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송관 또 파열…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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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수송관 또 파열… 해법 없나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2.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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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역 사고 1주기 지났는데… ‘노후 배관’ 탓 사고 발생
20년 이상 노후배관 전체의 32%… 단계적 교체해야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고 집중… 공급자와 사용자 접점 관리 필요
경기 성남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해 12월 성남 지역 내 20년 이상 된 열수송관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성남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해 12월 성남 지역 내 20년 이상 된 열수송관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늦가을부터 초겨울은 열수송관 파열이 잦다. 대부분의 열수송관 문제가 이 시기에 집중된다. 1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쳤던 고양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일어난 시기도 지난해 12월 4일이다. 당시 정부는 백석역 사고를 겪고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그 뒤 1년이 지났지만 열수송관 파열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루 전인 지난 15일 성남 분당구 정자동에서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일어났다. 지하보도 옆 녹지대의 지역난방관이 파열돼 약 30m 길이의 지하보도가 침수됐다. 사고는 오전 8시 16분께 발생해 오후 5시 40분쯤에야 수습됐다.

해당 지역에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열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은 세대 주민들에게 전기장판을 제공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이 분석한 이번 사고의 원인은 ‘장기 사용배관’이다. 설치된 지 20년 이상되는 배관으로 일반적으로는 노후 배관이라고 표현한다.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원인이 ‘노후 배관’이다. 지난달 28일 분당구 야탑동 파열로 온수공급 중단, 지난해 3월 분당 이매동 파열로 아파트 2492가구의 난방 공급 중단 등 불안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난방공사가 이번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국 열수송관 2261km 가운데 20년 이상 된 노후관은 총 725km다. 전체의 32% 수준이다. 사고가 잦은 분당은 총연장 251km의 75% 가량인 189km가 노후 열수송관이었다. 분당의 뒤를 이어 강남(54%), 고양(52%) 순이었다. 노후 열수송관이 많은 성남 지역은 사고가 잦아 주민들의 불안도 큰 상황이다.

서은경 성남시의회 의원은 ”지역난방공사 측이 그나마 대처가 빨라 큰 피해는 없었지만, 난방이나 온수 공급이 안 되는 일이 많아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건 사실“이라며 ”워낙 넓은 범위의 열수송관이 노후화한 상황이라 하루빨리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난방공사도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1월부터 ‘열수송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세워 시행해 왔다. 지난 6월 발표한 이행점검 중간 발표에서는 고양 백석역 사고원인과 동일한 용접부 지점 443곳 중 437곳, 3도 이상 지열차 지점은 203곳 중 122곳을 보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열화상 진단주기를 1년에 2회에서 취약(일 1회), 주의(주 1회), 관찰(월 2회), 정산(연 2회)로 나눠 차등 시행, 지자체 CCTV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한 모니터링 플랫폼 구축 등 내용을 담았다.

지난달에는 드론을 활용한 열수송관 점검 강화 대책도 발표했다. 열수송관이 땅속에 있고, 넓은 범위에 분포돼 있는 만큼 드론에 열화상카메라를 달아 취약구간을 발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보다 앞서 ‘열수송관 누수 국민신고 포상제도’를 운영해 누수나 증기 유출을 발견한 뒤 신고하면 온누리 상품권 1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사가 지금 당장 해나갈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상품권 지급이나 드론 순찰 등은 단기 대책에 불과한 만큼 근본대책을 좀 더 면밀히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20~30년 된 열수송관을 지금 당장 모두 교체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교체를 해나가야 한다“며 ”다른 한편에서는 열수송관 사고가 현 시점에 자주 일어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공급자와 사용자라는 시스템 상의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한겨울에 접어들어 날씨가 추워질 때는 압력 변동이 오히려 적어 열수송관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적다고 했다. 아파트 등 건물에 수많은 사용자가 연결된 우리나라의 열수송관 시스템에 비춰보면 초겨울 열을 많이 쓰지 않을 때 사용자들이 필요에 따라 쓰고 닫게 되면서 압력 변동 폭이 커진다.

이 위원 설명을 들어보면 현재는 열수송관으로 보내진 난방수가 소비자 건물에 있는 열교환기에서 열을 전해준 뒤 되돌아가면 소비자가 알아서 관리를 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소비자의 사용 여부에 따라 열수송관 상태가 불안정해진다. 연결 지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결과적으로 아파트 등 소비자 건물의 오래된 밸브 정도만 교체한다고 해도 소비자 시설의 불규칙한 운전에 따른 열수송관 내 압력 변동을 줄일 수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전반적 시스템 점검을 하면 그 이득이 오히려 사업자에게 갈 수 있는 만큼 선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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