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코로나19 이후 사무실 공간은 어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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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코로나19 이후 사무실 공간은 어떤 모습?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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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직장인 사무직의 새 업무 환경 혁신 모색하는 부동산 컨설팅 업계
업무 효율성과 보건・웰니스 사이 균형 찾기가 관건
열쇠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한정된 사무공간 사이 딜레마를 조정해 줄 디자인 혁신에

신종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둔화세로 접어들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으로 대기업 사무실들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3월부터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대기업들은 이미 5월 첫 주를 기점으로 업무 정상화에 들어갔고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등 IT기업들도 5월초 황금연휴 직후 출퇴근 재개를 채비하고 있었지만, 새 확진자들이 근무했던 회사 건물을 폐쇄하고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다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위워크 등 벽과 칸막이를 없애 소통과 협업을 장려하다며 유행했던 개방형 오픈오피스 디자인이 위기에 봉착했다. Photo: Knotel London.
코로나19를 계기로 소통과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벽과 칸막이를 없앤 개방형 오픈오피스 디자인이 위기에 봉착했다. Photo: Knotel London.

재택근무(telecommuting)는 이미 창조자유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전혀 새로운 업무 형태는 아니며,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기업조직과 기관들은 재택근무로도 무리없는 업무처리가 가능함을 직접 경험했다. 특히 今정권들어 중요한 생활 가치로 떠오른 ‘워라밸(Work-life balance) 컨셉의 확산으로 특히 IT 기업과 대기업은 주4일 근무제나 유연근무제 등을 실험적으로 실시해왔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등 특히 IT 기업들이 재택근무제나 유연근무제로 능숙히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같은 사전 연습이 도움이 됐다.

한국이 코로나 안정세 속에서 4월 말~5월 초 직장인들의 사무실 복귀, 학생들의 재등교, 거리 중소상권의 재활기에 부풀어 채비하고 있던 사이, 유럽과 미국에서도 국가별・지역별로 단계적인 봉쇄령 완화에 들어갔다.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가 가장 먼저 4월 중순부터 거리 소상공업자의 매장 영업을 허용하기 시작해 그 주변국들도 조심스럽게 유사한 조치로 뒤따랐다. 그러나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타인에 대한 공포심으로 인해 여전히 일상생활과 경제적 활기는 코로나19 이전 상태의 정상적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일반화될 미래 물리적 사무실 건물의 상징성과 기능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Photo: Alec Favale. Source: Unsplash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일반화될 미래, 물리적 사무실 건물이 지닐 상징적 의미와 기능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Photo: Alec Favale. Source: Unsplash

한편 영국의 경우, 5월 10일 보리스 존슨 영국 수상의 대국민 담화에서 6월 말까지 현 봉쇄(lockdown) 상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엄격한 위생 규칙을 준수한다는 조건 하에 중소규모 개인사업자들의 부분적인 재영업을 허용한다. 여전히 꼭 일터에 가지 않고도 업무수행이 가능한 - 특히 사무직 종사자 - 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을 자제하고 재택근무를 할 것이 강력히 권장된다. 사무직 직업인들이 다시 안전하게 사무실 출퇴근을 할 수 있기까지 정부의 구체적인 안전 가이드라인 구축과 기업 고용주들의 실행 준비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커시먼앤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가 제안하는 안전한 사무실 재개방을 위한 ‘6피트 오피스 가이드라인’의 6대 안전 수칙. 1) 건물 위생 및 안전 조사 2) 근무자 파악 및 업무지시 채비 3) 출입자 통제 4) 사회적 거리두기 5) 터치포인트 최소화 6) 직원들과의 투명하고 원활한 소통과 신뢰구축.  Image: Recovery Readiness, Cushman & Wakefield.
글로벌 부동산 자산 자문 기업 커시먼앤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가 제안하는 안전한 사무실 재개방을 위한 ‘6피트 오피스 가이드라인’의 6대 안전 수칙. 1) 건물 위생 및 안전 조사(표지 및 시니지 디자인) 2) 분명한 근무자 파악 및 업무지시 채비 3) 엄격한 출입자 통제 4) 사회적 거리두기 5) 신체 접촉이 이뤄지는 '터치포인트' 최소화 6) 직원들과의 투명하고 원활한 소통과 신뢰구축. Image: Recovery Readiness, Cushman & Wakefield.

그 사이를 틈타 글로벌 기업과 사업체들은 벌써부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할 새로운 일터, 사무실, 공공 공간 솔루션과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부동산 자산의 금융화 시대인 현재, 특히 해외 부동산 자산 컨설팅 기업들이 주도돼 오피스를 테크가 매개된 전염병 이동경로 추적 및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축적・수치화해 스마트 인력관리를 실행하는 디지털 실험소로 전환시킨다는 비전이다. 기업과 정부 조직체의 사무실 업무 공간은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다수의 직원들의 일사분란한 업무 수행이 이뤄지는 '집행 시스템(system) 공간'이란 20세기적 흘러간 시대의 사고방식에 안녕을 고할 때가 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상점, 공장, 작업실, 사무실 등 모든 일 공간의 업무 환경을 관통하는 새 규범은 사회적 거리두기다. 다국적 부동산 컨설팅 기업인 CBRE의 밥 설렌틱(Bob Sulentic) 최고경영자는 포스트 코로나19 이후의 사무 건물 내 허용 수용인구는 기존의 50%로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관리가 사무공간 관리의 핵심 쟁점이 떠오를 것인 만큼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은 우선 건물 출입구, 엘리베이터 배치, 복도와 통로 공간 디자인의 대폭적 혁신과 더 철저하고 전문적인 청소와 살균소독 관리를 제공해야만 부동산 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셀렌틱 사장은 분석한다.

CBRE가 제안하는 코로나19 시대의 오피스 가구 디자인. 동료 간 의자 거리를 넓히고 서로 등을 대고 앉도록 배치하고, 가구의 모든 표면은 견고하고 청소에 용이한 라미네이트 소재로 마감한다. 회의나 협업용 공용 테이블을 없애고 작은 간이 탁자로 동료간 물리적 거리를 구축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Image courtesy: CBRE.
CBRE가 제안하는 코로나19 시대의 오피스 가구 디자인. 동료 간 의자 거리를 넓히고 서로 등을 대고 앉도록 배치하고, 가구의 모든 표면은 견고하고 청소에 용이한 라미네이트 소재로 마감한다. 회의나 협업용 공용 테이블을 없애고 작은 간이 탁자로 동료간 물리적 거리를 구축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Image courtesy: CBRE + ROI Office Interiors.

타인과 최소 2미터 간격 두기, 구내 식당이나 강연실 등 인파로 북적대는 공간에서 타인과 접촉 피하기, 여럿이서 공용 책상을 번갈아 사용하는 일명 ‘핫데스킹(hot desking)’ 금지, 회의 및 강의용 화이트보드나 프린터 사용 금지, 엘리베이터나 복도 등 좁은 공간에서 소수 통행, 안전규정 시니지(signage) 표식 준수, 커피 나 흡연 휴식 등 업무 이외 비필수적 사교활동 금지 등 직장인들은 앞으로 물리적으로 서로서로 더 멀어지는데 익숙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점진적인 업무 재개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 특히 뉴욕 월가와 사무실 밀집 구역에서는 테크를 응용한 보다 밀착된 감염 대책을 검토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5월 5일 자 “웰컴백투더 오피스...”라는 기사가 보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인간 대 인간의 물리적 접촉을 가급적 제거하는 접근방식이라면, 대도시 기업체들이 활용을 앞두고 있는 테크적 접근법은 사무실 입구 체온측정 카메라, 직원들의 스마트폰 모바일 앱, 직원 행동반경 추적 및 소통 접촉자 분석하는 직원 감시 체제가 될 것이라 한다.

PwC가 사내 직원용 코로나 전염방지 용도로 개발한 'Check-in' 앱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술 응용한다. Courtesy: PwC.
PwC가 사내 직원용 코로나 전염방지 용도로 개발한 'Check-In' 앱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술 응용하며 스마트 인사관리 도구로 클라이언트 업체를 상대로 판매중이다. Courtesy: PwC.

그런 예로, 다국적 회계감사 기업인 PwC는 이 사내용 '체크인(Check-in)' 코로나 직원 관리 앱을 개발해 사용중이며 50여 기업체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 앱의 유용성이 입증되면 본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예방과 분석을 목적으로 했던 이 앱은 훗날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이 사라진 이후에도 직원 관리용 도구로서 영구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는 수치로 측정되어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기업도 등장할 것이다.

군중 속에서도 열이나 기타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을 지닌 사람을 판별해 낼 수 있는 AI 기반 ‘피버’ 고속 체온검사 시스템은 개인용과 기업용으로 판매중이다. Image: Feevr.
군중 속에서도 열이나 기타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을 지닌 사람을 판별해 낼 수 있는 AI 기반 ‘피버’ 고속 체온검사 시스템은 개인용과 기업용으로 판매중이다. Image: Feevr.tech.

그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직원의 건강상태와 병력 등 개인 의료정보를 인사관리에 활용하는 방식도 제안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개인정보 보호 및 IT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옥타(Okta)는 이 회사 사무실에 물리적 출퇴근을 원하는 또는  출퇴근이 필수적인 직원은 반드시 체온과 의심증상을 매일 사내 앱을 통해 보고해야만 사무실 건물에 출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인도 뭄바이에 자리한 위워크 스펙트럼 타워 지점의 실내 광경.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부동산 시장은 새 사무공간 실험을 하기 좋은 테스트마켓이다. 위워크는 중국에서 실험중인 냉난방・환기・공기조절 기술을 전세계 지점에 응용해 위생적인 업무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Courtesy: WeWork.
인도 뭄바이에 자리한 위워크 스펙트럼 타워 지점의 실내 광경. 서구에 비해 사생활 보호법이 느슨한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는 새 사무공간 실험을 하기 좋은 테스트 마켓이다. 위워크는 현재 중국에서 실험중인 냉난방・환기・공기조절 기술을 전세계 지점에 응용해 위생적인 업무공간을 운영할 수 있다고 기약한다. Courtesy: WeWork.

고용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 사무공간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현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을 따르려면 정해진 사무공간 내 개인간 거리를 넓혀야 하기 때문에 기업 사무공간은 기존 피고용자의 절반 수만이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진퇴양난에 봉착해 있다. 그런가하면 봉쇄령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위워크 같은 공유오피스 사업이 일시적인 난관에 직면해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문화가 장기화되고 더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기업과 조직체들은 고가의 사무실 대여 및 위생관리로 추가 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공유오피스 공간을 활용해 급변하는 불확실한 미래 업무 환경에 대응하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고 CBRE 측은 낙관한다. 단, 이제까지와 다른 실내 업무 공간 디자인 혁신이 이루어진다면 말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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