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 역대 첫 방문 "문재인 대통령, 네이버 행사 참가 '부적절'...여론 조작 논란 시국에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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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 역대 첫 방문 "문재인 대통령, 네이버 행사 참가 '부적절'...여론 조작 논란 시국에 실수"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10.2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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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사태·설리 비보...실시간 검색과 댓글 조작 논란 있는 포털 기업 방문 '부적절'
- "전통적 산업을 이끄는 기업 방문과 포털 기업 방문은 성격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네이버를 방문해 인공지능(AI) 분야를 새로운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자동차·삼성전자·LG전자·포스코 등 전통적인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을 방문한 대통령은 많았으나, 포털 회사를 방문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이다.

정계에선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국 사태 등 ‘여론 조작’의 논란이 있는 대표적 포털 회사를 현 시국에 방문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부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던진 '인공지능'(AI) 화두에 화답한 것이라는 견해까지 나온다.

정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태부터 최근 조국 전 장관 논란까지 포털과 정권의 유착관계에 대한 국민적 의심이 증대된 상황에서 네이버를 방문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며 “정부 계획을 민간 기업 행사에서 발표한 것도 실수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가수 설리 비보 등으로 인해 악성 댓글을 관리하지 못하는 포털의 비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댓글 조작에 대한 의혹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을 국민들이 왜곡해서 받아드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은 안타까운 지점”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8일 열린 네이버 '데뷰 2019' 행사장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네이버랩스의 '미니치타' 로봇 설명을 듣고 있다. [네이버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8일 열린 네이버 '데뷰 2019' 행사장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네이버랩스의 '미니치타' 로봇 설명을 듣고 있다. [네이버 제공]

재계 관계자도 “최근 IT기업은 모두 인공지능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인데, 포털 회사인 네이버를 방문해 정부 계획을 발표한 것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삼성전자 등 제조 위주의 기업을 방문한 것과 이번 네이버 방문은 다른 성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네이버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데뷰 2019'에 참석해 AI 기술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 산업 육성 지원, AI 교육 기회 제공, AI 정부 토대 마련 등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관 주도 행사가 아닌 민간 기업이 개최한 행사에서 정부 계획을 발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네이버를 방문한 첫 대통령이란 점도 정계의 다양한 논란을 야기한 지점으로 작용했다.

또 다른 정계 관계자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행사 프로그램에 사전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한 이유도 이 같은 논란의 의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네이버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조국'과 '설리' 파문을 겪으면서 포털업체들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댓글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여론 조사 기관 엠브레인이 최근 이용자 115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한 결과, 실시간 검색어 관리의 주체로 '포털 서비스 사업자'를 꼽은 응답이 34%로 가장 많았고, '제3의 민간기구'가 31%, '관리 불필요'는 28%, 정부는 7%였다.

관리의 주체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나온 것은 그만큼 현재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시간 검색어 폐지에 대한 5점 척도로 묻는 문항에서도 '폐지해야 한다(2.67점)', '여론을 왜곡하므로 이 서비스를 더 이상 운영할 필요가 없다(2.82점)' 등으로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는 이 같은 논란에 적극적 대응했다. 포털서비스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하고, 카카오톡 내 샵 검색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한다. 인물 키워드에 대한 관련 검색어 또한 연내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왼쪽)와 여민수 공동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왼쪽)와 여민수 공동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에서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네이버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아직 특별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포털 이용자들이 실검 서비스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데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어 당장 카카오처럼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네티즌은 이에 대해 “카카오보다 네이버에서 댓글 조작, 여권 옹호, 여론 몰이 등 문제가 더 많아 보이는데, 실검과 댓글 폐지에 동참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정계 핵심 인사들도 이 같은 네이버의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지자들의 ‘실시간 검색어’ 운동과 관련해 “제재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네이버 본사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포털의 조작 의혹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특정 검색어가 포털사이트 실검 상위권에 오른 것을 '제2의 드루킹 사건'으로 규정했다.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장에 선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에게 실검을 페지하고, 댓글 조작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달라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선거기간 실검 폐지 등에 대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오른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이사가 지난 2일 오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성숙 네이버 대표(오른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이사가 지난 2일 오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네이버 방문은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정계의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엇걸린다.

한 네티즌은 “네이버 행사가 대통령이 가서 비전선포 할 급인가, 행보를 뜯어보면 웃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적폐의 온상인 네이버에 대통령이 방문했다니, 말 다했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치적 해석을 배제하고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래 먹거리인 AI를 강조하는 게 뭐가 잘못”,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지 않는 의지가 좋다” 등의 견해도 잇따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조한 AI 화두에 화답한 것이라는 해석도 힘을 받는다. 손 회장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교육, 정책, 투자, 예산 등 AI 분야에 대한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행사에 참석, 계획을 밝히며 AI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견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라며 “국내 최대의 인공지능 행사, ‘데뷰 2019’에서 인공지능 문명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인류의 첫 세대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야말로 상상력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라며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의 문을 연 나라도 아니고, 세계 최고 수준도 아니지만, 상상력을 현실로 바꿔낼 능력이 있고 새로움을 향해 도전하는 국민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재난 현장이나 조깅 파트너 등의 용도로 제작된 '미니치타' 로봇의 공중제비돌기 시범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콘퍼런스 ‘데뷰 2019’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콘퍼런스 ‘데뷰 2019’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범부처 차원의 'AI 국가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등 한국의 강점을 살려 AI를 통한 국가 차원의 혁신성장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한국 경제의 체질을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으로 바꿔내야 한다는 인식 아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분야로 AI를 지목하고, 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전략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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