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전 실장이 국토부장관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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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전 실장이 국토부장관이 되면
  • 윤영식 기자
  • 승인 2019.06.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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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전 정책실장 국토장관 선임說 파다...술렁이는 부동산시장
대출규제·보유세강화·공급규제 할 거 다 해본 김 전 정책실장...그에게 남은 부동산규제 카드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전경.

 

“김상조, 김수현 투트랩으로 투기와 전쟁을 선포했고,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앞으로 규제만 늘어나는 건가요? 대출풀기는커녕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로 비춰지네요.”, “누가 국토부 장관으로 와서 어떤 정책을 펼쳐도 시장은 못이깁니다. 길어야 1년^^”, “강남집값만 올려줄 겁니다. 하는 거 보면 아시잖아요. ㅋ”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최근 며칠 새 올라온 글들이다. 최근 물러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오는 8월로 예상되는 개각(改閣)에서국토교통부 장관에 기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회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펼쳐진 것이다.

이런 소문에 건설업계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역력하다. 그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꼽히며 부동산 정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은 참여정부 때부터 종부세 도입 등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고, 현 정부 출범 후에도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정부의 부동산 핵심 정책에 관여해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규제 종합세트’로 불리는 8ㆍ31 부동산 대책을 설계한 장본인이 바로 김수현 전 실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8ㆍ2 대책과 9ㆍ13 대책 등 8차례의 규제 대책에 그의 입김이 통했다.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지어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대책은 ‘억누르기’였고, 부동산 시장은 ‘억누르기’에 반동해 오히려 위로 솟구쳤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버블세븐’, ‘지금 집사면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라는 등의 수사를 내놓으며 시장과 맞싸웠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의 뒤에는 김수현 수석이 있었다.

참여정부는 공급억제와 대출규제, 중과세 부과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투기과열지구 확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LTV·DTI 강화 ▲다주택자 중과세 등 임기 내내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이 바로 그것이다. 결과는 비참했다. 재임 5년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34%,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57%나 뛴 것이다.

규제 남발로 아파트 공급은 줄고, 대출이 까다로워져 집거래는 줄었지만, 부동산 특유의 가치를 평가하는 ‘희소성’을 키우고,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이 커졌다. 김수현 당시 수석이 총괄한 각종 부동산정책은 오히려 집값을 위로 밀어 올리는 빌미를 제공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실패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시기도 들여다보자. 당시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관계없이’ 집값 약세를 전망했었다. 직전 2~3년 동안의 과잉공급과 이에 따른 입주폭탄, 집단대출 옥죄기 등의 영향 때문이다. 당시 부동산시장은 계속된 집값 상승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은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급등한 것이다. 예측과 달리 이상 급등한 것에 대해 시장은 ‘노무현 효과’라고 일컬었다. 김 전 수석의 입각이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그가 설계한 각종 규제 대책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집값이 이상 급등하는 역효과만 초래한 전례 때문이었다.

김수현 전 실장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당분간 쉬고 싶다. 학교로 돌아가 강의를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알려졌다. 그러나 자연인 김수현이 국토부 장관 자리를 맡아달라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할 리 없을 것으로 본다.

그는 부동산 규제에 관한한 할 것은 다 해봤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기존 DTI보다 더 강도 높은 신DTI(Debt to Income·2건이상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모두 반영)를 도입하는 등 로 '빚내서 집사는‘ 대출 수요를 줄였다.

보유세 강화로 다주택 소유자들의 부담도 크게 늘렸고, 분양조건을 까다롭게 해서 공급도 억제해봤다. 할 것은 다 해본 것이다.

대출수요 억제-보유세 강화-공급억제로 이어지는 일련의 규제 대책은 지난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들끓던 일본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들 계속된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거두었지만, 국민성이 다른 한국 시장에서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을 걷어찰지, 아니면 받아들일지는 김 전 실장이 판단할 것이지만, 부동산 과열 억제책으로 구사할 것은 모두 해본 그로서는 만약 국토부를 맡게 된다면 장관으로서 정책에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시장 주무장관이 될 경우 과거의 실패가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참여정부의 최대 실패작으로 꼽히고 있는 점을 그도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미루어 짐작된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집값 급등 등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과실(果實) 대부분이 투기꾼에 돌아가는 것이 가장 뼈아프다.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져만 가고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계는 ‘과도하게 이익을 남기는 도둑놈’으로 몰리며 ‘분양가 원가공개’라는 민주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또다시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 이게 실제로 참여정부 시절에 벌어졌던 일이다.

그나마 고 노무현 대통령은 ‘분양가를 공개하라’는 정치권의 유치한 요구를 끝내 뿌리쳤다. 아직 설(說)에 불과하지만 김수현 전 실장이 국토부 장관이 되면 분양가 원가공개를 놓고 또 어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빚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김 전 실장의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세간의 평가가 적지 않은 만큼,  믿고 쓰는 인사를 계속 쓰는 현 정부의 인사스타일을 갖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도 그를 국토부 장관에 선임할 지에 대해 어느 때 보다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사람들이 왜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규정하는 지 그 이유부터 곰곰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윤영식 기자  wc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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