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과에도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교섭 지지부진···무노조 80년에 노사관계는 걸음마
상태바
이재용 사과에도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교섭 지지부진···무노조 80년에 노사관계는 걸음마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5.19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견례 전 실무협의만 반복···삼성전자서비스와 기시감?
▲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사진 = 금속노련 제공)
▲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사진 = 금속노련 제공)

 

5월 6일 이재용 부회장이 허리 굽혀 사과하며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이후에도 삼성 그룹사 노사관계는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19일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디스플레이노조(공동위원장 김정란, 이창완)는 삼성디스플레이 기흥캠퍼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20일에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노조는 지난 4월 8일 사측에 공문을 보내고 상급단체인 금속노련에 교섭위임 사실을 통보하는 한편, 교섭을 요구했다.

노조가 요구한 교섭 일자는 4월 17일 13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에 대해 본교섭 시작은 일정이 빠듯하니 사전 실무협의를 선 진행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로 보내왔다.

노사는 4월 17일 아산시 모처에서 만나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금속노련 조직국장과 함께 노조 사무처장, 정책부장, 복지부장이 참석했고, 회사에서는 인사부문 그룹장과 차장급 직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의에서 노조는 ▲노조활동 보장 ▲노조 사무실 조성 등 기본적인 사항이 담겨 있는 기본협약안을 제안하고, 본격적인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또한 노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중단과 관련한 상세 로드맵 자료에 대해 회사측의 설명을 요구했다.

이는 향후 조합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을 감안한 것.

이에 대해 사측은 '기본협약'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며, LCD 사업 중단과 관련한 자료는 아예 그런 게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상급단체인 금속노련 조직담당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인사노무부서 실무자는 이후 4월 21일에도 여의도 모처에서 다시 만나 '실무협의'를 이어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련은 이날 자리에선 기본협약의 내용, 향후 교섭 장소, 주기, 참석 대상 등에 대한, 그야말로 노사간 교섭의 기초적인 절차와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이미 노조가 제안한 기본협약안에 대한 회사의 수용 여부나 사측안을 제출할 것을 다시 요구했다고 한다.

4월 23일에는 금속노련 김성수 조직강화본부장과 삼성디스플레이 김종근 상무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탕정면에서 2차 실무협의가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서 김 상무는 "기본협약이나 사전협의 내용 등은 금시초문이며, 공동위원장들과의 만남을 위해 자리에 나왔다"고 거론했다.

또한 본교섭 시작 이전에 실무협의를 더 진행하자는 입장인 것.

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더 이상의 실무협의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며, 5월 7일 노사 교섭위원 상견례 및 1차 단체교섭 진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5월 19일 현재, 노사의 첫 단체교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채, 노조는 교섭석상에 나오라며 1인 시위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룹 수장의 반성과 사과가 공론화됐음에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회사측의 태도에 노조는 강한 불신감을 표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노조는 성명을 통해 "수십년 간 지속돼 온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를 선언했지만, 사실상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사측은 '저러다 지치겠지' '저러다 말겠지'하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주장하는 바는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다름 아닌, 현재 서울고등법원 형사 3부에서 공판이 진행 중인 삼성전자서비스의 사례와 비슷한 모습인 것.

노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 경영진 수십여 명은 당시 노조의 지속적인 교섭 요구를 회피해 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 공인노무사인 김종근 삼성디스플레이 상무이사 (자료 = 한국공인노무사회 제공)
▲ 공인노무사인 김종근 삼성디스플레이 상무이사 (자료 = 한국공인노무사회 제공)

 

단체교섭 지연과 불응은 범죄다.

지난 2월 20일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노조는 첫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전 조합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상급단체와 타 노조의 협조를 통해 단체협약을 수집, 벤치마킹하며 교섭을 준비해 왔다.

그에 반해 사측의 준비와 성의는 객관적으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2차 실무협의에서 자리한 인사담당 임원인 김종근 상무이사의 경우, 공인노무사 자격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담당 결제권자라면 사업장 내 노조 설립은 가장 시급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이후 진행될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한 준비는 조직인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시초문"이라는 화답을 내놓는 경우, 과연 삼성디스플레이 조직문화에서 어느 지점에 누수가 생기고 있는 걸까?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