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의 생존보다 경영권 다툼이 더 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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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의 생존보다 경영권 다툼이 더 급한가?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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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상 최대 위기 맞은 롯데그룹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이사 해임안 제출
전사적 프로젝트 ‘롯데온’ 론칭한 날에 재 뿌리는 전 부회장에게 주주들이 호응할까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올해는 그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리고 그러지 않았어야 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재계 5위 굴지의 대기업이 휘청거리고 있을 때, 적어도 그 기업집단의 오너 일가이자 최고 경영진이었다는 책임감이 있다면, 이 시점에서 자신의 동생이자 최고 경영자인 현 회장을 해임하라는 요구는 하지 않을 줄 알았고, 하지 않았어야 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기업의 경영권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창업자의 아들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 ‘당연히 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매우 낡은 기업관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의 경영승계는 핏줄이라는 혈연관계가 가장 중요시돼 왔고, 이런 관행이 당분간은 유지될 것이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기에 능력만 있다면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 총수의 자리는 그들의 것으로 용인돼왔다.

그렇다면 그는 능력과 합법적인 절차로 자신이 이 대기업의 오너로서 적합하다는 증거를 보여야 했다. 5대 재벌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줬다면, 그가 5년에 걸친 주주총회에서의 동생에 대한 해임 안건과 소송에서 모두 패배한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기업의 구성원들과 국민에게 능력을 보여주는 대신 노령의 부친을 내세웠다. 오직 “아버지가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뿐이었다. 이런 주장들은 국민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종업원지주회는 한 번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기자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직원들도 “그가 오너가 되면 회사가 위험하다”며 고개를 저을 뿐이다.

그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1월 창업자인 부친의 장례에서 며칠 동안 동생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었으리라.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28일 그가 다시 한 번 동생의 해임안을 제출한 것을 봐서는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나 보다.

지금 그가 차지하려는 회사는 미증유의 위기에 처해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많은 기업 중 유통과 호텔·서비스가 주력 사업인 이 회사는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도 그는 이를 자신의 경영 복귀의 기회로 삼으려는 모양이다.

전혀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어느 기업도 코로나19로 오너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치는 구심점이 필요한 시기다. 이럴 때 경영권을 넘보는 시도는 구성원들의 뇌리 속에 ‘해사행위’로 규정되기 쉽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어떻게 기업을 이끌려 하는지 모르겠다.

해마다 반복되는 경영권 분쟁은 여론의 악화를 부른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그의 행동은 늘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시기마저 최악이다. 그가 현재의 대표이사이자 자신의 동생을 해임하라는 안건을 제출했다고 밝힌 날은, 회사의 운명을 걸고 론칭한 온라인쇼핑 플랫폼의 오픈일이었다. 그룹 전체가 위기의식으로 수년간 준비한 초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된 날에 재를 뿌리는 일이 어느 누구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에게 묻고 싶다. 기업의 생존보다 자신의 경영권 획득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또 이렇게 기업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는 자신에게 주주들이 호응하리라고 확신하는지. 그리고 "브랜드 가치∙평판∙기업 가치를 크게 훼손시켰다"는 그의 동생보다 자신이 더 나은 점은 무엇인지를 말이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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