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보 소상공인 심사업무, 은행에 왜 안 넘기나... "보증 부실화" vs "조직 유지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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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보 소상공인 심사업무, 은행에 왜 안 넘기나... "보증 부실화" vs "조직 유지 명분"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03.24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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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지신보, 신청자 폭증으로 심사 적체 여전...은행 위탁에 '심사'는 제외
- 서울신보 관계자 "보증심사 위탁, 전산 미비...보증 부실 우려도"
- 경기도청 관계자 "심사 위탁, 검토하고 있는 부분 아냐"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정책자금을 대출 받기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신보)에 몰리면서 재단 업무가 마비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는 지신보의 상담, 접수 업무 등을 시중은행에 위탁해 사정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심사'가 위탁 업무에서 제외되면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신보는 지자체 소관인 만큼 관련 기관 간 조율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23일 서울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보증 업무를 (시중은행에) 위탁하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그렇게 분분하진 않지만 전산적인 부분이 미비해서 지연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지금 확정된 부분은 아니지만 위탁보증 자체는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심사 업무까지 은행에 위탁하는 방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적으로 구축돼야 할 부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경기신보는 오늘부터 심사 전 단계인 접수와 약정 업무까지 은행 위탁을 시작했다"며 "심사 위탁은 아직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2달가량 소요되는 지신보 심사에 문제 의식을 갖고 인력 충원, 업무 위탁 등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폭증하면서 심사 적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2조25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늘렸다. 

현재 전국 16개 지신보는 하루에만 수천건씩 심사서류가 접수되면서 과부화가 걸린 상태다. 강원신용보증재단은 지난 17일 공지문을 통해 18일부터 신규 보증 업무와 관련해 창구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서울신용보증재단도 홈페이지에 긴급공지를 띄워 보증신청 급증으로 상담예약이 어려움 점을 밝히며 은행 지점에서 상담을 진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강원신용보증재단 홈페이지 캡처]

◇ 심사 위탁시 보증 부실화 우려 vs 지신보 조직 유지 명분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보증재단에 자금 수요가 몰려 통상 2주 걸리던 심사기간이 최장 2달까지 걸리고 있다”며 “은행이 신청접수 등 일부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고 있지만 부분 위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협의를 통해 신청 접수 뿐만 아니라 일정 심사부분 까지 은행이 위탁을 받아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번 주중으로 중기부의 대책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나온 중기부 발표에는 보증심사 위탁 내용이 빠졌다. 중기부는 2주 넘게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보증심사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관련 기관에서 주저하는 측면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중기부 산하기관이지만 지신보는 해당 지차체가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어 중기부는 각 지자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 이들 간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관련 문제를 조율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지역신보는 보증 부실화를 우려한다. 은행에서 보증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지면 그 책임을 재단이 떠안아야 하는 것.

실제 서울신보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재단 입장에서 충분히 걱정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보증서를 발급한다는 건 정책자금 신청자가 대출을 못 갚아도 재단에서 대신 지급한다는 뜻이므로 은행은 실상 손해보는 게 없다"며 "혹시 모를 도덕적 헤이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디까지 면책을 하고 보증부실을 어떻게 보완할지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신보 측은 지난 19일 지신보 이사장 협의회에서 "은행도 일부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전산 문제와 보증 부실화 등은 표면적 이유일 뿐 핵심 사유는 지신보의 '조직 유지 명분'이라고 꼬집는다. 물밑에서 일어나는 '조직논리'로 도산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신보의 고유 업무인 보증심사를 은행에 넘기게 되면 지신보 조직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자체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지신보 내부에서는 보증심사 업무가 핵심인 만큼 남다른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은 소상공인을 도와드린다는 마음을 기본적으로 갖고 해당 업무를 제일 잘 해낸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23일 기자와 통화에서 보증심사 위탁에 대해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은행권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및 은행장, 신용·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으로 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초저금리(1.5%) 자금이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 이를 위해 은행은 최근 수요 급증으로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지역신보의 업무위탁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손님 끊긴 재래시장. [사진 연합뉴스]
손님 끊긴 재래시장. [사진 연합뉴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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