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LG 벨벳에 낀 먹구름...'경쟁사는 하필 왜, 이때, 이 제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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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LG 벨벳에 낀 먹구름...'경쟁사는 하필 왜, 이때, 이 제품을'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4.20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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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 끊고자 야심차게 준비한 LG벨벳...같은 수요층 노리는 삼성·애플
-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19분기 연속 적자...턴어라운드 늦어지나
- 애플, 2세대 아이폰SE 4년 만에 공개...55만원부터
- 삼성, A51·A71 출시 예정...60만~70만원대
지난 19일 LG전자가 공개한 LG 벨벳 디자인. [LG전자 제공]
지난 19일 LG전자가 공개한 LG 벨벳 디자인.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야심 차게 준비한 스마트폰 ‘LG 벨벳’의 전망이 어둡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2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LG전자가 졌다”는 평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디자인ㆍ성능ㆍ가격 등에서 매력이 있지만, 결국 경쟁사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의견들이다.

LG 벨벳의 예상 가격은 80~90만원대로, LG전자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메스(대중) 프리미엄폰’ 전략의 첫 제품이다. 낮은 가격에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중상위급 성능으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다.

충분히 ‘먹힐’ 전략이지만, 수요는 기대 이하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도 중저가 제품을 최근 공개했기 때문이다. 출시 시기도 LG벨벳과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A시리즈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애플은 ‘홈 버튼’을 탑재한 55만원 모델을 내놓는다. 무려 4년 만에 아이폰 SE 2세대를 선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제품 모두 LG 벨벳의 주요 소비층과 겹친다.

유튜브에 'LG 벨벳'을 검색한 결과. 전작들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지만, 타사 제품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유튜브 캡쳐]
유튜브에 'LG 벨벳'을 검색한 결과. 전작들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지만, 타사 제품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유튜브 캡쳐]

LG전자는 현재 19분기 연속 스마트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그간 기록된 누적적자만 4조원에 육박한다.

벨벳은 이 적자 행진을 끊고자 이름도, 디자인도 모두 바꿔 출시되는 제품이다. LG전자의 ‘절치부심’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 3월 말 시장에 “LG전자가 대표적인 스마트폰 브랜드인 GㆍV시리즈를 버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LG전자는 이후 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공개했다. 렌더링 이미지ㆍ제품명ㆍ디자인 영상 등을 출시 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알렸다.

이례적이다. 스마트폰 새 모델의 정보는 통상적으로 출시 전까지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된다. 공개하더라도 제품 콘셉트 정도로 시장의 호기심만 높이는 정도였다. LG전자는 이번에 ‘정확한 스펙’고 ‘가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안을 조금씩 여러 차례 공개했다. 그만큼 이슈 유지하고 싶다는 의도다.

전자업계 대기업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LG전자가 차기 전략 스마트폰의 정보들을 순차적으로 조금씩 공개한 것은 시장의 관심도를 출시 전까지 이어가려는 목적”이라며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내부 상황을 반영,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LG 벨벳의 디자인 핵심은 물방울을 연상케 하는 후면 카메라 배치와 대칭형 타원의 3D 아크가 핵심이다. ‘잡고 싶은 제품’이라는 콘셉트가 반영됐다. 전면 화면의 베젤도 최소화된 모습이다. 모바일 프로세서(AP) 정보도 공식 공개됐다. 퀄컴의 중가 스마트폰용 5세대(5G) AP인 '스냅드래곤 765G'가 탑재된다.

소비자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LG전자가 드디어 달라졌다”라는 긍정적 평가를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개된 디자인에 연예인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를 제작한 소비자도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반응에 비해 실적은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내달 출시 예정인데, 주요 경쟁사들도 이 시기에 ‘가성비’ 높은 제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애플이 15일(현지시간) 공개한 2세대 아이폰SE 모습. 가격은 55만원부터 시작해,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다. [애플 제공]
애플이 15일(현지시간) 공개한 2세대 아이폰SE 모습. 가격은 55만원부터 시작해,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다. [애플 제공]

애플은 오는 25일 미국을 중심으로 40여개 나라에 아이폰SE2를 1차 출시한다. 국내 출시는 5월 이뤄질 전망이다. 가격은 저장용량에 따라 55만원(64GB), 62만원(128GB), 76만원(256GB)다.

‘아이폰8’ 디자인과 홈버튼·터치 아이디가 그대로 적용됐다. 4년 전 출시된 아이폰SE가 ‘아이폰5S’ 프레임을 재활용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출시다. 여전히 높은 ‘홈 버튼’ 수요가 아이폰 SE2 구매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4.7형 LCD 화면에, 이어폰 잭도 없다.

'아이폰11', '아이폰11 프로', '아이폰11 프로 맥스'에 적용된 'A13 바이오닉'도 장착했다. 인물사진 모드와 뉴럴 엔진 기반의 지능형 앱도 지원된다. 보급형으로 만들어졌지만, 최신 아이폰의 성능도 갖춘 셈이다.

이 때문에 아이폰SE2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생태계 교란’ 제품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애플의 이미지와 낮은 가격이 중저가 시장에서 “말도 안 되는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50만원대 중저가폰인 갤럭시 A51과 갤럭시 A71을 공개했다.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제품을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다. A71은 60만~70만원대로 시장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6인치 중반대 대화면에 쿼드 카메라, 45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전면을 카메라 홀을 제외하고 화면으로 꽉 채운 디자인인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도 적용된다. 4K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고, 삼성페이와 빅스비도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4~5월 중에 보급형 5G 스마트폰 'A시리즈' 2종을 출시한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4~5월 중에 보급형 5G 스마트폰 'A시리즈' 2종을 출시한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고 있는 모양새다. 절치부심으로 만든 LG벨벳도 시장에서 외면당한다면 스마트폰 사업의 턴어라운드(흑자전환) 시점이 더욱 늦어질 수 있다.

애플은 이미 국내에도 충성적인 구매층을 다수 보유했다. 삼성전자의 A시리즈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이번엔 두 제품 모두 중저가에 프리미엄 기능까지 갖췄다.

이런 경쟁사들을 상대로 LG전자가 추후 어떠한 마케팅을 펼칠지도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LG 벨벳이 가격 면에서 경쟁사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많은 보조금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마창민 LG전자 MC상품전략그룹장(전무)는 LG벨벳의 디자인을 공개하며 “한눈에 보아도 정갈한 디자인으로, 눈에 보이는 디자인을 넘어 만지고 싶은 디자인이라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이라며 “새로운 스마트폰에 대한 고객의 달라진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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