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천식 전 차관, "한미동맹은 사활적이익...지소미아 종료 국익에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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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천식 전 차관, "한미동맹은 사활적이익...지소미아 종료 국익에 도움 안돼"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1.0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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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대화 참여 120여 차례, 통일정책분야 최고 전문가..."북한 비핵화 어렵지만 가능해...새로운 방법 등장할 것"
- "한미 동맹은 우리에게 사활적 이익...한일관계 개선돼야, 지소미아 종료 국익에 도움 안돼"
- 안보의 핵심 키워드 "自强'..."스스로를 지키겠다는 힘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난 데 이어 지난 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이 결렬됐다.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한일관계도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식종료가 22일로 예정됐다. 

통일과 대북정책분야의 실무경험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김천식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에게 당면한 안보 현안과 대북 정책에 대해 길을 물었다. 

김천식 이화여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김천식 이화여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지소미아 정식 종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대로 종료되면 문제 없나?

결론부터 말하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는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일본이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로만 보면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후 국방 당국은 지소미아가 우리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종료 결정전에는 외교 안보 책임자들이 대체로 이것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를 지속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군사정보는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과 그것을 맺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데 여러 가지로 얽혀있다.

지소미아가 체결된 배경에는 미국의 강한 요구도 있었다.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데 한미동맹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일본은 한미동맹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도 일본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소미아가 결국은 한미동맹 강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지소미아 종료결정에 대해 미국이 강력하게 반발한 것은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미국은 그 당시에 국무부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우려와 실망을 표명하며, 이 결정이 미국과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며, 문재인 정부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은 동북아 안보 도전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국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미군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미국의 당국자들은 지소미아가 한미일에 도움이 되며, 한국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바꾸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지소미아를 폐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중국도 같은 입장이었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결정에 대해 즉각적으로 환영하는 듯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지소미아 종료가 북한과 중국에게는 유리한 결정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다.

정부로서는 한번 결정한 일을 번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소미아가 단순히 군사정보 교류라는 기능적인 면만 가진 것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정세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략적 위상을 정립하고 국정의 방향과도 관련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한일 관계 이대로 좋은 것인지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이라고 지적한다. 한일관계가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맺어왔는데 현재와 같이 전방위적으로 상호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는 없었다.

우리나라가 이웃나라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그래도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적 의존관계가 깊은 일본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좋은 일은 아니다.

특히 일본은 현실적으로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데 후방기지 역할을 한다. 이런 나라와 우리가 긴장관계에 있다면 우리의 안보에 해롭다. 그래서 과거사 문제와 관계발전 문제를 분리하여 대응하고, 정경분리를 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같이 맞물려 한일관계를 악화시켰다. 이것을 다시 풀어 한일관계를 긴밀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도 좋고 지역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일왕 즉위식에 축하사절로 간 이낙연 총리가 한일관계의 복원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한일관계를 바람직하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일본도 강국이고 대국이지만 우리나라도 강국이고 대국이 됐다. 우리가 과거의 식민지로서 말할 수 없는 수모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철저히 인식하고 경계하되 거기에만 매달려 양국관계를 해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이제는 일본과 대등한 당사자로서 협력하며 국익을 챙기고 동북아 안보질서를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동맹 전반에 대한 견해를 달라.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초하고 있다. 1953년이후 현재까지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한미동맹이 있음으로 인해서 전쟁이 억제되고 한반도의 안정이 유지됐다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변국은 물론 북한까지도 인정한다.

그런데 한미동맹은 군사적 측면에서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2차대전 후 신생국으로서는 유일하게 선진국에 올라선 나라다. 대부분의 신생국들이 지금도 여전히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우며 독재가 심하고, 어떤 나라는 망했다.

우리나라는 성공하고 다른 나라는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어떤 길을 선택했느냐의 차이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개방체제를 선택했고 이러한 길을 꾸준히 걸어왔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됐다.

신생국들이 엉망이 된 이유는 사회주의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는 그 종주국도 망한 길이었다.

한미동맹은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했고,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서 이탈하지 않고 성공하도록 뒷받침하는 힘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미동맹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국가전략이다. 한미동맹을 탄탄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동맹을 지속가능하도록 잘 유지하려면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이익에 기반해야 한다. 한미 동맹조약은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상호 필요할 때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우리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미관계를 보면 그렇게 긴밀한 것 같지 않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우리 정부는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고, 6월 판문점에서의 문 대통령을 제치고 미북 두정상만 회담을 한 것도 한미관계가 튼튼하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과거에는 한반도 문제를 북한이 미국과 협상하려해도 미국은 그것은 남북한 간의 문제라고 거부했습니다. 지금 한국이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배제돼도 미국은 한국을 배려하는 것 같지 않다.

작년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라는 중요한 결정도 한미간에 사전에 협의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주한미군의 주둔과 한미동맹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북한은 핵무기를 활용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자 하는데 이것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염려된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그들의 국가전략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중국의 기술패권 저지를 위한 노력에 흔쾌히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고,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협조가 미흡하다.

미국은 지소미아의 연장을 강력하게 주문했는데 이를 종료하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최근 이수혁 주미대사도 인정한 바와 같이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다고 본다. 게다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큰 이익을 보면서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 즉 고립주의를 주장하고 있고 돈으로 동맹을 평가하려 합니다. 한미 간의 골이 깊어진 것은 외교가 잘못된 것이다. 이런 외교도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한미동맹은 우리로서는 사활적 이익이지만 미국으로서는 선택적 이익이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 양국이 다 한미동맹을 필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힘이 있어야 하고 한미 간에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며, 가치 동맹으로서 상호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과 전망은?

북한 핵을 해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제까지 북한 핵을 해결하지 못한 것은 북한은 핵을 보유하기 위해서 치열했는데 북한 핵을 해결할 책임이 있는 미국과 중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이 지금이나 30년 전이나 기본적으로 변함없이 똑같다. 그런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즉 신뢰구축을 통한 해결, 경제적 보상을 통한 단계적 해결 방법인데 핵을 가진 어떤 나라도 그런 방법으로는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

북한으로서는 체제 생존을 위해 핵을 개발해 왔기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방법으로 접근하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난 2.28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북한은 핵을 가진 상태로 경제건설을 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즉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회담의 결렬을 선택했다.

지난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도 이러한 쌍방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 것 같다. 김정은은 핵을 보유한 채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는데 미국은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다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북한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중간 단계의 협상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방식은 우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고 본다. 시간이 더 지나면 다른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안보의 핵심 키워드로 꼽을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자강(自强)’이다. 안보는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를 스스로 지킬 의지를 갖고 그러한 힘을 기르며 그러한 전략을 운용할 수 있는 체제와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피를 흘려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러한 능력을 갖춰야 진정한 자주독립국가가 될 수 있다. 스스로 나라를 지킬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동맹도 의미가 있다.

우리와 같은 지정학적 환경에서는 동맹도 중요하다. 세계의 제국들이 각축하고 넘보는 한반도를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힘이 가장 중요하지만 동맹을 통해 세력균형을 이룩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미동맹은 한민족의 독립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장기 전략으로 필요하다.

▲북한의 핵능력이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동의하는지?

북한 핵능력이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북핵 능력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은 어렵다. 북한이 다 공개해도 그것을 신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능력 평가가 편차가 많고 신뢰가 떨어진다.

다만 객관적으로 북한이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다시 실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핵탄두를 완성했고, 그것은 200kt정도의 위력을 갖는, 즉 히로시마 핵폭탄의 10배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는 것은 객관적으로 증명됐다고 보인다. 설령 그 정도의 위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핵탄두는 완성됐고, 핵탄두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 자체로서 우리에게 엄청난 위협이다.

운반수단의 개발도 ICBM을 시험할 정도로 진전됐고, 중단거리 미사일은 완성됐습니다. 그것으로 한국과 일본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도 객관적 사실이다.

그것이 지금 실전배치 상태로 들어간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시험 발사한 것으로만 보면 완성단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핵공격에 대해 자체 방어능력이 없는 우리로서는 현재의 북한의 핵능력만으로도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안이하게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남북관계는 현정부 들어 들인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성과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원래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고 남북한 간의 신뢰를 구축하며 관계를 개선해서 통일에 가깝게 가고자 노력한다. 그 진정성은 의심할 바 없다. 역대 모든 정부가 그랬다.

정부로서는 잘 하겠다고 약속하고 잘 돼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한 것은 그 자체로서 의미 있지만 정작 평가받아야 할 것은 성과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녹록치 않다.

북한의 핵위협은 더 심각해졌다. 우리가 들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폐기를 위한 어떠한 행동도 취한 바 없다. 북한은 핵무기를 완성했고, 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해서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했다.

금년에는 북한이 우리의 방어수단으로는 막아낼 수도 없다는 신형 미사일들을 쏘아대며 맞을 짓을 하지 말라고 위협하고 있다. 핵탄두가 완성됐고, 그것을 실어 나를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는 북한의 핵위협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셈이다.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세차례의 미북정상회담, 다섯차례의 중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무색해졌다.

남북한 간의 신뢰를 찾아볼 수 없다. 여러 가지로 따질 것도 없이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겁먹은 개’라고 비하하고, 남북간에는 이제 상종하지 않겠다고 대화를 거부하며, 금강산의 남측 시설들을 쓸어내 버리라고 한다. 더 이상 무슨 말로 남북간의 불신을 표현할 수 있겠나?

더 심각한 문제는 한반도 외교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 외교가 북핵 문제에 집중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핵을 손에 쥔 당사자들끼리 주도하고 있으며, 핵이 없는 한국은 가장 크게 위협받는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북핵 외교에서 배제되고 있다. 미·중·일·러 등 주변국이 남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북한의 핵무장 완성 전후로 달라지고 있다. 우리의 위상과 발언권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외교 노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권과 독립된 기구에서 관장해야 일관성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실천 방안이 있나?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방안이다. 현실적으로 외교 안보 내정이 모두 융합되어 돌아간다. 대북정책만을 독립시켜서 독립된 기관에서 추진할 수 없다.

또한 정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장담할 수 없다.

독립된 기관에서 국가 운명과 직결되는 대북정책을 추진한다고 할 때 그 독립된 기관의 권력은 어디에 근거한 것이고, 그 기관의 중립성은 무슨 기준으로 보장할 것이며, 민주적 통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통일정책은 대통령이 국민의 위임을 받아 헌법과 법률에 기초해서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입법적 사법적 견제와 통제를 받는 것이 맞다. 그것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 것이다.

대북정책을 독립된 기관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북정책을 정권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즉 정권에 따라 진폭이 크고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지향점은 다 같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부가 남북관계를 나쁘게 하고 싶을 것이며, 어느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지 않겠나?

정권에 따라 대북정책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보는 것도 탁상공론이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그것을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보면 북한에 대해서 가장 친화적인 정권이지만 현실적으로 남북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성과들은 역대 정부에서 가장 적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탓이라고 하겠나? 정세가 그렇게 돼 있다.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도 물론 모두 정세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정세였다. 모든 정권이 잘 하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나 국제정세가 그것에 따라주지 못한 경향이 있다. 그 정세는 우리 정부가 움직일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매우 큰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오해다.

대북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미관계 강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일반적으로 대북정책을 가장 잘했다고 평가받는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잘하려면 한미관계가 긴밀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제일 원칙으로 튼튼한 안보를 내세웠다. 안보가 불안하면 어떠한 대북정책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안보태세가 흔들리면 경제교류나 경협의 정당성이 무너져 버린다. 그것을 무시하고 경협을 추진할 정부는 없다.

북핵 문제가 부각된 이후 남북관계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핵으로 인해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는 현실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그러한 굴레를 쓰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정책을 개발해서 추진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통일에 다가서는 것이라고 본다. 통일의 길은 다양하니까.

 

김천식 이화여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김천식 이화여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김천식 이화여대 초빙 교수 약력; 전남 강진, 서울대 정치학과, 행시 28회, 북한학 박사, 통일부에서 남북회담운영부장, 교류협력국장, 통일정책실장 및 차관을 역임했으며 최고의 통일정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법, 남북관계발전법, 통일교육지원법 등을 기초하고 추진해 통일정책의 기틀을 잡았다.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에 통일부 정책총괄과장으로 배석해 6.15남북공동선언을 작성하는데 참여하는 등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 때부터 퇴임시까지 120여 차례 남북대화에 참여했다. 

퇴임후에는 서울대, 우석대, 이화여대 등에서 연구와 강의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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