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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노인을 위한 에이징 테크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0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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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 현대 의학과 제약기술의 눈부신 발달 덕에 오늘날 인류는 전에 없이 긴 건강과 장수의 복을 누리게 되었다. 노인(elderly) 혹은 노년(old age)의 정의도 변해서 과거 노인으로 취급되던 60-75세 연령대는 신(新) 중년이라 불릴 정도다. 인생의 황혼기가 길어져 장수(長壽)를 누리는 것은 분명 축하할 일임에 분명하지만 문제는 그 만큼 늘어난 노년 동안 노화로 인한 신체적 장애와 지병과 고통을 앓는 세월도 길어졌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서 노인인구 80%가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지병을 앓고 있고, 노인 인구의 1/5이 치매 환자라고 한다.

리모 건강 스마트워치(Reemo Health Smartwatch)는 간호가 필요한 노인이 가족이나 간병인과 늘 소통할 수 있게 돕는 노인용 컨시어지 기기. 리모 헬스(Reemo Health)사와 삼성 기어(Samsung Gear) 협력으로 개발되었다. © Reemo Health.

과거 인간은 나이가 들어 노쇄해지면 자녀의 가족과 함께 살면서 보살핌을 받았다. 자녀에게 부모부양의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 양로원 생활을 택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요즘은 단둘이 사는 노부부와 이혼 및 사별 후 혼자 사는 독거노인 인구가 많아졌다. 지난 한두 해 전세계 여러 선진국의 복지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정든 곳에서 늙어가기(ageing-in-place, 이상 AIP)’ 컨셉이 크게 유행했다. 비록 신체적으로 노쇠해가며 죽음을 앞두고 있을지언정 자기가 오랜 세월 살던 동네와 집에서 평소처럼 생활하며 정든 가족들과 교류하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어하는 노인의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AIP 컨셉의 골자다.

최근 노년학 전문가나 의사들은 21세기 테크 혁신과 기기가 노인들이 한결 자유롭고 독립적인 노년을 누리는데 유용한 도우미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흔히 노년층은 테크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테크 기기 사용을 꺼려한다는 선입견이 많다. 그러나 사용자편의성(usability)이 고려되어 사용하기에 쉽게 디자인된 테크 제품은 나이와 성별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켜준다. 노인들이 독립적이고 존엄한 노년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는 기초 필수 테크 제품들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인공지능 진공청소기 로봇과 잔디깎기 기계
로보틱스와 인공지능 기술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 두 첨단 기술을 결합한 인공지능 자동청소기는 오늘날 여러 가정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사용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미래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올법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집안청소를 하고 가사일을 돕게 될 날은 아직 더 기다려야 실현될테지만, 로보틱스와 인공지능을 겸비한 자동진공청소기는 이미 우리곁에 가까이 다가와 일상에서 이용되고 있다. 프로그래밍된 정해진 시간 마다 스스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이는 ‘룸바(Roomba)’와 무선 자동 잔디깎기 로봇은 노인이 사는 생활공간을 청결하게 유지시켜 준다.

iRobot 사의 룸바(Roomba) 인공지능 진공청소 로봇. Image courtesy: iRobot.

홈 센서 알람
스마트홈과 IoT 기술 혁신은 노부모와 떨어져 살거나 늘 보살필 시간이 부족한 바쁜 자녀들에게 유용할 수 있다. 예컨대, 한 네덜란드 스타트업이 개발해 상용화중인 ‘센사라(Sensara) 홈 센서 시스템’은 특히 노년인구 증가 추세를 간파해 디자인되었다. 노인이 사는 가정 여러곳에 설치된 무선 모션센서가 노인의 거동, 움직임 횟수, 이상동작 등을 감지하여 성인 자녀들의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전송해준다. 센사라 홈 센서를 이용하는 노인 사용자는 이 홈 센서가 CCTV 감시용 카메라 속에 찍히는 것처럼 사생활 침해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녀들이 늘 보살피고 있다는 안정감을 준다고 평가한다.

센사라 홈 케어(Sensara HomeCare) 시스템은 집안 곳곳에 센서를 설치하여 노인의 거동과 신체징후를 감지한다. 월 15유로 월정지불제(초기 설치비와 센서 세트 가격 별도)로 제공되며 아직은 유럽 시장에서만 판매중이다. Image courtesy: Sensara

보조공학과 유니버설 디자인의 만남
특히 병을 앓는 노인들은 사소한 동작실수로 중대하고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기 쉽다. 스마트 기술이 뒷바침된 커넥티트 홈 기술을 이용한 보건 테크는 특히 병고에 시달리는 노인을 위한 디자인에 유용한 기술이다. 집에서 치료받기를 원하는 노인 병자들을 위해 요즘 구미권의 의사들은 필립스(Philips)의 ‘라이프라인(Lifeline)’ 응급 알람 시스템을 권장한다. 팔찌형 웨어러블을 착용한 노인 환자의 일거수 일수족 신체활동과 맥박, 호흡, 체온, 혈압, 혈당 등 생명 징후를 감지하여 담당 의사와 가족친지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고, 사고나 이상징후가 감지되면 의사와 가족이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경고하는 것이 주기능이다. 현재 약 백만 명의 미국 노인들이 사용하고 있다.

필립스가 개발한 라이프라인(Lifeline) 의료경보시스템은 상시 건강상태를 점검해야하는 고령 노인환자를 위한 의료기구다. Courtesy: Philips.

치매 노인을 위한 GPS 신발과 스마트 깔창
웨어러블 디자인, 인체감지 센서, GPS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운동화는 치매를 앓는 노인의 신체활동과 위치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매 10분 마다 가족이나 간호자의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트래킹 기능을 하며 총 활동에 대한 세부수치정보와 분석을 산출하여 보여주는 웨어러블 디자인이다.

GPS 스마트 신발 깔창(GPS SmartSole®)은 외출시 자주 길을 잃는 치매노인환자를 위한 '눈에 띄지 않'는 젊잖은 '웨어러블' 제품이다. Image courtesy: GPS SmartSole®

정겨운 가족・친구와의 유대
노인에게도 가족과의 유대감과 친구와의 사교활동을 통해 느끼는 정서적 행복은 중요하다. 실제로 활발한 원만한 가족관계와 사교활동을 유지하는 노인일수록 건강하고 오래산다는 통계도 있다. 젊은이층 사용자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장년 회원수 증가를 새삼 경험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최근 노인 인구가 가장 널리 자주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다.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는 노인도 인터넷을 사용하며 자기생활을 독립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가족과 친구와 근황과 소식을 공유하면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란차베키아 + 와이 2인조 디자인팀이 2012년 디자인한 '투게더 노인용 생활 지팡이(Together Canes)'는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노인 2.0세대를 위한 이동식 테이블 겸 지팡이(I-cane).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혼자서 집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Courtesy: Lanzavecchia + Wai.

노인들은 노년을 젊었던 과거시절과 다른 인생 단계라 보려들지 않으며 스스로를 노인이라 인정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노년에도 ‘변함없는 자아’를 가진 인격체로서 노인을 존중할 수 있는 테크가 일반성인을 위한 테크와 노인을 위한 테크를 구분해 다루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테크계에는 노인을 위한 테크 제품 개발과 디자인을 위한 기술력은 충분하다. 테크계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은 보통 성인이나 젊은이를 사용자층으로 겨냥한 제품을 개발한다. 그리고 본래 일반 젊은 성인을 겨냥해 개발・디자인된 21세기 테크 혁신과 기기는 얼마든지 노인에게도 신체적・정신적 웰빙에 기여할 수 있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feuillet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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