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유니클로, 위안부 광고 논란 1년...벼랑 끝 민심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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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유니클로, 위안부 광고 논란 1년...벼랑 끝 민심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0.10.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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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유니클로 위안부 비하 논란 광고 송출
일본 불매운동과 겹쳐 유니클로 추락세 가속...GU는 한국 시장서 철수
지역경제 활성화, 취약계층 지원 통해 이미지 회복 힘써
한일관계 등 정치적 변수 작용...신뢰회복 한계
유니클로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실적에 따른 배당금을 0원으로 책정했다. 사진은 유니클로 잠실롯데월드몰점.
유니클로 잠실롯데월드몰점 사진.

유니클로는 지난해 10월 위안부 비하 광고 논란을 기점으로 한국 시장에서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일본발 무역 규제에 대한 반발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유니클로의 광고 논란은 회사가 상황을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켰다. 당시 한국 시장에서는 '노노재팬'이라는 이름의 민간 운동이 벌어지면서 다수의 일본 기업들이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는데, 유니클로가 대표 일본기업으로 지목되며 불매운동의 주요 타겟이 된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 브랜드는 작은 사건 하나로도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이는 시장에서 대체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품을 취급하는 사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 때문에 양국간 가장 민감한 역사를 건드린 것으로 인식된 유니클로의 광고는 '국민 정서'란 화약고에 불을 붙이고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후 유니클로는 한국시장에서 실적 악화 및 자매 브랜드 'GU'의 완전 철수라는 뼈아픈 결과를 맛봐야 했다.  업계에서는 유니클로가 현재 벼랑 끝에 놓여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유니클로가 실적 반전을 위해 선결해야 하는 과제는 다름 아닌 '민심 회복'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그날

2019년 10월 18일 문제의 광고..."80년도 더 된 일을"

유니클로가 지난해 10월 18일 공개한 광고의 한글 자막이 일제강점기와 일본군 위안부를 조롱하는 내용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촉발됐다.

지난 2019년 논란이 됐던 유니클로의 광고.
지난 2019년 논란이 됐던 유니클로의 광고.

글로벌 광고의 원문은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그렇게 오래 전 일은 기억 못 해)인데, 의역을 거치며 자막이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바뀐 것이다. 광고가 공개된 2019년의 80년 전인 1939년은 일제가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연행하고, 많은 조선인 여성이 위안부로 전선에 동원된 때였다.

때문에 유니클로의 광고를 놓고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니클로 측은 위안부 비하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특히 한일 갈등이 민감한 시기에 의역을 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유니클로 한국 지사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해당 논란에 대해 “해당 광고를 상세히 봤는데 (위안부 관련 내용을) 100% 의도한 것이 맞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글 자막에만 ‘80년’이라는 자막을 특정한 것에는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자막에 제시된 80년 전은 국가 총동원령이 내려지며 강제 동원 등 일제의 만행이 자행되던 시기”라고 강조했다. 

결국 유니클로 한국지사 측은 해당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유니클로 측은 "광고는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한 글로벌 시리즈로,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단체와 연관 관계가 없다. 하지만 많은 분이 불편함을 느낀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여 즉각 해당 광고를 중단한다"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지유(GU) 로고.
지유(GU) 로고.

◆그후

실적 악화와 '메일 실수', 그리고 GU 철수

일본 불매운동과 위안부 조롱 광고 논란이라는 악재가 겹쳐 유니클로는 급격한 실적 악화에 빠졌다. 유니클로의 2019년 매출은 9749억원으로 30% 급감했다. 2014년 이후 1조원을 밑돈 것은 처음이다. 2000억원대에 달했던 영업이익도 19억원 적자 전환했다.

매장 수 또한 크게 줄었다. 유니클로 매장 수는 지난해 말 187개였지만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이슈가 겹치며 160여 개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여기에 배우진 전 대표가 인력 구조조정에 관한 메일을 실수로 사내 전체에 보낸 일 또한 여론에 찬물을 부었다. 배 전 대표는 지난 4월 2일 "어제 회장님 이사회 보고를 드렸고, 인사 구조조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서 "보고 내용대로 인원 구조조정이 문제 없도록 추진 부탁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모든 직원에게 발송했다.

결국 유니클로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1월부터 회사를 이끌었던 배우진 전 대표를 경질하고 정현석 신임 대표를 그 자리에 앉혔다. 에프알엘코리아 측에서는 "이번 인사는 정기 인사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문책성 인사'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인 'GU'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일을 놓고도 유니클로의 위기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니클로는 GU의 한국 첫 매장을 지난 2018년 9월에 오픈했는데,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2년만에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유니클로의 외형 확장에 제동이 심하게 걸린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유니클로는 다시 신규 매장을 내놓으며 다시 외형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반일감정과 부정적 여론 때문에 분위기 반전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유니클로의 실적 부진은 롯데그룹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롯데쇼핑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인데, 에프알엘코리아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작년 기말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롯데쇼핑도 배당이익을 받지 못하게 됐다. 

에프알엘코리아가 2011년 배당을 시작한 후 기말배당을 하지 않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유니클로가 '맘플러스' 캠페인을 진행한다.
유니클로가 '맘플러스'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리고, 앞으로

사회공헌 통해 '민심 회복' 노리는 유니클로...한일관계도 큰 변수

유니클로는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 무게추를 둔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패션기업들이 신규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주저하는 상황에서도 유니클로는 올해 4곳의 신규 매장을 오픈했다.  

이를 놓고 유니클로가 코로나19 이슈가 해소될 때를 대비해 미래 성장동력을 챙기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 SPA 브랜드들이 영업 환경 악화를 이유로 매장 수 축소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니클로의 공략은 오프라인 점유율을 크게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유니클로의 신규 매장 오픈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민심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유니클로 또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며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유니클로는 부산 삼정타워점을 오픈하면서 부산 강서구 내 지역 농가를 돕기 위해 600kg의 토마토를 현지 생산 농가로부터 수급해 관련 이벤트를 진행했다. 더불어 안성 스타필드점 오픈을 앞두고서는 안성의 지역 특산물인 '안성마춤 쌀' 650kg을 현지 생산 농가로부터 구입해 증정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유니클로는 장애인, 미혼모 등 취약계층의 일상을 응원하는 캠페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장애인 의류 리폼 지원 캠페인을 통해 기성복을 입고 벗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맞춤형 의류를 지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한편, 싱글맘을 위한 '맘플러스 캠페인' 또한 진행하고 있다. 두 사업의 지원 규모를 합치면 3억원에 달한다. 

지난 9월25일, 부산 유니클로 범일점 앞에서 진행된 불매운동. [사진 출처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 특별위원회] 

업계에서는 유니클로의 사회공헌 행보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이미지 회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행보가 이어진다면 결국에는 한국 소비자들 또한 다시 신뢰를 보낼 것이라는 의견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국 사회의 취약계층이 더 나은 생활을 누리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태풍, 폭염, 장마 등 우리나라가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니클로 역시 한국사회의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유니클로는 옷의 힘을 통해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하고, 더 아름다운 한국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일관계의 회복이라는 정치적 변수 또한 유니클로의 운영 정상화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일본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던 아베 정권과 큰 차이를 보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한일 관계의 회복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유니클로의 고객 수 회복 또한 시간이 더욱 걸릴 것이라고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 또한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예전과 같은 고객 선호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일 관계 회복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스가 총리의 방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사과 등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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