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선 석탄 사라지는데… 한전, 석탄에 관심갖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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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선 석탄 사라지는데… 한전, 석탄에 관심갖는 이유는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1.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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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 탈석탄에 52조 원 편성… ‘기후변화’ 반영하는 금융계
한전, 해외 석탄화력 사업 '수익성' 없다 지적에 "계속할 것"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38년까지 자국 내 석탄화력발전 전면 폐지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금융계에서는 발전용 석탄에 자금을 투자하지 않는 움직임도 일어난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력은 최근 수익성도 없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편법 추진한다는 의혹을 맞았다. 한전은 이런 의혹에도 추진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독일 정부 탈석탄에 52조 원 편성… ‘기후변화’ 반영하는 금융계

독일 복스베르크의 석탄 화력발전소. [사진=연합뉴스]
독일 복스베르크의 석탄 화력발전소. [사진=연합뉴스]

16일 독일 연방 정부의 환경 장관과 재무 장관 등 각료들은 전날 밤부터 이른 아침까지 밤샘 논의를 거쳐 2038년까지 독일 내에서 석탄화력발전을 종식시키는 계획을 확정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은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끝내겠다”며 “탈석탄 영향에 노출되는 피해 지역들의 경제와 종사 노동자, 기업에 보상액으로 총 400억유로(51조7976억원)를 편성했다”고 말했다.

보상받을 지역은 작센안할트주, 작센주, 느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브란덴부르크주다. 보상금은 대부분 석탄 생산 지역의 새로운 인프라 프로젝트와 석탄 생산 노동자들의 새로운 직업 훈련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발전기업에는 총 43억유로가 보상금으로 지급된다. 독일의 최대 석탄발전 전력기업인 RWE에는 발전금 폐쇄에 대한 보상금으로 26억유로가 지급될 예정이다. 탄광회사인 미브라크에는 보상금 17억유로가 지불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석탄화력발전을 보는 금융계의 시각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최대 ETF(상장지수펀드)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 14일 올해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겠다고 전했다.

핑크 회장은 발전용 석탄처럼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업에서는 자금을 빼겠다고 공언했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의결권을 행사해 이사회에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도 했다.

◆‘경제성’ 없는 해외 석탄화력 사업 추진하려는 한전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전은 추진하고 있는 해외 사업이 편법 의혹을 받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한전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수익성이 없는 사업으로 판단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편법까지 쓰면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1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이 철회를 요청한 사업은 산전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지역에 추진하고 있는 총 2기가와트(GW) 규모의 자와(jawa) 9·10호기 사업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5000억 원(34억달러)으로 한전이 지분의 지분의 15%인 600억 원을 투자하고, 두산중공업이 건설·시공을 담당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수익성이 마이너스로 예측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은 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으면 예타를 받는데, KDI가 진행한 자와 9·10호기 사업에 대한 예타 결과 사업성이 –102억 원으로 나왔다. 사업수익성이 낮아 매우 신중해야 하는 ‘그레이 존(Gray zone)’사업으로 분류된 것이다. 그레이존 사업으로 분류되면 사실상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진다.

김성환 의원실이 확인해 보니 한전은 자와 9·10호기 지분을 15%에서 12%로 줄여 투자금을 600억 원에서 480억 원으로 조정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업비가 500억 원보다 낮아져 예타 결과와 상관 없이 한전 이사회 자체적으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김 의원은 “정부 감독을 회피하기 위해 지분을 축소해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예타를 무력화시키고, 관련 법률의 취지까지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지분을 축소한다고 갑자기 수익률이 높아지지 않는 데다, 전 세계적인 탈석탄 추세를 비춰봐도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평가된 수익률이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므로 투자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KDI 예타 결과를 보면 한전은 지분 투자 외에도 채무보증 2500억원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계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이 탈석탄 선언의 일환으로 자와 9·10호기 투자 철회를 계획하고 있어 자금조달에 실패하면 한전의 부담은 수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김 의원 측의 판단이다.

시공을 맡은 두산중공업의 저가 수주 의혹으로 시공비까지 늘어나면 1392억 원(1억2000만 달러)을 추가 부담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김 의원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전력구매 정부보증(BVGL)도 받지 못해 수익리스크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는 2027년쯤이면 인도네시아에서도 재생에너지의 경제성과 석탄화력발전의 경제성이 역전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의원은 “탈석탄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라며 “기후위기로 사양 산업에 접어든 석탄화력사업은 사업 정당성도 없고, 이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한전을 깊은 수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전, 석탄화력 사업 추진 계속한다

한전 나주 본사. [사진=한국전력공사]
한전 나주 본사. [사진=한국전력공사]

한전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KDI가 지난해 11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서 ‘회색 영역(사업성 부족)’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며 “지분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전 측은 예타 평가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에 보장 받은 가동률 86% 기준의 수익성이 아닌 80%로 수익이 계산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확보한 11개 금융사 지원 확약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한전 측은 “공공기관 예타 표준 지침상 회색 영역은 연구원 구성이 달라지면 종합 평점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KDI 예타 재신청을 계획 중이다. 현재의 예타제도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추진되는 해외사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자와 9·10호기 사업이 세계은행 등 국제기준과 인도네시아 환경기준을 훨씬 높게 충족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추가 환경설비 투자로 가장 친환경적 기준의 하나인 한국수준에 근접하도록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사업은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11개 국내외 상업은행으로부터 수익성을 인정받아 금융지원 확약서까지 획득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자와 9·10호기 외에도 투자금이 2200억 원에 달하는 베트남 붕앙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 역시 탈석탄을 선언하고 사업에서 철수하는 홍콩회사 CLP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라는 국내외 비판이 일고 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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