항이다.

지난 4월 롯데손보는 총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주문 물량은 600억원을 기록해,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인 메리즈증권이 인수하고 발행금리는 희망밴드 4.5%~5.0%의 상단인 5%로 결정됐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투자자 확보의 어려움과 보험 업황 악화 등 위축된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0.5%의 기준금리와 보험사 자산운용수익률이 3%대를 유지하기도 곤란한 상황에서 높은 발행금리는 역마진 우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보험업계에서는 향후에도 롯데손보의 자본확충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183.7%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77%를 기록하며 6.7%p 하락했다. 감독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소폭 상회한 수준으로,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회사 평균 RBC비율 248.6%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둔 모든 보험사들이 직면한 과제이며, 초저금리와 역성장 등으로 경영 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된 환경에서는 오히려 CEO의 경영 역량과 리더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달 3일 보험연구원 윤성훈 선임연구위원은 "전세계 생명보험사들 파산의 공통요인으로 높은 보장이율과 투자손실 등이 거론되지만, 이는 외부로 보여진 현상일 뿐이며 보다 기본적으로는 경영진 역량 부족과 리더십 부재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롯데손보 사옥 전경

 

지난해 JKL파트너스 일원으로 롯데손보의 M&A를 진두지휘하고 신임 대표로 취임한 최원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롯데손보를 국내 최고 지배구조를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최 대표는 취임후 경영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며 사외이사 중심의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을 보장했다. 

이전에 없던 대규모 기업설명회도 수차례 가지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는 또한 기업문화의 체질 개선을 위해 경영관리목표를 장기 내재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임직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직원들과의 소통도 솔직담백하다. 사모펀드 특성상 향후 다시 매각할 것이라는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를 인수한 사모펀드가 경영에 개입하지 않은 채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과거의 사례와는 다른 행보다.

특히 현재 판매하는 상품이 장기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매각 시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즉 단기적 수익 극대화가 아닌 중장기적인 전략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이라는 기업 집단 계열사에서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뀐 지 1년, 최원진 대표가 새로운 롯데손보의 밸류업(Value-up)을 향한 변화에 보험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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