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POSCO의 좌초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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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POSCO의 좌초자산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3.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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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경영은 ‘최정우 몫’, 좌초자산은 ‘국민 몫’
포스코 서울 강남 사옥. [사진=포스코]
포스코 서울 강남 사옥.

전력시장은 지금 ‘질풍노도의 시대’이다. 화석 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다. 에너지 전환에 큰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어떤 방향성으로 갈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에넬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스콤의 선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국제 에너지 기업의 방향 전환이 지금 왜 필요한지에 대해 에넬과 에스콤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인 에넬(ENEL). 2017년 5월 열린 에넬 주주총회에서 프란체스코 스타라체(Francesco Starace) CEO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전회사가 관련 사업장을 닫겠다고 나섰으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에너지 전환의 질풍노도 시대에서 에넬은 미래를 선택했다. 사양 사업인 석탄발전은 줄이고 수요와 수익성이 높아지는 재생가능에너지로 눈길을 돌리겠다는 의지였다.

에넬은 이탈리아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 이상을 운영하던 거대 석탄발전회사였다. 재생에너지가 대세라는 지적에도 석탄발전을 고집하던 기업이었다. 2014년 재생가능에너지 전문 경영자인 프란체스코 스타라체를 CEO로 임명하고 단계적으로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꿔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린피스 측은 에넬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 에넬은 전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의 리더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에너지 기업 에스콤(Eskom)은 반대의 물결을 탔다. 에스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전력의 95%를 생산하는 국영회사였다. 90%는 석탄발전이었다. 남아공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지원정책에 힘입어 에넬 등 해외 전력회사가 아프리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 140억 달러 정도의 자금을 투자하는 동안 에스콤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주저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만 고집했다. 경제 침체로 전력수요가 감소하면서 에스콤의 영업실적은 크게 하락했다.

석탄발전소가 넘치는데도 에스콤은 규모 4.8기가와트(GW) 석탄발전소의 추가 건설계획을 강행했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개와 맞먹는 에너지 생산 규모이다. 석탄발전소는 가동과 유지비가 매우 크다. 해외 기업들이 단가가 훨씬 싼 남아공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 마구 달려들고 있어 석탄발전에 대한 수요는 계속 줄어들었다. 2017년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와 무디스는 에스콤의 신용등급을 가장 낮은 등급인 B+로 강등했다.

질풍노도의 에너지 전환시대 물결에서 제대로 파도를 탄 기업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문재인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도 포스코와 발전사들은 석탄 에너지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여전히 발을 담그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포스파워 삼척 화력발전소(2100MW)를 추진하고 있다. 삼척포스파워 1호기는 2019년 8월 착공했다. 준공 예상일은 1호기는 2021년 12월, 2호기는 2022년 6월이다. 상업운전이 개시 예정일은 2024년 1월이다.

석탄발전소 조기폐쇄가 추진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포스코에너지가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좌초재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좌초자산을 “이미 투자했는데 그 수명이 다하기 전에 더는 경제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자산”이라고 정의한다.

한 기업의 좌초재산은 단지 기업의 손해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작게는 주주들에게, 크게는 국민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190여 개국이 합의했던 것처럼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원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앞으로 탄소세까지 도입된다면 석탄화력발전은 설 땅이 더 좁아진다.

오늘 포스코 주주총회가 열렸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불황 속 전사적 품질 혁신과 미래 성장 신제품 개발 등 고강도 대책을 통해 최고의 수익성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여건 변화에 따라 시나리오별 비상대응체계를 확립하고 간접비용의 극한적 절감, 투자 우선순위 조정, 비핵심·저수익사업 구조조정 등 고강도 대책 실행으로 수익성 방어와 재무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수익성’ ‘시나리오별 비상대응체계’ ‘투자 우선순위 조정’ 등 거대 담론만 열거했다. 질풍노도 에너지 전환 시대에 포스코가 어떤 물결을 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의 파고 속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광양제철소 정전사태, 두 차례의 폭발사고, 고로 블리더(안전밸브) 무단배출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단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시민단체는 지적했다.

포스코는 온실가스 배출 ‘악당’이란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가 열리던 포스코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상위 20개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한국 전체 배출량의 58%에 이르는데 포스코는 부동의 1위를 유지해 왔다”며 “대표적 철강기업이자 석탄 기업인 포스코의 사업 방향이 한국 기후변화 대응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 경영은 ‘최정우 몫’인데 좌초자산은 ‘국민 몫’이 된다면 이건 너무 불공평한 시스템이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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