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5사의 2019②] 미세먼지 줄였다는데… 온실가스 대책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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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5사의 2019②] 미세먼지 줄였다는데… 온실가스 대책은 없어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2.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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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책 쏟아지는데… 온실가스 배출 대책은 '구멍'
한국, 국제사회서 '기후악당' 오명… 석탄발전 지금도 '건설중'
대타협 필요한 탈석탄… 이해당사자와 시민사회 모두 함께 고민해야

우리나라 발전5사의 2019년은 한 마디로 '다사다난'했다. 고(故) 깅용균 씨의 죽음으로 발전사에 대한 '죽음의 외주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후 안전대책은 나왔는데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 평가이다.

미세먼지 저감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하나씩 문을 닫고 있다. 발전5사의 주력 발전원이 문을 닫으면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대책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남동, 남부, 서부, 중부, 동서발전 5사의 2019년을 세 차례에 걸쳐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1일 오전 부산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도심이 뿌옇게 흐리다. [사진=연합뉴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1일 오전 부산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도심이 뿌옇게 흐리다. [사진=연합뉴스]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힌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자료를 보면 전체 배출량 비중은 12% 정도다, 단위 사업장 가운데는 가장 많다. 이 가운데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에 석탄발전 가동 중단과 상한제약 정책이 펼쳐지는 이유다.

실제 가동 중단은 효과가 크다. 가장 큰 감축 요인이다. 문제는 일시적 가동 중단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미세먼지는 줄였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잡지 못 하는 정책 사각지대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발전량 늘고 미세먼지 줄었다? ‘온실가스’ 빠져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석탄발전 감축에 따른 미세먼지 배출량 감소 수치를 발표했다. 지난 1일 0시부터 일주일 동안 석탄발전 저감 조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미세먼지 배출량 45.8%(187톤)가량을 줄였다는 내용이다. 그 기간 산업부는 석탄발전 12기를 중단하고, 최대 45기의 상한제약(발전출력 80% 제한)을 시행했다.

석탄발전량은 늘었는데 미세먼지 배출량은 줄었다는 보고 내용도 있다. 석탄발전량은 2016년 213.8테라와트시(TWh)에서 지난해 238.2TWh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2016년 3만679톤에서 2018년 2만2869톤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탈황·탈질설비 등 환경설비 보강과 가동 중단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은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와 LNG 전환 등 미세먼지 대책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삼천포 1·2, 보령 1·2, 호남 1·2호기 등 6기의 폐지 일정을 예정됐던 2022년보다 1년 앞당겼다. 다만, 미세먼지 대책에 집중하는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챙기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국민들은 석탄발전이 줄고 있는 줄만 아는데 실제 7기의 석탄발전이 건설되고 있다”며 “게다가 대기 오염과 달리 온실가스만 줄이는 기술은 없어 석탄발전량이 많이 늘었다는 건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히 늘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석탄발전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석탄발전소. [사진=연합뉴스]

실제 현재 건설되고 있는 석탄발전소는 신서천 1, 고성하이 1·2, 강릉안인화력 1·2, 삼척포스파워 1·2호기로 모두 7기다. 이 7기 석탄발전소가 완공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폭탄이 돼 되돌아올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이 분석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필요성 재검토’ 자료를 보면 진행 중인 신규 석탄발전 배출량을 제외했을 때 2031년까지 제8차 전력계획의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보다 4710만톤을 감축할 수 있다.

◆‘기후악당’ 오명…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 ‘낙제점’

그러는 사이 한국은 또다시 ‘기후악당’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발표된 수치를 보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수준은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에서 26.75점을 기록해 이란(28.41점), 대만(23.33점), 사우디아라비아(22.03점), 미국(18.60점)과 함께 최하위 그룹에 포함됐다. 기후변화대응 점수가 전체 61위 중 58위로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떨어진 성적표다.

CCPI2020은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지난 10일 제2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표했다. 2005년부터 매년 발표되는 CCPI는 전 세계 350~400명의 기후·에너지 전문가가 참여한다.

보고서에는 “한국은 지난해처럼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 부문에서 어떤 진전도 보이지 못했다”며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은 매우 높고, 2030년 중장기 목표도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는 혹평이 담겼다.

실제 현재 2030 온실가스 로드맵 이행을 위한 전환(전력·열) 부문 대책은 석탄발전의 과감한 감축과 재생에너지의 대폭 확대다.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석탄발전 폐쇄가 결정적 요인이라는 뜻이다.

정부는 감축 수단이 정해지지 않은 3400만톤 규모를 석탄발전 페쇄로 이룰 계획이다. 이 계획은 올해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다. 추가로 문 닫을 석탄발전소 수는 20기 안팎으로 예상된다.

석탄발전이 주력이던 발전 5사에게 석탄발전 폐쇄는 생존의 위기다. 이는 발전 5사가 앞다퉈 LNG 대체 의향서를 제출한 이유다. 지난 9월 발전 5사는 발전 5사가 전력거래소에 제출한 의향서에 포함된 노후 석탄발전소의 설비용량은 8000메가와트(MW)로 15~16기 정도 규모다. 이미 연료 전환이 확정된 태안 1·2호기와 삼천포 3·4호기를 합하면 20기가량이다.

◆독일 ‘탈석탄’ 참고해야… ‘사회적대화기구 필요

독일의 탈석탄 선언은 참고해 볼 만 하다. 석탄발전 비중이 38.4%로 높은데다 제조업 비중이 높아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독일은 늦어도 2038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다.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자는 사회적 대타협 과정 덕분이다.

독일의 '탈석탄'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독일의 '탈석탄'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독일은 탈석탄위원회는 이해당사자와 실행 주체들을 망라해 꾸려졌다. 연방정부 부처 대표와 석탄산지 주정부 대표, 정당 대표는 물론 시민·환경단체, 노동조합, 경영자 조직, 에너지 회사, 지역 대학 등이 포함됐다. 탈석탄위원회 권고대로 2030년까지 17기가와트의 석탄 화력을 폐기하기로 한 독일은 그 빈자리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채울 계획이다. 6개월 거친 논의 과정 끝에 경제·환경 측면을 적절히 잘 고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환경비용이 석탄발전에 반영되면 발전사업자들도 현재보다 발전비용이 높아져 경영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큰 틀 안에서 발전사업자들과 시민사회가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언 국장은 “탈석탄은 작게 나눠진 발전 5개 공기업에만 맡겨 놔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사회적대화기구를 통해 살 길도 함께 찾아야 하는 것”이라며 “독일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노동자, 시민·환경단체가 모두 포함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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