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쥴' 국내 편의점 퇴출 1년, '유해성' 벽 넘지 못한 '전자담배의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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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쥴' 국내 편의점 퇴출 1년, '유해성' 벽 넘지 못한 '전자담배의 아이폰'
  • 이효정 기자
  • 승인 2020.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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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쥴·릴·글로센스 등 '액상형' 제품 사실상 판매중지
미국발 악재로 '쥴', 편의점 판매중지 후 실적 악화...지난 5월 한국시장 철수 선언
'전자담배' 한국소비자 인식 하락으로 이어져..."궐련형 전자담배 성장세도 둔화 야기"
쥴 디바이스 및 카트리지
쥴 디바이스 및 카트리지

 

지난해 10월, '액상형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는 극찬을 받던 '쥴'이 국내 편의점 가판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쥴이 한국시장에 진출한지 5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CSV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인 '쥴'은 앞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본고장인 미국 전자담배시장에서 '쥴'은 시장점유율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국내에 출시되기 전부터 '해외직구'를 통해 '쥴'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 출시가 예정되면서 애연가들은 풍부한 맛과 궐련형 전자담배 대비 저렴한 가격, 그리고 예열없이 즉시 흡연 가능한 편리성성과 기기 클리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 등의 이유를 들며 등장을 고대했던 분위기다. 주요 판매채널인 편의점업계는 '쥴' 판매를 통해 매출상승을 기대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23일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브리핑'을 열고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를 내리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됐다. 이후 GS25를 필두로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국내 편의점업체들은 차례로 쥴의 가향(향기를 첨가한 제품) 카트리지 판매중지를 선언했다. 편의점업계에 이어 면세점 업계도 쥴의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보건복지부의 CSV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가 내려진 것은 미국발 '유해성 논란'이 시작된 이후다. '쥴' 뿐 아니라 비슷한 형태를 갖춘 KT&G '릴 베이퍼' 가향 카트리지도 판매가 중단됐다.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이슈는 궐련형 및 하이브리드 제품을 포함한 '전자담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 오름세를 기록하던 궐련형 전자담배 성장이 둔화된 원인으로 꼽기도 하는 이유다. 결국 지난 5월 '쥴 랩스'는 한국시장 진출 1년만에 철수를 선언했다. 
 

◆그날

2019년 10월 23일 보건복지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보건복지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보건복지부]

 

작년 10월 23일,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사용 중단 권고를 내렸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뒤의 일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폐손상 및 사망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2019년 10월 15일 기준 폐손상 사례 1479건, 사망사례 33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내에서도 의심사례가 보고되면서 보건복지부는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고 안전관리 체계가 정비될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담배 정의를 확대하고 성분·첨가물의 정부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담배 관련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법률안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가향물질이 첨가된 담배 제품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청소년 대상 전자담배 판매 및 마케팅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중증 폐손상 및 사망사례가 다수 발생한 심각한 상황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국회 계류 중인 담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법률안이 조속히 처리될 필요가 있다. 법률안이 개정되기 전까지 사용중단 강력 권고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이슈가 떠오르면서 쥴을 취급하던 편의점 채널들은 줄줄이 판매중단을 선언했다. 

보건복지부의 사용 중단 권고가 나온 지 하루만인 지난 2019년 10월 24일, GS25는 가향 액상 전자담배 4종의 판매를 중단했다. 판매중단제품 목록엔 쥴 랩스의 트로피칼·딜라이트·크리스프 3종과 KT&G의 시트툰드라 1종이 포함됐다. 이어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 업체들도 잇따라 '쥴'을 판매중단하겠다고 나섰다. '쥴' 제품 판매량 중 약 70% 이상이 편의점 채널에서 나오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판매경로가 막혀버린 셈이다. 

◆그후

'쥴 랩스' 한국시장 철수...담배업계, '액상형·하이브리드' 전자담배 판매중단

쥴스토어 세로수길 매장 전경. [사진=쥴랩스코리아]
서울 신사동 쥴스토어 매장 전경. [사진=쥴랩스코리아]

 

보건복지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지 권고'와 관련해 당시 쥴랩스코리아는 "미국에서 폐질환 등을 유발한 성분인 THC 및 비타민 E 아세테이트 화합물 등은 쥴랩스에서 사용하는 물질이 아니다"라면서 선을 그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자담배 폐 질환자 86명을 조사한 결과 77%가 '마리화나계' 성분인 THC 액상 카트리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CDC는 THC가 전자담배 폐 질환과 가장 강력한 연관성을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후 12월 12일 관계부처 합동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식약처, 복지부 등)은 국내 유통되는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을 대상으로 THC, 비타민E 아세테이트 등 7개성분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보고했다. 그 결과 국내 제품에서 THC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13개 제품에서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성분이 미량 검출됐다.

업계는 '편의점 판매중단'과 '전자담배 유해물질 검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쥴'이 사실상 한국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후 쥴랩스는 2020년 1월 한국사업조정계획을 발표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2개월 후인 3월, 국내 오프라인 매장인 '쥴 스토어' 3곳의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5월, 결국 쥴랩스코리아는 한국 시장 진출 1년만에 철수하게 됐다.

쥴랩스코리아는 “사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상당한 비용 절감 및 제품 포트폴리오 혁신을 위한 노력에 중점을 두었다”며 “그러나 이러한 혁신이 진행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에서의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현재 매우 도전적인 사업 환경에 직면해있다. 시장 전반에 걸쳐 운영을 재평가하고 사업 확보를 위한 최선의 전략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이슈가 사라지지 않은 만큼, 업계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혹은 하이브리드 제품군(액상과 궐련형 혼합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BAT코리아는 지난 7월 하이브리드 제품인 '글로 센스'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KT&G는 지난 8월 '릴 베이퍼' 판매를 사실상 중단했다. 

BAT코리아는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에 역량을 집중해나가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KT&G관계자 역시 "편의점 업체들의 재고부담 요청에 따라 릴베이퍼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전자담배' 부정적 인식 잔존...'궐련형 전자담배'에 집중, '인식개선' 나선다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이슈는 '전자담배' 시장 자체의 위축을 불러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20년 상반기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1억8000갑으로 전년 동기 1억9000갑 대비 6.6% 감소했다. CSV 액상형 전자담배는 120만 포드로, 전년 동기 610만 포드 대비 80.3% 급감했다. 연초고형물 전자담배는 60만갑이 판매되며 전반기(‘19.7~12월) 대비 83.8%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후 궐련형을 포함해 '전자담배'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전자담배 시장에서 '쥴'이 떠난뒤, 남은 담배기업들은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필립모리스, KT&G, BAT코리아는 각각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릴·글로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판매중이던 아이코스, 릴, 글로프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객관적인 연구결과 제시 등을 통해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위험저감제품임을 인가받았다. BAT코리아는 궐련형전자담배 '글로'의 유해성 저감과 관련한 연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개선이 업계에게 주어진 최우선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전자담배 제품을 출시하는 것 보다 유해성 저감과 관련한 연구 결과 등을 꾸준히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혁신의 아이콘 대접을 받으며 국내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쥴'의 몰락은 아직 형성기인 전자담배 시장이 얼마나 외부 충격에 민감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액상형 전자담배 '쥴' 철수 1년 주요 타임라인
액상형 전자담배 '쥴' 철수 1년 주요 타임라인

 

이효정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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