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갈등 장기화 조짐… 정유·화학 업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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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갈등 장기화 조짐… 정유·화학 업계 '초긴장'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1.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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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 자극 요인 높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도
정유·화학업계 “충돌 장기화 할까… 상황 예의주시”
8일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8일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정유·화학 업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에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는 등 충돌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이란 이슈를 빼고서도 원유 수급이 빠듯한 상황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험 요소도 남아 있다. 심상치 않은 기류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은 7일(현지시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12발 이상을 발사했다. 미국이 혁명수비대 정예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한 것에 대한 보복 공격이다. AP통신은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미사일 부대가 공격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작전 이름은 ‘순교자 솔레이마니’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오전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란의 ‘보복 타격’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우방과 동맹들의 보호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 충돌이 당장 국제 원유시장 수급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큰 건 아니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지속돼 온 탓에 이란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 이슈를 빼더라도 미국 재고 감소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으로 수급 여력은 낮은 상황이다. 유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높다는 얘기다.

미군 기지에 두차례나 미사일 공격을 펼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전세계 수요의 20% 이상이다.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산유국에서 원유 등을 싣고 아라비아해나 인도양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상황에 따라 수급 불안 요인이 지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태가 전개되는 양상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은 정유업계에 단기적으로는 긍정 요소다. 재고평가 이익과 래깅효과(싸게 구매한 원유로 만든 석유 제품을 비싼 가격에 판매해 얻는 시차효과)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상황이 장기화하면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할 우려가 있어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석유·가스 수급 위기가 실제 발생하면 비상 대응체계가 신속히 작동할 수 있도록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 보유 9650만배럴 등 총 2억배럴 규모의 비축유(2019년 11월말 기준) 방출 등 석유 수요 절감 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화학 업계에서는 당장 원재료 가격 상승이 부담이다.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나프타(납사)를 원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요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유가가 올라가고, 최종 석유화학제품 가격에 큰 변동이 없으면 마진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번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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