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일률적용이 4차혁명 저해”...대통령직속 위원회, 文정권 ‘기조 반대’ 매서운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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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일률적용이 4차혁명 저해”...대통령직속 위원회, 文정권 ‘기조 반대’ 매서운 권고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10.2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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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52시간제 일률적 적용은 개별 기업과 노동자가 주도적ㆍ자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발표

“우리의 노동제도는 여전히 2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 주 52시간제의 일률적 적용에 개별 기업과 노동자가 주도적ㆍ자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인재 성장의 걸림돌이 되거나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권고사항’을 쏟아냈다. 주52시간제 일률적 적용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점이 대표적이다.

4차위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는 회사는 없다”며 “현재 법제는 ‘플랫폼 노동자’ 등을 포용하기 어렵다. 경직된 법적용에서 탈피해 다양화되는 노동 형태를 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위는 25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이 같은 사안이 담긴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도 이날 함께 개최했다.

(왼쪽부터) 장명희 사회제도혁신위원회 위원장, 고진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이상용 과학기술혁신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왼쪽부터) 장명희 사회제도혁신위원회 위원장, 고진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이상용 과학기술혁신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52시간제는 노동자의 건강권, 기본권 보호라는 중요한 측면을 갖고 있다. 현 정부의 중요한 기조이기도 하다”면서 “다만 획일적ㆍ일률적 적용돼 의도치 않은 혁신을 막는 결과 나오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점은 개인이 스스로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권리조차 국가가 막고 있다는 것”이라며 “스타트업에 있는 많은 사람은 자기의 발전과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주 52시간보다 훨씬 많이 일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회사가 시키지 않아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내년 초엔 50인 이상의 기업은 주 52시간제가 도입된다.

장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일할 권리를 국가가 뺏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ㆍ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벤치마킹한다면 현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차위가 이번에 내놓은 대정부 권고안은 100여명의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해 완성됐다. 지난 2018년 4차위 2기 출범 이후 민간위원을 중심으로 13개 작업반이 구성됐다.

이번 권고안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 보고됐다. 10일 4차위 전체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쳤다. 이후 보완 작업을 거쳐 이날 발표됐다.

주52시간제 개편 외에도 대학 자율화ㆍ산업별 맞춤형 지원 등을 권고했다. 이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를 돕겠다는 취지다.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에서 정부안을 발표하는 장병규 위원장. [4차 산업혁명위원회 제공]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에서 정부안을 발표하는 장병규 위원장. [4차 산업혁명위원회 제공]

이번 4차위의 권고 사항에 현 정부의 노동 기조와 반대되는 내용이 담겨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4차위 내부에서도 주52시간 개편 필요성에 대한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황선자 위원(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주52시간 상한제는 현재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의제”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노동시간 단축이 요구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주52시간 상한제를 지키지 못하는 기업의 일자리는 국민의 일자리 불안을 없앨 수 없다”면서 “이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4차위는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풍요 속 불안’이라고 진단하고, 일자리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차위는 “일자리 불안감은 극대화된 반면 공무원ㆍ워라밸ㆍ정규직 등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준이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는 문제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저숙련자 혹은 고숙련자보다 현재 대졸자들에 해당하는 중숙련자들의 일자리를 더욱 변화시킬 것”이라며 “변화는 빠르고 예측이 어려운 형태로, 그리고 법과 제도를 비롯한 사회적 준비가 채 되기 전에 이미 진행 중”이라고 경고했다.

4차산업위는 이밖에도 △교육제도 개선, 노동개혁 등 사회혁신 △바이오헬스, 제조, 금융, 스마트도시, 모빌리티 물류, 농수산식품 등 6대 산업 규제 선진화 등 산업혁신 △기술, 데이터, 스타트업 생태계 혁신을 가속하는 방식의 지능화 기반 혁신 방안을 권고했다.

고진 위원은 “금융과 창업 생태계 분야에서 많은 의견이 충돌하고 논의가 뜨거웠다”면서 “정부가 많은 지원과 정책을 수립했던 분야이기에 더욱더 그랬던 것 같다. 혁신을 진행하고 있지만, 민간이 느끼는 것과 온도 차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체인을 이용한 송금, 제3인터넷 뱅크 등 여러 사안에서 논의가 있었는데, 정책 혁신이 밑까지 전달되지 않은 것 때문에 다소 대립이 생겼다”며 “각자의 입장이 달라서 견해차가 생겼지만, 극한 대립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4차위는 25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함께 개최된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 모습. [정두용 기자]
4차위는 25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함께 개최된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 모습. [정두용 기자]

4차위는 이날 오전 정부가 WTO 농업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하기로 한 사안도 언급했다.

장 위원장은 “혁신과 기존산업의 보호 중 굳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혁신을 고르겠다”면서 “보호는 언급하지 않아도 다른 분야에서 많이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WTO 농업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등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중요한 지점은 농수산식품 기회가 많음에도 도전과 시행착오가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 것”이라며 “농수산식품 관련된 도전과 시행착오를 허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농수산식품 영역에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적용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권고안엔 게임과 콘텐츠 분야에 대한 내용은 없다.

장 위원장은 이에 대해 “게임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그 분야를 넣고 싶었지만, 산업과 관련된 6개 분야 선택할 때 지능화 혁신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는 5개 분야를 선택했다”면서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농수산 식품 분야를 선택해 게임은 선정 기준에서 자연스럽게 논의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콘텐츠 분야는 미래 지향적 산업이라는 것은 명확하나, 지능화 혁신 효과가 더욱 큰 분야를 먼저 고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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