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영 前 국방장관, "지소미아 종료는 美인도·태평양 전략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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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영 前 국방장관, "지소미아 종료는 美인도·태평양 전략 타격"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1.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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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소미아 종료는 美인도태평양 전략 타격 의미"...한미동맹에도 영향 불가피
- "힘없는 평화가 어딨나...한미일 공조 강화해야"
- "반미.반일 앞세우면 안돼...유사시 동맹을 도와야 동맹도 우리가 필요할 때 도울 것"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4일 국회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북대화는 중단됐고 한미일공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북한·중국·러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군사와 안보에 관해 군내외의 신망이 두텁기로 손꼽는 김태영 전 국방장관에게 당면한 안보 현안과 대외 정책에 대해 길을 물었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지소미아 정식 종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대로 종료되면 문제 없나?

한일간 무역갈등을 안보영역으로 확대한 한국정부의 조치로서 미국의 개입을 유도해 한일갈등 해소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이는 일본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조치라고 본다.

지소미아가 정식 종료된다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지소미아 문제는 동맹인 미국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조치다. 미국의 개입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믿었다면 경솔했던 판단이다.

한일 관계 이대로 좋은 것인지

한일 갈등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손해지만 한국의 손해가 더 크다고 본다. 안보라는 관점에서 북·중과 맞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다. 일본은 후방지원을 맡고 있는 나라다.

퇴로 없이 일본과 맞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익은 감정으로 챙길 수 없다.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동맹 전반에 대한 견해를 달라.

한미동맹이 굳건하기를 바라지만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우선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한 문제다. 특히 우리정부가 전시작전권 전환을 강제하거나 서두르면 한미동맹의 붕괴가능성도 우려된다.

우리는 6.25 (한국전쟁)이후 베트남 파병을 제외하면 실전경험이 없다. 70여년 가까이 실전경험이 없는 나라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실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지휘한다면 동네 축구 경험으로 프리미어 리그 팀을 감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평시작전권은 주권의 문제로 판단해도 좋지만 전시는 사활의 문제로 봐야 한다. 조금이라도 승산이 높은 쪽에 걸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방위비협상이 잘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만일 협상이 잘 안돼서 방위비 분담액이 큰 폭으로 늘었을 때 이를 불순한 세력이 반미분위기를 조장하는데 악용하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과 전망은?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과거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을 개발한 나라들이 있다.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이란이 그렇다. 그 나라들은 여전히 핵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정권의 사활을 걸고 핵을 개발했다.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중국의 은밀한 지원으로 북한은 (비핵화 없이)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과정에서 북한을 자기편으로 육성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안보의 핵심 키워드로 꼽을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낸 레이 클라인(Ray S.Cline) 박사는 국력은 인구·영토 등 잠재력과 경제력 그리고 군사력 등 유형요소와 국가전략과 국민의지의 무형요소로 결정된다고 했다. 그는 유형요소도 중요하지만 무형요소를 더욱 중요하게 평가했다.

안보의 핵심은 국가 전략과 국민 의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어떤 국가전략과 국민의지가 있는지 안보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이는 정치 리더쉽의 문제다. 국가의 비젼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 시켜나가는 리더쉽이 있어야 국가전략도 일관성을 회복하고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의지가 강화된다. 

북한의 핵능력이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는지?

다른 나라들이라면 그렇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입장으로는 심각한 위협이다.

현재 가진 북한의 핵만으로도 전 국토가 초토화될 수 있다. 전시라면 (핵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타 즉,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최근 남북관계는 현정부 출발선과 비교해 볼 때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다는 견해가 있다. 평가해달라.

출발선을 생각해보면 북한은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를 하면서 핵과 미사일 전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UN안보리의 대북 제재조치가 나왔고 여기에 중.러가 참여해서 북한은 고립된 상황이었다.

지금 북한 김정은은 국제사회에 주요 인물이 됐고, 미국을 비롯해서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북한과 대화를 하자고 한다.

반면에 우리는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조차도 우리와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9.19군사합의를 주요 성과로 꼽는 것 같은데, 군사적 도발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DMZ와 동.서해 지역의 교전 가능성도 이전에 비해 줄었다.

하지만 10개의 GP를 제거하고 감시체계가 제한되게 됐다. 지뢰도 제거했다. 한마디로 기습공격에 취약하게 됐다.

이미 북한은 태도를 급변했다. SLBM 발사 시험을 하고 대형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당시 약속했던 이산가족 상봉, 개성소재 남북 연락사무소, 남북 공동 유해발굴, JSA구역 자유왕래, 군사공동위원회 등 주요 합의 사항들이 모두 중단됐다.

이에 비해 한미 연합훈련은 거의 하지 않고 있고 대통령임기내 전작권전환과 유엔사 역할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약화된 데 더해 병 복무기간 단축 등 국군자체의 방어 능력도 실질적으로 약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평화체제 구축의 명분은 좋지만 힘이 없는 평화는 오래갈 수 없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축으로 강조되고 있다. 한국의 역할이 무엇인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 중·러 협력관계 강화, 북한의 핵능력 확장 등 대륙세력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는 미국이 추진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공산화를 거친 독재국가들이 대륙세력이라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해양세력에 속했다. 그 한가운데 한반도가 있고 절반이 우리다. 우리는 성격이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일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일본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8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목숨을 바쳤다. 우리는 베트남전 이후 동맹국인 미국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 미국이 파병을 요청할 때마다 시간을 끌고 비전투지역만 골라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유사시 미국이 우리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는 것은 우리가 미국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중국·러시아가 동맹을 체결한다는 소식이 나올만큼 양국관계가 강화되고 있고 북한은 중국과 밀월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가 이에 대응할 만큼 충분한가?

미일 동맹은 굳건하다. 그런데 한미연합작전체제는 전작권 전환과 미래사령부 추진 등으로 불안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한일관계도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갈등상황이다.

우리사회에는 ‘반미·반일’ 구호를 앞세우는 세력들이 있고 여기에 집권층이 무책임하게 편승하는 조치가 문제를 만들었다고 본다.

북중러 체제는 강화되고 한미일 공조는 약화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김태영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 약력; 육사 29기, 군복무(1973년~2009년), (예)육군대장,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의장, 제42대 국방부장관을 지냈다.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 문희상 의원조차 "잘된 인사"라고 했을 만큼 청렴하고 모범적인 인품으로 주변의 신망이 두텁다고 알려져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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