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핀란드가 AI시대를 준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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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핀란드가 AI시대를 준비하는 법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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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라는 테크 야수(野獸), 제대로 알아야 잘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미래,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면 미리 대비해야

전세계 스마트 스피커 시장이 본격적인 매출 전쟁에 접어들었다.

가정용 스마트 스피커(smart speaker)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은 2019년 초 AI개인 비서 아마존 알렉사(Alexa) 1억 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에코(Echo)는 아마존이 출시한 제품중 제일 많이 팔리는 품종이며, 아마존 에코닷(Amazon Echo Dot)은 출시 직후 완판 됐다.

여태까지 가정용 인공지능 스피커 매출 실적을 쉬쉬해 오던 것과는 달리 아마존이 그같이 깜짝 실적을 공개한 이유는 아마존-구글-애플 3대 테크거물 업체들의 AI 가전 매출전이 본격적으로 열렸음을 뜻한다.

LG가 2017년 선보인 혁신적 가정 IoT 스마트 홈. Courtesy: LG Electronics.
LG가 2017년 선보인 혁신적 가정 IoT 스마트 홈. Courtesy: LG Electronics.

AI개인비서 시장에서 아마존을 바짝 뒤쫏고 있는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구글 홈(Google Home), 구글 네스트 미니(Google Nest Mini)를 출시해 음성AI 가전 시장에 도전하고 있으며, 애플은 전 애플 스마트폰 및 이동 디바이스에 초기장착된 시리(Siri)와 애플 뮤직(Apple Music) 앱을 합친 홈파드(HomePod) 스마트스피커로 대항하고 있다. 미국 테크 기업들에 맞선 중국에선 테크업체 바이두(Baidu)가 올해 자체 개발한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하고 올 상반기 동안 1300만 대를 팔아 구글의 매출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무리 낯선 사람도 자꾸 접하다보면 정이 들듯 새 개념과 신기술도 자꾸 듣고 보고 접하다보면 익숙해지는 법.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뉴럴네트워크(neural network)’ 같은 낯선 기술 용어에 접한 대중은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

2018년 11월 7일 서울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Future Now' AI 컨퍼런스장 광경 중. (개인 안면 정보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흐리게 처리했음을 밝혀둡니다) 사진: 박진아
2018년 11월 7일 서울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Future Now' AI 컨퍼런스장 광경 중. (개인 초상권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흐리게 처리했음을 밝혀둡니다) 사진: 박진아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도로와 거리 및 골목 마다 설치되어 있는 24시간 감시카메라, 공공시설과 스마트폰 속의 안구 및 안면 인식 기술, 개인 스마트 디바이스의 생체신호 탐지기술은 이제 보안과 편의라는 미명 아래 없으면 불편한 현대사회의 필수 요소가 됐다. 선진국에서 스마트폰과 스마트 소비자 가전이 현대 소비자들의 일상을 정복해가는 동안, 중국에서는 사회신용시스템이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평가하고 통제한다.

현단계에서 소비자 대상 AI기술은 개인용 모바일 디바이스, 스마트홈, 헬스케어 부문에서 소비자 용품의 부가가치 전략에 활용되는 단계다. 미국 가전사 월풀의 스마트 가전 시스템 © Whirlpool Corporation
현단계에서 소비자 대상 AI기술은 개인용 모바일 디바이스, 스마트홈, 헬스케어 부문에서 소비자 용품의 부가가치 전략에 활용되는 단계다. 미국 가전사 월풀의 스마트 가전 시스템 © Whirlpool Corporation

그렇게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사이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 소비자들의 경계심은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인공지능 기술의 정체를 잘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일반 시민들은 물론 정책적 차원에서 신기술 허용・규제 역할을 담당할 정치가, 고위급 정책결정자, 일선 정책담당자들 대다수도 여전히 인공지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하다.

미국과 중국 두 수퍼파워가 주도된 치열한 테크 우위 선점 경쟁 속에서 미국과 중국처럼 거액을 투자할 경제적 여력이나 거물급 테크 기업이 없는 다른 국가들은 어떤 자세로 미지의 AI시대에 임할 것인가?

핀란드 정부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2019년 초부터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엘레멘트 오브 에이아이' 인공지능 강좌 홈페이지. 현재는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로 제공되고 있으나 유럽과 전세계의 호응도에 따라 보다 다양한 언어와 컬리큘럼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핀란드 정부는 말한다.
핀란드 정부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2019년 초부터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엘레멘트 오브 에이아이' 인공지능 강좌 홈페이지. 현재는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로 제공되고 있으나 유럽과 전세계의 호응도에 따라 보다 다양한 언어와 컬리큘럼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핀란드 정부는 말한다.

그같은 인식에서 출발해 핀란드는 올초부터 이 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야심찬 온라인 강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엘레멘트 오브 에아아이(Elements of AI)’라 이름된 이 국민 교육프로그램은 테크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이 기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시스템, 알고리즘, 코딩 기초 등 교양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핀란드는 1990년대 노키아 이동전화기로 글로벌 휴대폰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디자인 기술 강국. 안타깝게도 2000년대 초반 삼성과 애플의 이동통신기기 사고전환과 혁신에서 탈락한 이후로 지금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정부 주도의 정책 구성과 소비자 계몽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고 핀란드 정부는 내다본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ECR 2019(유럽 방사선 학회)에서 AI 기술 기반 X-레이 진단기기를 소개한 삼성전자 부스 #406 (Expo. X4). Courtesy: Samsung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ECR 2019(유럽 방사선 학회)에서 AI 기술 기반 X-레이 진단기기를 소개한 삼성전자 부스 #406 (Expo. X4). Courtesy: Samsung

핀란드 정부는 시행 초기, 총인구중 1%인 핀란드 국민 5만 5천 명을 첫 수강생으로 등록시킨 이래, 현재는 핀란드 국민들 외에도 80개국 9만 여명의 외국인 수강생과 유수 핀란드 기업(노키아, 스토라 엔소 종이 제조업체 등) 직원이 이 무료 강의에 접수했을 만큼 글로벌 규모로 대호흥을 얻고 있다(자료 원천: 헬싱키 대학. 강연 신청 문의: https://course.elementsofai.com/).

테크 기업과 정책기관이 만나는 접점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부딛히고 상충하는 치열한 경계다. 페이스북과 넷플릭스이 사용자에게 푸시하는 추천 엔진에는 광고주의 의도가 담겨 있어 사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론 정책적 차원의 과도한 비즈니스 규제는 테크 산업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한다.

그럴수록 소비자는 제대로 된 정보와 판별력을 갖추고 정부적 차원의 정책과 테크 기업들의 성장 사이에서 조절자 역할을 하며 권리를 행사할 때다. 여전히 AI 기술은 스마트 스피커가 사용자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스마트폰이 설정에 따라 스마트홈 가전을 자동조정 해주는 초보적인 응용수준에 와있다.

AI 기술이 탑재된 칫솔로 홍보된 오랄-B '지니어스 X' 전동칫솔. Courtesy: Oral-B
AI 기술이 탑재된 칫솔로 홍보된 오랄-B '지니어스 X' 전동칫솔. Courtesy: Oral-B, P&G.

그러나 2016년 IBM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대전이 입증한 바 있듯이 AI는 스스로 학습할 줄 아는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인간의 두뇌와 정보를 능가할 날은 올 것이다. 좋든싫든 미래 인간은 세상만사가 인공지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환경의 일부로 포용하며 살게 될 것이며, 인공지능을 배워 알고 있는 자 만이 그같은 테크 미래와 자칫 빚어질지 모를 부작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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