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매장 손님 없이 돈 버는 외식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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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매장 손님 없이 돈 버는 외식사업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05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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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없는 외식 ‘유령 레스토랑’ 모델
진화・혁신을 거듭하는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현대 소비자들의 정서와 라이프스타일 이해해야

지금 전세계 정부들과 위기대처 당국들은 일단 코로나19의 전염 진원지와 진원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방식으로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 질병 진원자와 전파자의 거주지와 다녀간 장소 사이를 차단・격리함으로써 그 주변의 무고한 경제활동인구와 경제구역은 모조리 폐쇄 조치를 맞고 경제활동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제적 격리’를 당한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로 평소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쇼핑 거리, 식당, 백화점을 포함한 리테일 소매업의 타격은 심각하다. 사람 대 사람의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추세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손님 없는 레스토랑’들이 많아진 반면 음식점이나 마트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집으로 배달시키는 ‘비대면식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부응해 고객에게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유통 및 외식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얼어붙은 거리 소매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기 위한 유통 혁신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 KFC에서 실시중인 무인 비접촉식 픽업 서비스.
중국 KFC에서 실시중인 무인 비접촉식 픽업 서비스. Courtesy: Yum China

유사한 선례는 중국의 테크 기업 메이투안이 발표한 빅데이터 자료에서도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가택 격리, 재택근무, 휴학 등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중국에서는 음식배달업계의 선두업체인 메이투안(Meituan, 美团网)이 ‘비대면 배달(contactless delivery)’ 사업으로 초호황을 맞았다. 현재 가입된 약 6백 만 파트너 외식업체들의 음식배달을 대행해 주고 있는 메이투안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1월 말~2월 첫주 기간인 약 2주 동안 평상시보다 4배가 많은 하루 평균 약 70만 건의 음식배달 주문을 소화했으며 그중 80% 소비자는 비접촉 배달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배달업체인 엘레미(ele.me, 알리바바 그룹)도 같은 시기, 100여 음식점과 제휴를 맺고 최전방에서 활동하는 우한 의료진들의 식사배달을 담당했다.

중국 스타벅스 주문 앱.
중국 스타벅스 주문 앱은 배달원들의 비대면 배달과정과 고객 주문품 픽업방법을 알려줘 소비자들을 안심시킨다.

중국 시장 내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 글로벌 푸드체인점들도 비대면 배달 서비스 트렌드에 즉각 합류했다. 맥도널드와 버거킹은 메이투안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대도시 병원 의료진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배달했고, 피자헛과 KFC도 3백 만 유안 어치 상당의 무료 식사를 우한의 의료인들에게 기증했다. 이들 해외 식음료 체인들은 배달원들을 경유한 병원과 일반소비자들 간의 질병 전염 우려를 일축하기 위해 주문 앱에 ‘비접촉 배달’ 선택 기능을 추가하고 자사 배달원들과 고객들간 직접 대면과 접촉이 불필요하도록 자체 고안한 ‘3미터 거리두기’ 전달 및 픽업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윰 차이나가 실시하는 비접촉식 '3미터 거리두기' 패스트푸드 배달 서비스.
글로벌 패스트푸드 대행업체인 윰 차이나가 실시하는 비접촉식 '3미터 거리두기' 패스트푸드 배달 서비스. 배달원이 주문된 식사를 가져오면 고객은 이를 직접 약속한 장소에서 픽업해 가는 방식이다. Courtesy: Yum China

글로벌 요식업계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요구에 맞춰 혁신을 거듭해왔다. 코로나19 사태가 번지기 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6~7년 전부터 ‘유령 레스토랑’이라는 새로운 외시사업 모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령 레스토랑(ghost restaurant)’이란 음식을 식당에 앉아 소비하지 않고 배달과 테이크아웃해 가는 편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식생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발상전환의 사례로, 회원가입된 레스토랑들의 주문과 배달을 대행해주는 온라인 플랫폼 딜리버루(Deliveroo, 2013년 영국 창업)와 우버이츠(UberEats)가 개척했다.

물리적인 레스토랑 공간이 없이도 전화나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한 후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배달해주기 때문에 ‘가상 레스토랑(virtual restaurant)’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본래 임대료가 비싼 미국과 유럽 대도시에서 비용절감의 대응책으로 탄생했다. 레스토랑 다이닝 공간 임대료과 비싼 인테리어 투자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인건비, 각종 보험료 및 운영비 지출을 대폭 줄여 창출된 마진을 기획, 마케팅, 배달비용으로 전용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린서밋그룹의 식당 없는 배달온리형 '유령 레스토랑.'
식당 없는 요리 배달만 해주는 그린서밋그룹의 '유령 레스토랑.' Courtesy: Green Summit Group

유령 레스토랑 비즈니스 모형은 물리적인 손님 대접 공간이 없는 대신 고객을 직접 찾아가기 위해서 필히 제3자 배달업체에 의존한다. 현재 뉴욕과 시카고에서 각각 주방 한 곳에서 14개 레스토랑 브랜드 아래 50여명의 전문요리사가 고용돼있는 그린서밋그룹(Green Summit Group)은 그럽헙(GrubHub) 플랫폼에 배달 업무 외주를 맡기고 있다. 동네 인근의 유기농 건강식 음식점의 메뉴를 전문 배달해주는 플랫폼 키츠(Keatz)는 독일 시장에서, 유럽 유망 스타트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핀란드의 에픽푸즈(Epic Foods)는 회원제 외식업체 대행 배달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딜리버루와 우버이츠도 자체 구축한 배달 시스템과 배달원 인력을 활용해 그들의 플랫폼에서만 구매가능한 독자적 레스토랑 브랜드와 메뉴를 내건 ‘다크키친(Dark Kitchen)’ 외식사업을 운영한다.

중국 본토 내에서 우한코로나바이러스-19 감염 확진자 수는 지난 2월 말경을 고비로 정체상태에 접어들었고 바이러스의 발한지인 우한 시내의 상점과 소매업의 약 75%는 다시 정상가동을 시작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도했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돼 팬더믹(pandemic) 즉, 전세계적 범유행병으로 번질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다. 美 의회 예산국(CBO)이 실시한 범유행병의 확산 시 거시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미국에서 제대로 제어되지 못할 경우 미국인중 9천 만이 질병에 걸리고 그 중 약 2천 만명이 사망할 것이며 그에 대한 파생효과로 교통산업 67%, 소매 및 제조업 10%, 문화 및 오락산업 규모는 무려 80%가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럽헙, 우버이츠, 도어대시 등 미국 내 주요 음식배달 플랫폼들은 이 사태 추이를 살피며 민심과 보건정책에 따른 배달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원천: CNBC).

주문한 음식을 직접 가져갈 수 있는 픽업 포인트는 외식사업의 새로운 소비자 공간이 될 수 있다. Courtesy: Dog Haus
고객이 집이나 직장에서 배달을 기다리기 보다 주문한 음식을 직접 찾아갈 수 있는 픽업 포인트는 외식사업의 새로운 소비자 공간이 될 수 있다. Courtesy: Dog Haus

물론 모든 국가와 문화권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는 중국 음식배달 사업에 관한 메이투안의 보고서는 미래 외식산업이 중점을 둬야 할 핵심 사항들 - 편의와 위생 - 을 제시한다. 모든 위기와 침체 직후에는 구름의 흰 가장자리같은 밝은 전망과 재빠른 회복세가 뒤따르는 법. 외식업계와 소매유통업계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신뢰를 주고 참신한 마케팅 전략으로 공공보건에 대한 불안감과 위축된 소비심리를 공략한다면 외시산업은 새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재빠른 시장신뢰감에 따른 반등과 새로운 수익 기회는 미리 준비된 자에게 돌아간다.

보다 중장기적 시장 확장 전략을 구상하는 음식배달 업체들은 테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2019년 연말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독일의 배달앱 회사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는 올초부터 로봇웨이터와 배달로봇으로 대인 간 접촉을 줄여 위생도를 높이고 자동화를 통한 서비스 무인화와 인건비 절감 실험에 들어갔다. 하루 평균 20만 건의 주문배달을 소화하는 핀란드의 스타트업 에픽푸즈의 마르티 파텔라 창업자는 조만간 ‘각 가정 부엌은 유령 레스토랑 주방으로 옮겨갈 것’이라 내다본다. 소비 취향과 환경을 잘 이해하여 테크로 응용시킨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 사업의 성장 잠재력은 밝아 보인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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