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1→3→9→27→……→6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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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1→3→9→27→……→6561…’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4.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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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감염됐다. 북한 등 몇몇 나라만 제외하고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 유럽과 미국은 수 십만명이 감염됐다.[사진=WHO]
전 세계가 감염됐다. 흰색 표시부분은 아직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국가이다. 북한 등 몇몇 나라만 제외하고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 유럽과 미국은 수 십만명이 감염됐다.[사진=WHO]

“누구는 나가지 못해 그렇게 안 하는 겁니까?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자각 격리 기간에 나돌아다닌 사람은 관련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합니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합니다.”

자가 격리 기간(지금은 14일, 일부 전문가는 이를 21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안 외출하거나 거리를 활보한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심지어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자가 격리를 지키지 않고 상점을 방문하고 사람을 만나고 다녀 많은 사람을 분노케 한다. 코로나19(COVID-19) 임상은 매우 불규칙적이란 게 전문가 판단이다. 감염은 됐는데 특별한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도 많다. 또 미열과 한두 번의 기침 등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는 사람도 있다. 무증상과 경증 확진자는 약 8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자가 격리는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는 지역을 다녀왔거나 혹은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대상이다. 잠재적 감염 확률이 높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아무런 증상이 없거나 혹은 가벼운 증상이 있어도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하는 이유이다.

신종 전염병에는 R0(Reproduction Number, 감염병 재생산지수)가 있다. R0는 감염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느냐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ICL) 연구소가 추정한 코로나19 R0는 시간이 갈수록 바뀌었다. 지난 3월 16일에는 R0가 2.4명이었다. 3월 26일에는 3.3명으로 변경됐다. 이후 3월 30일에는 3~4.7명 범위로 확대했다. 자가 격리를 지키지 않고 활보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지 ICL의 추정치를 대입해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경제적 피해가 뒤따르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A 씨는 미국에서 지난달 25일 입국했다. 공항에서 발열과 진단 검사를 했다. 음성으로 나왔다. 이후 14일 동안 의무적으로 자가 격리 조처가 내려졌다. A 씨는 나흘 동안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수칙을 따랐다.

이후 답답한 A 씨는 3월 31일 휴대폰(자가 진단 앱)을 집에 놓고 외출을 했다. 그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외출해도 괜찮겠지 싶었다. A 씨는 집 근처 커피숍을 다녀왔다. 커피숍에서 직원(1명)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A 씨는 동네 목욕탕을 찾았다. 당시 목욕탕에는 3명의 다른 이용객이 있었다.

목욕탕을 나온 A 씨는 대형할인매장을 찾았다. 시식 코너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1명) 몇 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계산이 맞지 않아 마트 계산원(1명)과 시비가 붙었다. A 씨는 이후 집에 돌아왔다. 이틀이 지난 4월 2일 A 씨는 고열과 잦은 기침에 시달렸다.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고 양성으로 확진됐다.

코로나19 ‘R0’는 아직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ICL에서 내놓은 것을 평균해 R0를 ‘3’으로 계산해 보자. A 씨는 그동안 6명과 밀접 접촉했다. 이들 중 3명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 씨로부터 감염된 3명(2차 감염)이 각각 또 다른 3명(3차 감염)을 감염시켰다. 3차 감염된 9명은 다시 각각 3명을 더 감염시켰다. 이 결과를 종합해 보면 A 씨로부터 시작된 감염자는 3명(2차 감염)→9명(3차 감염)→27명(4차 감염)으로 총 39명이란 추정치를 얻을 수 있다.

확진자 급증뿐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 역학 조사 결과를 토대로 A 씨가 다녀왔던 커피숍, 목욕탕, 대형할인매장은 폐쇄 조처될 수밖에 없다. A 씨가 자가 격리를 어기면서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가 격리 조처를 철저히 하고 당분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 씨의 사례와 달리 자가 격리를 철저히 지키면 어떤 시나리오가 나올까. 실제 최근 특별재난지역인 대구에서 의료지원을 마친 간호사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간호사는 의료지원을 마친 뒤 자신이 사는 집으로 가지 않고 시골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시골이라 인구 밀집도도 높지 않고 별채가 있어 자가 격리로 최선의 시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료지원이 끝나고 곧바로 받은 두 차례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음에도 이 간호사는 14일 동안 시골 부모님 집에서 외출도 삼가고 밥 먹을 때 어머니와 접촉한 것이 전부였다.

자가 격리 해제를 앞둔 시점에서 이 간호사는 검사를 받았다. 양성으로 나왔다. 그동안 접촉한 사람은 어머니가 전부였다. 어머니에 대한 검사결과는 음성이었다. 자가 격리를 철저히 준수했기 때문에 이 간호사로부터 감염된 사람은 없었다. R0가 ‘0’였다.

코로나19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 세계 방역 당국은 보고 있다. 전 세계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일(현지 시각) '상황보고서-75'를 통해 전 세계 확진자는 105만1635명, 사망자는 5만698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최첨단 과학과 의료 기술이 발전해 있는데 곧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변이가 아주 쉽게 일어난다. 이는 그만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빨라도 1년 뒤에나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치료는 대증치료밖에 없다. 다른 약물을 통해 치료하거나 집중 관리를 통해 이겨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최선책이다.

자가 격리를 지키지 않았을 때 코로나19 ‘R0’는 기하급수적이다. 1→3→9→27→81→243→729→2187→6561→1만9683….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 ‘R0’는 0이다. 이 차이는 나를 보호함과 동시에 남을 배려하는 기본이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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