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호르무즈 해협과 신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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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호르무즈 해협과 신재생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1.0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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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약 70%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사진=구글어스]
우리나라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약 70%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사진=구글어스]

중동은 늘 조마조마한 지역이다. 전쟁 위험이 도사린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지역 중 하나이다. 끊임없이 미국과 중동 국가 사이 긴장 관계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새해부터 미국과 이란의 ‘일촉즉발’ 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다. 미국이 드론을 이용해 정밀타격하면서 이란의 장군이 사망했다. 이란은 ‘피의 복수’를 외쳤다. 실제 이라크 미군기지에 대해 이란의 대응 폭격이 있었다. 물론 이후 사태는 확전되지 않았고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전쟁으로 수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전 세계 이목은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됐다. 이 해협은 우리나라에는 더 특별한 곳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너비가 55~95㎞ 정도이다. 북쪽은 이란이다. 남쪽의 아라비아반도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연안의 여러 항구에서 원유를 실어나르는 유조선들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항로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경제적 요충지로 통한다. 세계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의 중요한 원유 운송로이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 정도가 영향을 받는다.

1월 8일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59.61, 브렌트유 65.44, 두바이유 66.00달러를 보였다. 지난 1월 3일 급등했던 원유가 일단 진정세로 돌아섰다. 브렌트유는 1월 3일 68.6달러를 시작으로 1월 6일 68.91, 1월 7일 68.27, 1월 8일 65.44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70% 정도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한다. 중동지역은 국내로 도입되는 천연가스 비중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요 공급원이다. 한국가스공사는 9일 채희봉 사장 주재로 이란 사태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사장을 반장으로 수급 등 5개 분야 12개 부서로 구성된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신속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정유업계도 긴급 점검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 위험으로 폐쇄된다면 우리나라 유가의 고공행진은 눈에 보듯 뻔하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세자릿수 시대(100달러 이상)가 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단 미국과 이란의 긴장 관계가 완화되면서 당장 우리나라 유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정유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되면 대체 수송이 필요한데 당장 해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비중은 석유와 가스 등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를 넓혀 나가고 있는데 여전히 발전 비중은 10% 이하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2019년 3분기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6%(추정치) 정도. 2017년 7.6% 수준에서 1% 늘어난 것에 머물렀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달성 가능할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자원 수입 의존도가 95%에 이른다. 자체적으로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없으니 수입할 수밖에 없다. 국제관계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왔는데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원 정책과 함께 연구개발에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을 위한 정부출연연구소와 업체 간 연구개발(R&D)을 더 확대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인프라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지 선정에 따른 주민 갈등 해소방안이 필요하다. 무작정 목표만을 위해 밀어붙일 게 아니다. 해당 주민과 처음부터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함께 일궈나가야 한다.

기업의 ‘RE100’ 이행을 위한 지원 전략도 필요하다. ‘RE100’은 기업이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말한다. 구글, 애플 등 전 세계 주요 기업은 많이 가입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대학도 신재생으로 이젠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이미 각종 통계에서 우리나라 대학은 에너지 소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매우 낮다. 하버드, 옥스퍼드대 등 전 세계 유명대학들은 이미 2030년까지 ‘탄소 제로’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도 이런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구체적 계획을 내놓고 이행해야 한다.

당장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으로 방향을 바꾸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유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탈원전과 탈석탄에 따른 단계별 이행전략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에너지전환정책에 있어 탈원전이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은 신재생으로의 확대만이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든 노력이 뭉쳐진다면 궁극적으로 에너지자원 독립을 위한 장기적 계획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석유와 석탄, 가스 중심에서 신재생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게 에너지자원독립을 위해 기간은 많이 걸리겠는데 궁극적 해법일 수 있다. 이후 우리나라에 구축된 신재생 기술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희망 사다리’도 만들 수 있다. 자원 수입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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